국내 최초로 ‘잊힐 권리’(디지털 흔적 삭제) 사업화로 주목을 받았던 [산타크루즈 컴퍼니]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유년 시절의 게시물 때문에 힘들다며 나를 찾아오는 어린 학생이 뜻밖에 많았다. 그들은 부모, 조부모 혹은 지인이 무분별하게 올린 유년 시절 사진 때문에 “부끄럽고 짜증 난다”, “나에게도 사생활이 있는 거 아니냐”며 해당 게시물을 대신 삭제해 줄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자녀들은 부모가 동의나 허락 없이 SNS에 올린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으로 이처럼 심리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하지만 당시는 2000년대 초반이라 나조차도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게시물을 올린 분에게 삭제를 요청해 보라고 타일러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문제가 머지않은 미래, 전 세계에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저자는 우리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또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망각(잊힘)이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니체도 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행복도, 희망도 없다고 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인터넷상의 망각이라는 개념은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험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상에서 자녀의 개인 정보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키워준다는 면에서 인터넷과 함께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키우는 부모를 위한 필독서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