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는 역사의 파편들을 파헤치고 해독하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망과 발버둥을 목격하고 거기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환멸과 애착을 동시에 경험한다. 내면적이든 사회적이든 (과연 둘이 구분이 가능한 것이라면) 자신의 자리에 대한 의문, 존재의 의미를 찾고 부여하고 연결하는 일에 좌절과 무력함을 느껴보지 않은 자 그 어디 있는가. 『나의 곰』에서 보여지는 루가 삶을 회복하는 과정은 우화도 몽환도, 마술이나 낭만도 아니다. 무표정의 유머로 이루어진 루의 집요한 성찰을 따라가면 절로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치는 이유가 아니라 존재라는 것을. 이유 불문하고 가차 없이 매 순간 존재하는 데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