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시집은 가볍게 읽히지만 무겁게 다가온다. 또 그의 시집은 무겁게 읽히지만 가볍게 다가온다. ‘손을 내밀면 가장 먼저 상처에 닿습니다.’가 그렇고 ‘당신은 한 번도 묘사되지 못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는 시가 그렇다. 그의 시집은 읽는 사람을 외롭게도 하고 웃게도 만들고 돌이켜보게 하며 잠시 깊은 상념에 빠지게도 한다. 말이 어지럽게 춤을 추는 세상에서 감정의 절제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결국 ‘그늘을 새긴다는 것, 새겨지는 모든 것이 그렇듯 기억이 박히는 일이다.’ 나는 뜨거운 발효차를 한 잔 내려 마시는 것처럼 가라앉고 설레고 차분하게 만드는 경종호 시인의 이끌림을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