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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그놈 똥구녁

말의 탄생
도둑질
팥니
제동이
서울말
그놈 똥구녁
개새끼들
복순이네 집
무아로
뽀로로
먹구렁이 업보
엄마는 꽃등을 달고

2부 혼불

몽혼주사
늘매기
대한늬우스
혼불
모더락불
연옥분
옹구락진 명길이
정지낭거리
샛밥
정지낭 삼시랑
물외 농사
장마

3부 요시롱 캥

요시롱 캥
한물
장마 씨서리
꽃 받쳐 줄게
송장시엄
물속을 걷는 새
뱀장소
별똥
황구렁이 울음
수박 똥
알 먹고 꿩?
구렁이 비

4부 잔밥각시

잔밥각시
긴 양말 의찬이
곱똥쇠 할아버지
참게 잡기
울력다짐
섶다리 놓기
다리밟기
꿩고기 뭇국
떼보 수남이
토끼 망태
뱅이
겨울밤
석찬이 형

해설

과거로 갈 수 있는 미래를 꿈꾸다
-장예원(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06년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타났다』를 냈으며,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연대 시집 『붉은 꽃을 내 무덤에 놓지 마세요』를 영문 번역했다. ‘작가의 눈’ 작품상, ‘불꽃문학상’(대표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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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82g | 125*200*10mm
ISBN13
9791192333670

책 속으로

심바람 조께 갔다 와야 쓰것다 웃동네 점빵에 가서 술 한 주준자만 받아 가꼬 오니라 해찰허지 말고 뽀로로허니 갔다 와야 혀 알았쟈

다섯 살 동생하고 웃동네로 막걸리 받으러 가면 주전자 가득 막걸리를 부어 주시던 성낭골 점빵집 할아버지, 어린 아그덜이 춘디 기특하다고 왔다껌 한 개씩을 주시곤 하던 할아버지 수염이 염소 수염맹이로 희고도 검었다

먼 산에서 뻐꾸기 울던 봄날 버들강아지 핀 실개천 새 쑥이 올라오는 언덕배기에서 꼴깍꼴깍 주전자 꼭지를 물고 막걸리를 마셨다 새콤한 맛에 취해 동생이랑 개울가에서 춤을 추며 놀았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들녘 동생이 팔랑거리는 나비 같았다 봄이 개울을 따라 졸졸 흐르던 아득한 날 마신 술만큼 개울물을 채워서 뒷밭으로 갔다

옴마! 뭔 술맛이 물맛이댜? 주준자에 빵꾸가 나번짔댜? 야덜뜰이 맹물로 막걸리를 맹글어 갖고 왔네 옴마! 얄뜰이 술을 먹었는가 보네 하이고 즈가부지 안 탁힜다고 헐깨미 일찌감치 술을 알아서 배웠고만 저 밭두럭 가생이 가서 둘다 엎드려 뻐쳐 옴마! 얄뜰이 대근헝가 보네 시방 자네 자 어어 데걸데걸 궁구네 궁구러

동생은 엄마가 보듬고 나는 아버지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왔다 서쪽 하늘이 참 발그란한 저물녘이었다
---「뽀로로-모롱지 설화 19」 전문

야! 이늠아! 구랭이는 업이여
업을 잡아서 묵으먼 벌받는 거여
묵을 게 읎다고 업을 잡아묵냐
성주신이 노하면 집안이 망하는 뱁여
아 그라믄 안 된당게로
당최 그러들 말랑게로

(중략)

불이 지펴진 솥단지 안에서 먹구랭이가 머리를 툭툭 치는 드끼 소두방이 들썩거렸다 동네 삼춘들은 소두방을 손으로 누르며 구랭이가 익기를 기다렸다
하따, 국물 뽀얀허고 지름 자글자글헝 거시 알마침 익었네 올봄 몸보신은 이것으로 때우것다 아따, 이놈 고아 먹으먼 우리 성수님 좋아하시거써 성도 이 말국 잠 먹고 심 좀 써 볼 텨?
국물부텀 쭈욱 디리마셔 양기 보신에는 비얌탕만 한 것이 있드냔 말여? 괴기 흐트러징게 살살 건드려 아! 괴기 흐트러지자녀 옴마? 근디 배가 불룩허니 머시 들어 있다 오매 이기 머셔 쥐새끼네 야가 쥐새끼를 잡아묵었는갑네 아이고 나는 죽어도 거역시러 못 묵것다고 칠성이 삼춘이 손사래를 쳤지만 다들 땀을 뻘뻘 흘려 가며 구랭이탕을 디리마셨다

성주신이 노하실까 싶어 내 또래들은 멀찌감치 서서 귀경만 했는디 뱅노가 침을 꿀떡 생키는 것이 얼칫 보였다
---「먹구렁이 업보-모롱지 설화 21」중에서

어릴 적 우황을 잘못 먹었다는 석찬이 성은 말이 어눌하고 모지라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등치가 크고 시마자구가 장사였다 잘 얘기허다 뻔뜩하먼 뚜디리 팬다고 해서 동네 알뜰이 살살 피했다 그 성이 고사평 열닷마지기 독다리를 지키고 서서 삥을 띧는다고 허니 학교가 끝난 알뜰은 무서워서 전룡리까지 길을 돌아 집으로 갔다

(중략)

어, 거그 오는 거시 누구여?
야, 일루 좀 와 봐라잉

야, 너 몽홀주사 아냐? 그 주사 한 방이먼 확 나서분다는디 발바닥이 너무 아풍게 그려

가까이서 보니 뚱뚱 부은 발바닥이 길게 갈라져 피고름이 흘렀다 재생빙원 가서 몽홀주사 한 방만 맞으면 금방 나슨단디 우리 집은 돈이 없어 그 주사 한 방이면 내 언챙이도 낫게 해 준단디 그 주사 한 방이면 우황 때미 멍충해진 나도 똑똑해질 수 있단디 너는 석골서 공부도 첼로 잘헝게 나중에 크게 되먼 나 몽홀주사 한 방만 노아도라

그러마고 약속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은 없다 그 뒤로 성이 유난히 나를 잘 대해 줬고 석골 알뜰은 영문을 몰라 했다 성은 그해 겨울에 물에 빠져 죽었다 가끔 성이 얘기했던 몽홀주사 생각이 났다

석찬이 성! 성이 얘기했던 몽혼주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크면서 어쩌면 나도 몽혼주사가 필요했던 건지도 몰라 그래서 몽혼주사를 찾아댕겼는지도 몰라 그런 주사는 원래 없는 것이랴 그렁게 인자 잊어 먹어 나도 잊어벌랑게로
---「몽혼주사-모롱지 설화 25」중에서

할아버지와 나는 마롱에 앉아 있었다 어스름하게 어둑발이 내리는 초저녁 무렵, 해가 지고 난 뒤에도 햇살은 잔자락이 남아 있어 사물이 희끗새끗 보일 듯 말 듯한 그날 저녁, 아버지는 모깃불을 놓을 쑥대를 모아 불을 지피고 마당에 멍석을 깔아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계셨다
어스름을 뒤로하고 불덩이 하나가 텃뵈미 건너 몽실이네 집 지붕을 넘어 저녁 하늘로 날아올랐다 불덩이는 동네를 내려다보듯 잠시 허공에 머물다가 휙허니 우리 집 지붕을 넘어가 버렸다 크기는 농구공만 했고 동그랗고 새까만 덩어리에 노란 불빛이 일렁이는데 꼭 횃불이 잉글거리는 것 같았다

얼래 저 집이 혼불 나간다
저시기 저 널러가는 것 좀 봐라
불빛이 노랜 것이 나이 든 냥반인디
인지 봐라
앞집 으르신이 돌아가셨능개비다

(중략)

동네 어른들은 저녁밥을 먹고 앞집 어르신네로 모여들었다 어르신 큰아들이 지붕 위에 올라 적삼을 흔들며 혼을 불러들였다

가끔 혼불이 잘못 나갈 띠가 있디야 그럴 띠는 저렇게 불러들이면 다시 돌아오기도 혀 아, 하가리 박새완네는 초혼을 헌 뒤로 혼이 다시 와서 돌아간 박새완네 아부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당게로
---「혼불-모롱지 설화 31」중에서

저녁밥을 먹고 나서 모롱지 남자들은 목침이나 수건 하나씩을 들고 갱변 모새바탕으로 나갔다 어짜피 집에 있어 봐야 모구떼만 뎀비고 더우도 피할 요량이다 어른들은 모새바탕 옆 바우 언덕에 옷을 벗어 놓고 앳덜을 데리고 물로 들어가서 모욕을 했다

(중략)

야! 저그 빌똥이다
야! 느그덜 아냐?
저 빌똥을 주서 먹으먼 그르케 쬘깃쬘깃허고 마싯단다
차말여? 그짓꼴 아니고 차말여?
누가 먹으 봤는디?

두룸박시암에서 누이들이 물을 찌클고 모욕을 하느라 키득거리는 소리가 갱변까지 들리는 날도 있었다
---「별똥-모롱지 설화 63」중에서

물에 빠져 죽은 석찬이 성이 물 위로 떠오른 것은 날이 풀리고 냇깔 얼음이 거지반 녹아 가리네 수문 쪽으로 둥둥 떠내려가던 이월 초순 무렵이었다 개학을 해서 학교를 갔다 오던 동네 성들이 섶다리를 건너는디 다리 말목 쪽에 걸쳐 있었다고 했다

석찬이 성이 물에 떠 있는디 꼭 송장시엄 치듯끼 웃덜을 보고 떠 있능 거셔 근디 꼭 산 사램 같드랑게로 폴뚝이랑 넙덕단지를 네 활개 치듯 벌리고 떠 있는디 웃덜보고 꼭 일로 와 일로 와 부르는 것 같았당게로 눈도 안 감고 입도 안 다물고 웃덜을 쳐다보드랑게로

(중략)

그날 저녁 석찬이 성네 아버지는 혼차 성을 거적에 말아 지게에 지고 뒷산을 올랐다 애린것덜이 죽으면 상여가 못 나가고 저르케 지게에 져다 묻는 거셔 동네 사램덜 무섬 주지 말고 해꼬지허지 말라고 엎어서 뉘고 묻는 거셔

누구도 석찬이 성 뫼똥이 어디 있는 줄 모른다 어려서 죽은 애들은 뫼똥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석찬이 형-모롱지 설화 97」중에서

출판사 리뷰

“야! 이늠아! 구랭이는 업이여
업을 잡아서 묵으먼 벌받는 거여”

전라도 방언으로 생생하게 복원한
신화 같은 옛이야기에 깃든 해학과 미학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06년 광주일보와 전남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동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모롱지 설화』가 걷는사람 시인선 84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을 통해 “살아 숨 쉬는 것들에 대한 경배와 존엄”을 표현해냈다는 평을 받았던 시인은, 이번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고향 모롱지(현재 전주시 효자동 서곡지구)의 이야기와 언어를 기억하고 복원해낸다. ‘지금 쓰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없고,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절절한 마음으로 이 시집은 시작되었다. 시집을 펼치면 가난 속에서도 자연을 향한 경외를 잃지 않았던, 하나의 공동체로서 마을을 일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한 구어체로 들려온다.

시집 『모롱지 설화』는 시에 내재되어 있는 이야기만큼이나 모롱지 말 읽는 재미가 있다. 어린이 만화영화 주인공 이름인 ‘뽀로로’가 항간의 평가처럼 국적불명의 짜깁기된 언어가 아니라 ‘모롱지’라는 동네에서 흔히 쓰는 모롱지 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이 시집을 읽는 즐거움이다. 아마도 ‘뽀로로’를 표준어로 풀이한다면 ‘후다닥’ 정도가 될 것이다.

이렇듯 시집 속에서 ‘가까스로’는 ‘포도시’, 모닥불은 ‘모더락불’, ‘목말’은 ‘꽃 받쳐 주기’, ‘실속 있다’는 ‘옹구락지다’, ‘헤엄’은 ‘시엄’이라는 모롱지 말로 발화(發話)되어 우리를 해학 넘치는 전라도의 옛 마을 한복판으로 안내한다. 그곳에는 이름 기운이 세다는 이유로 이름을 팔고 ‘판니’로 불린 김강님 아주머니가 있고(「팥니」), 언챙이도 낫게 해 준다는 몽혼주사 한 방을 애타게 찾던 석찬이 형이 있고(「몽혼주사」), 쥐약을 잘못 먹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 제동이가 있고(「제동이」), 모롱지의 안다니 박사 안수 삼촌(「요시롱 캥」 등)도 있다. 그런 한편, 집안에 우환이 들면 잔밥을 먹여 악귀를 물리치게 해 달라고 빌었다는 영험한 존재 잔밥각시(「잔밥각시」) 이야기는 인간의 신탁(神託) 의지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 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힘을 사유하게 한다. 독자들은 진짜인지 지어낸 것인지 헷갈리는, 미신인지 믿음인지 아리송한 이야기에 푹 빠져 웃음과 눈물을 교차하게 된다.

해설을 쓴 장예원 평론가의 표현대로 정동철 시인에게 『모롱지 설화』는 지나가 버린 사소한 무엇인가를 놓치지 않고 보유하며 되살아나게 하는 작업이다. 이는 “죽음을 향해 가는 우리들의 삶이 죽은 자들과 함께 있다는 것, 우리는 개별자가 아니라 신비스런 방식으로 세계와 사물들과 교감하는 존재라는 본질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망각이라는 시간의 폭력에 그가 저항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모두가 ‘미래로 미래로!’를 외치는 이 시대에 정동철 시인은 안간힘을 다해 과거로 달음박질치며, 인간의 원초적 위안과 향기가 남아 있는 오래된 미래, 즉 과거로 갈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하상만 시인은 “새로움에 중독된 우리는 우리가 지워 가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낸다. 부끄러워서 내가 지우고 있었던 사투리로 시인은 그때를 완벽히 복원한다.”고 얘기하며 이 시집이 ‘그 말과 그 억양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그리움 가득 담아 그려냈다고 상찬한다.

시인의 말

돌이켜 보니
내 어린 시절이 자리한 모롱지는
설화와 근대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이른바, ‘희망의 80년대’를 바라보고
산업화를 향해 폭주하던 시절
오지라는 이름으로 위리안치된 모롱지에서
건방구진 여우와 낭군을 잃은 황구렁이와
잔밥각시를 이웃하고 살았다.
오래전 잊힌 연인처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2023년 2월
정동철

추천평

지방에서 올라와 수도권에서 사는 나는 햇수를 세어 보니 고향에서 산 날보다 이제 고향을 떠나 산 지가 더 오래되었다. 그동안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단어는 어찌어찌하여 고치게 되었으나 억양만큼은 아직 어쩌지 못하고 있다. 조심조심 이야기하고 있으나 술에 취하면 그 억양이 제대로 뻗어 나온다. 그 말과 그 억양이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세계가 있다. 언어를 잃어버리면 사실 그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표준어라고 일컬어지는 이방의 언어로는 「몽혼주사」의 석찬이 성도, 「혼불」의 풍경도 제대로 보여 줄 길이 없다. 그때의 사람들을 그려 보는 방법은 그때의 언어가 아니면 안 된다.

어디까지가 가족이냐고 물으면 나는 가족 그림을 그려 보라고 한다. 거기에 그릴 수 있는 사람까지가 가족이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부탁하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리는 아이가 드물다. 그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족이었다. 동네 사는 형들도 가족이었다. 「연옥분」의 이야기를 읽으면 누군가의 죽음이 내 꿈과 연결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연결된 사람은 수십 년간 만나지 못해도 가족이었다. 꿈속에 찾아온 성님을 보러 마침내 초상에 도착한 연옥분 씨가 업어 키우던 뱅도가 반백이 되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었다. 상주보다 더 서러운 울음이 가족을 증명한다.

현대 사회는 가족의 범위가 좁아져서 내 가족은 나밖에 남지 않아서 우리가 외롭게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시집은 색다름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움에 중독된 우리는 우리가 지워 가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낸다. 부끄러워서 내가 지우고 있었던 사투리로 시인은 그때를 완벽히 복원한다. 이 시집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움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시집은 너무나 소중하다. - 하상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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