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인 시인의 상상력 세계는 인간 욕망의 양면성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의 시는 화장품이라는 관능적 사물을 매개로 욕망과 정체성의 다양한 결을 탐구한다. 이 시집의 탁월함은 사물에 대한 감각성과 내밀한 욕망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다는 데 있다. 사물은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동시에 구속한다. 욕망은 사물을 사용하는 동시에 사물에 사로잡힌다. 김 미인 시인이 세밀하게 그려내는 사물의 세계는 바로 이 복합성에 기대어 성립한다.
놀랍게도 이 시집이 최후에 도달하는 것은 「나는 화장품이다」라는 존재론적 선언이다. 이 선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천천히 작품 전체를 독해하고 나면 ‘화장품’은 세상과 조화하고 빛나는 존재로서 당당히 서려는 자세의 상징으로 읽힌다. 시인은 “은하가 휘모는 파란 우주”와 “초록빛으로 감싸 도는 지구”를 화장함으로써, 개인의 차원을 넘어 우주적 스케일에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행위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