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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볼 터치 012 하이힐 013 마스카라 014 립스틱 016 화장하는 여자 018 볼 터치 019 스킨 020 립스틱 빌딩 021 피어싱 022 난, 나를 질투한다 024 페디큐어 026 스카프 027 스모키 화장 028 비가 온다 029 낙타 제2부 샘플 032 설화수 033 샘플 034 얼굴색에 맞춰 200개의 파운데이션이 있다 036 마스크 팩 037 장미향수 038 앰플 039 아이새도 040 벚꽃 메이크업 041 스카프 042 한순간 044 안티에이징 046 매니큐어 047 아모레퍼시픽 048 셰딩 제3부 파운데이션 050 마스카라 051 틴톤 꽃 립스틱 052 파운데이션 053 아이라인 054 파우더룸 056 향수 058 네일아트 059 콘서트 060 화장 062 화장대의 얼굴 064 핑크색 셔츠 065 컨실러 066 서클렌즈 068 카 워시 제4부 화장품 마을 070 톤업 072 화장품 마을 074 향수 075 에센스 076 틴트 물광 립글로스 077 파운데이션 078 화장품 080 화장품 여행 082 매니큐어 084 화장품 아파트 086 속눈썹 087 미스트 088 클렌징폼 090 화장품 이야기 093 나는 화장품이다 제5부 패션 096 패션 098 스타킹 099 vulva 100 오로라 101 패션 후르츠 102 수딩젤 103 언더웨어 104 의패류 105 관객 106 바람도 패션이다 108 콘택트렌즈 109 노을패션 110 레게머리 112 블랜딩 113 꽃상여 패션 114 해설 박동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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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인 시인의 시집은 화장품이라는 일상적 사물을 시적 상상력의 매개로 삼는다는 점 때문에 문학사의 이정표를 만든 시인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1899 ~ 1988)의 사물에 대한 탐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의 시에서 화장품은 단순한 미용 도구가 아니다. 립스틱과 마스카라 등의 익숙한 사물을 만지는 순간 시인은 자기 내부의 욕망을 만지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따라서 이 시집에서 화장품은 자기표현의 방식이자 감각과 욕망이 교차하는 상징적 공간이 된다. 립스틱의 색감, 향수의 잔향, 파우더의 부드러운 질감 등 화장품의 감각적 속성들은 시인의 언어를 통해 몸과 욕망,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정체성에 대한 복합적인 상징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방식에서 화장품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상상력의 촉매이자 감각적 경험의 정수가 된다. 결국 화장품에 대한 시인의 상상력은 인간 경험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시인은 ‘화장’을 통해 죽음의 쾌락과 삶의 쾌락이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인의 말] 얼굴로 분장했던 화장을 지운다 어두운 구석까지 환하고 눈부신 세상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미안해하던 얼굴 곱게 미끄러져 간 얼굴에서 빛나던 화장 케이스를 내려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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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인 시인의 상상력 세계는 인간 욕망의 양면성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그의 시는 화장품이라는 관능적 사물을 매개로 욕망과 정체성의 다양한 결을 탐구한다. 이 시집의 탁월함은 사물에 대한 감각성과 내밀한 욕망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다는 데 있다. 사물은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동시에 구속한다. 욕망은 사물을 사용하는 동시에 사물에 사로잡힌다. 김 미인 시인이 세밀하게 그려내는 사물의 세계는 바로 이 복합성에 기대어 성립한다.
놀랍게도 이 시집이 최후에 도달하는 것은 「나는 화장품이다」라는 존재론적 선언이다. 이 선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천천히 작품 전체를 독해하고 나면 ‘화장품’은 세상과 조화하고 빛나는 존재로서 당당히 서려는 자세의 상징으로 읽힌다. 시인은 “은하가 휘모는 파란 우주”와 “초록빛으로 감싸 도는 지구”를 화장함으로써, 개인의 차원을 넘어 우주적 스케일에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행위를 보여준다. - 박동억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