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놀이에서는 머리, 상반신, 하반신 레고를 조합해 사람 모양을 만든다. 파란색 멜빵바지 상반신에 파란색 하반신과 안전모를 매칭하면 수리공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파란색 멜빵바지 상반신에 빨간색 수영복 하반신을 매칭하고 머리 대신 손 모양 레고를 끼울 수도 있다. 어떤 조합으로도 사람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최필립의 시에서 단어는 레고 같다. 소리 조각을 모아 글자를, 의미 조각을 모아 더 큰 의미를 만드는 레고 놀이의 최소 단위. 이야기를 꾸려 갈 최소 조건으로서의 수리공. 그의 시는 그 단위를 더 작은 조각으로 갈라 당연한 듯 맞붙어 있던 것들의 사이를 본다. 벌어진 조각들을 움직이면서 사람의 모양을 자꾸 다르게 그린다. 그 때문에 최필립의 시는 내내 진동하는 중이다. 부딪는 것들의 소리로, 지나간 모양들의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