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시인이 봄볕처럼 돌아왔다. 자신의 시에 대해 “몇 그램일까요?”(「장마」)를 끝없이 반문하던 순간들을 지나 이제 “길 위에서 길을 지우는 하루”(「길 위의 하루」)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놓고 싶었을 순간들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뒤란에 무성하게 자란 풀이, “사뭇 떨리는 눈길도 손길도 가슴도/조심스럽고 송구한”(「촌지」) 생활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 것이다. 이 한 권의 시집에 폭넓은 체험과 상상력과 통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첫 타작”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아는 시인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 하여 최수영은 결코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뒤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뭇 생명들과 교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