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혀도 굽히지 않는 밀싹처럼 질박하고 강건한 농부, 남도 사투리로 일상을 풀어내는 가객 마을 이장, 분단된 한반도 양 체제에서 배척당한 반체제 학자, 세상사 경계를 넘나드는 진중한 논객들,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교사, 늦은 나이에 힘들게 잉태한 아이를 위한 태교로써 몸의 청정을 도모하는 시인, 피폐한 근현대사 속에서 태어난 화자의 절절한 가족사, 떠오르는 달빛 아래 어느 인연을 그리워하며 일주문 주위를 서성이다 새벽 안개 속 산문을 나서는 처사와 그의 등 뒤에서 합장하는 늙은 공양주…. 이 인물들이 빚어내는 소설의 묘미가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