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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농민 동맑실 조신한(曺迅翰) 이장의 운멩 미완의 귀향 ‘연향동파’ 유랑의 길로 나서다 서미림 선생 오래된 잉태 이장(移葬) 만행(萬行)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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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가 파팍, 거세게 튄다. 폭압의 물줄기가 상여를 직 격했다. 상여가 물대포를 맞고 부서졌다. 대열이 흩어졌다. 저네들은 부서진 상여 위에 계속해서 물줄기를 살포했다. 상 여 틀에서 나온 통나무를 들고 젊은 농민들이 다시 앞으로 나간다. 아, 여기서 더는 물러설 수 없다. 앞으로 나가자. 싸움의 앞줄을 젊은 농민과 노동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 되지 않나, 하는 마음이 솟고라졌다. 앞으로 나섰다. 물대포가 저들에게는 총알이다. 일회용 비옷은 방패가 아니다. 물대포에 맞설 수 없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앞장섰다. 물대포가 계속해서 직사를 한다. 저들의 울타리가 돼 줘야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간다.
--- 「농민」중에서 “며느리도 그라고 찬수 가가 여그서 산다고 지악스럽게 우긴다네, 그랴.” “참, 벨늠이시.” “어야, 저그 또 한 벨늠, 신한이 이장 오네.” “수동떡도 자석늠 저라고 댕기넌 통에 워디 살맛 나것능 감, 원.” “보릿대 끄슬러 먹대끼, 속이 시꺼머컸제.” “아들늠 저라고 댕김서부텀 회관 마실걸음도 끊어 부렀는가, 안.” “금메. 서울서 돈푼깨나 번다고 허도만, 무신 공장인지 몰 르제만 그만 엎어묵고 여그서 이장 헌답시고 저라고 댕기니, 원.” “저러코 다녀도 선상질 허넌 둘째보다 공부넌 더 잘 안 혔다고. 지덜 또래 중이선 젤이었잖능가베. 잘 안 풀려서 저 라제. 똑똑혔제, 참말로.” --- 「동맑실 조신한 이장의 운멩」중에서 “이 질문은 기본적으로 저급하다. 나의 학문, 아니 모든 양 심적 학자의 학문적 업적에 대한 법의 심판 과정이 성립되는 오늘의 이 사실, 이 자체가 기이한 현상이다. 나는 이 법정을 나의 사상과 양심에 대해 사법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으로 규정한다. 이 법정은 모독의 법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 음, 질문에 답하겠다.” 그때, 울컥 눈물이 솟구쳤다. 눈물 위로, 아버지의 온후한 얼굴이 그려졌다. 그가 나의 감정을 지그시 눌렀다.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오름이 잠시 펼쳐졌다. 꿈같은 장면이었다. 법정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고립된 섬처럼 닿던 법정이 다르게 보였다. 내 목소리가 점점 도도해지는 걸, 느꼈다. --- 「미완의 귀향」중에서 학생들을 잠재적 범죄자 또는 말썽꾼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학교에 만연해 있었다. 그 기류를 유지하는 중심 인물이 학생과장이었다. 교련 선생인 그는 유독 자활촌 아이들에게 가혹한 눈초리로 희번덕이곤 했다. 그의 악명은 별명의 개수로 증명되었다. 표독한 돼지라는 의미의 표돝 말고도 짭새, 개코, 불독, 살모사, 늑대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별명은 아이들에게 호출되었다. 2학년 1학기 때였다. --- 「서미림 선생」중에서 “인제 말 놓고, 글 쓰겠네.” 나는 씁쓰레한 웃음기를 흘렸다. 초췌해진 그의 몰골을 바라보면서 내뱉는 언사로는 고약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목 부위와 관련한 후두암이니 식도암이니 혹은 인후암이니 하는 중병이 아닌 걸 알고 우려를 떨구게 된 때문이 아니었다. 기실 아픈 부위가 목이라는 데에 흥분과 당혹스러움을 갖게 되었다. 시인(詩人)인 그가 붓을 꺾고 민주 진영 한복판에서 복무하던 위치에서 본업인 시인으로의 전향을 예견하는 듯한 느낌이 불현듯 밀려온 까닭이었다. --- 「오래된 잉태」중에서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된다는 건 아니었다. 누구나 겪지 않는 경우겠다. 한편으론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정황이겠다. 여직 떨쳐내지 못한 채 가슴 깊이 곪아 있는 상흔이었다. 이런저런 당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되면 늘 내 탓이라며 안으로, 안으로 침잠하고 자책하곤 했다. 내 표정이 어떠하기에 이 사람이 이렇지? 먼저 염려했다. 눈으로 보지 못한 일제강 점기와 귀로 포성을 듣지 못한 육이오가 빚어낸 가족 관계는 어김없이 나를 옭죄곤 했다. --- 「이장」중에서 지나온 절집에서의 사 년여를 되새김질해 본다. 절집에 들어 처사로 복무하면서 한 처사가 갖게 된 사고의 진전은 절집에 들게 된 절박한 연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 화두(話頭)는, 놓아라, 하는 것이었다. 이도 놓고 저도 놓으면 모두 놓게 되려니 하는 심중으로, 세속에서의 지난한 업(業)과 보(報)를 내려놓고자 함이었다. 그러할진대, 이제 새로이 또 다른 업을 등에 얹으려 하다니…. 한 처사가 핸드폰을 꺼내 든다. 구구절절 세파의 끈이다. 방바닥에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놓는다. 소쩍, 소쩍… 소쩍새가 울컥울컥 피를 토하고 있다. 저 얹힘, 하고 되뇌다가, 한 처사는 그만 지난겨울, 그 거친 삭풍 속에서 잠시 보았던 어느 인업에 얽힌 잔영에 휘말리고 만다. 그토록 떨쳐내 버리고자 했던 절연의 끈이었다. --- 「만행」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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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 「미완의 귀향」은 그중에서 2003~2004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의 귀국과 구속, 재판과 강제 출국, 그리고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은퇴 후 포르투갈 알가베로 이주한 송 교수의 디아스포라의 삶을 언론사 기자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뒤…,’ ‘그 후…,’ ‘그렇…,’ 세 파트로 나눠 전개되는 이 소설은 두 번의 개작을 거쳤는데, 작가는 송 교수가 귀국하지 않는 한, 또한 한반도가 평화 체제를 공고히 하지 못하는 한, 이 작품은 아직도 미완(未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분단된 조국에서 학자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어떻게 억압당하고 삶을 구속하는지를 절제된 언어로, 그러나 아프게 보여준다.
「농민」은 농업·농민소설을 쓰며 농업과 농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 온 작가가 2015년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삶의 애환을 1인칭 시점으로 쓴 소설이다. 학생운동을 하다 1980년대 중반 귀농해 우리밀 농사를 지었던 백남기 농민의 소탈하면서도 농업·농촌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농사지으며 꿋꿋하게 살던 백남기 농민이 끝내 공권력이 쏜 물대포를 맞고 ‘쿵’ 쓰러지는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우리의 심장도 쿵 내려앉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수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구례읍에서 축산업을 하고 ‘섬진강수해참사피해자구례군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한 김일순 농민활동가를 염두에 두고 쓴 「동맑실 조신한(曺迅翰) 이장의 운멩」은 오직 대화로만 엮은 소설로, 찰지고 흐드러진 남도 사투리가 맛깔나게 펼쳐진다. 작가가 대화로만 작품을 쓴 것은 사투리를 최대한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또한 이 땅의 원형적 삶을 지니고 사는 늙은 농민들의 애환이 진득하게 담긴 입말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는 작품 후기에서 지역감정을 교육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문학 교육에서만이라도 사투리를 담아낸 소설을 교과서에 실으면 좋겠다면서 “한반도의 사투리를 지역별 특성을 담아낸 소설을 통해 그 지역의 문화와 식생, 인식의 깊이까지 중·고등학교에서 알게 되면 지역적 차이, 정치적 감정, 문화적 소외, 언어적 차별 등이 해소될 수 있는 지엽적 근거라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한다. 〈‘연향동파’ 유랑의 길로 나서다〉는 교육현장에 몸담았던 아홉 도반의 모임 장소 변경을 둘러싼 논쟁을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참으로 허약하게 성장해 왔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압축성장’의 열매를 따먹으며 나름 누리고 살아왔지만, 한편으로 군부독재가 횡행하던 시대를 온몸으로 겪었던 이들이 국민의 평안과 안위가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엿볼 수 있다. 「서미림 선생」은 작가가 교사로 있는 동안 시를 가장 잘 썼던 제자가 폭력과 폭압으로 일상화된 학교로부터 내몰려 학교를 떠난 이후 끝내 시를 쓰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며 쓴 소설이다. 교사가 되고자 했으나 학내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무기정학을 당하자 자퇴했던 그 제자와 연락은 끊겼지만 나중에 교사가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름답고 아름드리 큰 나무 그늘 아래에서 그의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이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쓴 작품이라고 한다. 「오래된 잉태」는 작가의 절친한 벗으로 시인이자 문화운동가였던 고 박배엽이 폐암에 걸리자 그의 쾌유를 빌며 쓴 소설이다. 누구보다 맑고 뜨겁고 호쾌했던 그가 늦은 나이에 어렵게 잉태한 아이의 태교를 위해 목놓음을 택하게 된 심정을 헤아리고 있다. 「이장(移葬)」은 일제와 육이오로 훼절된 역사의 상흔을 떨쳐내지 못하고 여전히 앓으며 살고 있는 작가의 아픈 가족사를 그린 작품이다. 어머니의 묘 이장을 위해 시립묘지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일제를 겪어 보지도, 육이오의 포성을 들은 적도 없지만 전쟁 뒤 어수선한 때에 어리숙한 세태 속에서 잉태되어 이 세상에 나온 ‘나’와, 일제의 강제징용으로 아버지를 잃은 누님, 고향집에서 도망치듯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한(恨) 많은 삶을 그리고 있다. 「만행(萬行)」은 속세와의 연을 끊고 절집에 든 한 처사가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을 소지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일주문을 서성이다 끝내 번뇌를 떨치지 못하고 산을 내려가는 이야기다. 한때 절집을 들고나던 작가의 아련한 마음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처럼 《미완의 귀향》에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 여덟 편이 실려 있다. 소설가 이병천은 “그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잊지 말자고 반추하는 인물들을 보라. 그들은 핍박 없는 세상을 견인하려는 운동가이거나 올곧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 이웃들이거나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던 이들”이ㅣ라며 바로 이것이 “그의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라고 말한다. 송언 작가는 “한상준의 소설은 독자를 전율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당기는 기묘한 힘이 있다. 디아스포라 송두율의 고뇌를 접하는 순간 통증이 심장을 관통한다. 폭력 경찰이 직사하는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너무 애달프다. 통한의 가족사를 다룬 〈이장〉,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절절한 슬픔은 지금 내리는 비처럼 가슴을 저민다”며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 읽기에 적합한 소설을 원한다면 한상준이 펼쳐 보이는 새벽 강(江)의 윤슬 같은 이야기 세계에 영혼을 흠뻑 적셔” 보기를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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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혀도 굽히지 않는 밀싹처럼 질박하고 강건한 농부, 남도 사투리로 일상을 풀어내는 가객 마을 이장, 분단된 한반도 양 체제에서 배척당한 반체제 학자, 세상사 경계를 넘나드는 진중한 논객들,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교사, 늦은 나이에 힘들게 잉태한 아이를 위한 태교로써 몸의 청정을 도모하는 시인, 피폐한 근현대사 속에서 태어난 화자의 절절한 가족사, 떠오르는 달빛 아래 어느 인연을 그리워하며 일주문 주위를 서성이다 새벽 안개 속 산문을 나서는 처사와 그의 등 뒤에서 합장하는 늙은 공양주…. 이 인물들이 빚어내는 소설의 묘미가 벅차다. - 최서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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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에는 누구나 그랬듯이 우리는 늘 혁명을 꿈꾸었다. 그게 미약한 우리 힘으로는 언감생심 혁명의 주체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부터 상준과 나는 그저 우리 자신의 내적 혁명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로만 칼라의 가톨릭 신부를, 나는 회색 승복의 승니(僧尼)가 되기를 원하던 날들이 있었다. 상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나는 부득불 우리 젊은 날의 꿈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소설가 한상준이 아직도 마음속에서 지우지 않고 늘 되살려 보곤 하는 혁명의 열망을 읽었다. 그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잊지 말자고 반추하는 인물들을 보라. 그들은 핍박 없는 세상을 견인하려는 운동가이거나 올곧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 이웃들이거나 통일된 한반도를 꿈꾸던 이들이다. 그의 소설이 아름다운 이유다. - 이병천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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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 온종일 한상준의 소설을 읽었다. 〈오래된 잉태〉 주인공의 선택에 동의하자니 왠지 난감했으나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상준의 소설은 독자를 전율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당기는 기묘한 힘이 있다. 디아스포라 송두율의 고뇌를 접하는 순간 통증이 심장을 관통한다. 폭력 경찰이 직사하는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너무 애달프다. 통한의 가족사를 다룬 〈이장〉, 그 바탕에 깔려 있는 절절한 슬픔은 지금 내리는 비처럼 가슴을 저민다. 거기에 마약 같은 남도 사투리는 서사를 한껏 출렁이게 해주는 감미료다. 주룩주룩 비 내리는 날 읽기에 적합한 소설을 원한다면 한상준이 펼쳐 보이는 새벽 강(江)의 윤슬 같은 이야기 세계에 영혼을 흠뻑 적셔 보시길. - 송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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