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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농 민 _ 한상준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 _ 송 언
노란 가로등 _ 배명희
흔들리며 점點 찍기_ 구자명
블랑블루, 겨울 _ 강 물
연 적 _ 박명호
레슬링 _ 심아진
오키나와 연가 _ 김 혁

저자 소개 8

전북 고창의 어느 마을에서 1955년에 태어났다. 일제와 육이오로 훼절된 역사의 상흔을 떨쳐내지 못하고 여전히 앓으며 살고 있다. 전주의 살던 옛 동네에서 꽤 망나니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더러 소갈머리 없이 술독에 빠져 진창만 밟고 다니던 아들의 청춘 무렵을 지켜보셨던 어머니는 그런 자식이 ‘아그덜 겔치는’ 선생이 된 걸 아주 기뻐하시기도 했다. 교사로서의 품성을 배우고 갖추려 김제평야 끄트머리 금구면 소재의 고등공민학교(정규 중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 졸업과 고등학교 입시 자격 기회를 주는 학교)에서 소작인의 자녀들을 가르치며 농업·
전북 고창의 어느 마을에서 1955년에 태어났다. 일제와 육이오로 훼절된 역사의 상흔을 떨쳐내지 못하고 여전히 앓으며 살고 있다. 전주의 살던 옛 동네에서 꽤 망나니처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더러 소갈머리 없이 술독에 빠져 진창만 밟고 다니던 아들의 청춘 무렵을 지켜보셨던 어머니는 그런 자식이 ‘아그덜 겔치는’ 선생이 된 걸 아주 기뻐하시기도 했다.

교사로서의 품성을 배우고 갖추려 김제평야 끄트머리 금구면 소재의 고등공민학교(정규 중학교에 진학하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 졸업과 고등학교 입시 자격 기회를 주는 학교)에서 소작인의 자녀들을 가르치며 농업·농민 문제를 알게 되고 추후 현직 교사로서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잠시 하게 됨과 동시에 농업·농민소설을 주로 쓰게 된 문학적 천착의 지점을 만나기에 이른다.


학교에서 아이들 만나며 즐겁던 교사 생활 이면에 ‘학교가 이래서는 안 되지 않은가?’, ‘학교가 죽었군’ 하며 교육운동에 발을 내딛고 몸을 부리다 해직되기도 했다.

이제 학교 밖으로 나와 전남 구례의 어느 산속에 토굴을 짓고 어슬렁거리며 텃밭 일구고, 멍때리면서 지낸다. 그 집을 이이재(耳耳齋)라 부르는 건 순전히 내 독선이지만, 자연의 소리에 귀를 더 열어 두고자 하는 탓인 걸 어쩌랴.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해리댁의 망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1986, 학교》(2022)가 있고, 소설집 《오래된 잉태》(2002), 《강진만》(2006), 《푸른농약사는 푸르다》(2019)가 있으며, 미니픽션 창작집 《민규는 ‘타다’를 탈 수 있을까?》(2023)를 냈다. 산문집으로 《다시, 학교를 디자인하다》(2013)가 있고, 2004년 동인 소설집을 내면서 결성된 소설 동인 ‘뒷북’의 일원으로 그동안 아홉 권의 동인 소설집에 작품을 싣고 함께해 왔다.

한상준의 다른 상품

본명:송춘섭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아이들과 즐겁게 뛰놀면서 동화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병태와 콩 이야기』를 비롯해 『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 『오 시큰둥이의 학교생활』 『김 배불뚝이의 모험1~5』 『왕팬 거제도 소녀 올림』 『김 구천구백이』 『마법사 똥맨』 『멋지다 썩은떡』 『잘한다 오광명』 『장 꼴찌와 서 반장』 『수수께끼 소녀』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일기 쓰는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여름의 초상』이 당선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해 아이들과 즐겁게 뛰놀면서 동화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초등학교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병태와 콩 이야기』를 비롯해 『축 졸업 송언 초등학교』 『오 시큰둥이의 학교생활』 『김 배불뚝이의 모험1~5』 『왕팬 거제도 소녀 올림』 『김 구천구백이』 『마법사 똥맨』 『멋지다 썩은떡』 『잘한다 오광명』 『장 꼴찌와 서 반장』 『수수께끼 소녀』 『이야기 숲에는 누가 살까』 『일기 쓰는 엄마』 등 수많은 동화책을 펴냈다. 교직에서 명예 퇴임을 한 뒤 전국의 도서관과 초등학교를 누비면서 아이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흰 콧수염 덕분에 아이들에게 ‘150살 빗자루 선생님’으로 통한다. 하지만 실제 나이는 비밀! 『둘이서 걸었네』는 ‘봄 소녀’ 때 만나 어느덧 ‘가을 소녀’가 된 아내와 함께 환갑을 맞아 떠난 해파랑길 도보 여행기이다.

송언의 다른 상품

1950년대 후반, 한국전쟁의 상흔이 뚜렷이 남은 낙동강 철교가 바라보이는 강촌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반복되는 강물을 보며 문학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성장한 후에도 인간 실존에서 유사한 패턴을 감지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려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 1997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단편 〈뿔〉로 등단했다. 사십 세에 출발한 늦깎이임에도 이후 띄엄띄엄 작품을 써왔다. 오십대 들어 촌철살인 형식의 미니픽션에 매력을 느끼면서 그 장르 작품 활동 또한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 소설집 《건달》, 《날아라 선녀》, 미니픽션집
1950년대 후반, 한국전쟁의 상흔이 뚜렷이 남은 낙동강 철교가 바라보이는 강촌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반복되는 강물을 보며 문학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성장한 후에도 인간 실존에서 유사한 패턴을 감지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려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

1997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단편 〈뿔〉로 등단했다. 사십 세에 출발한 늦깎이임에도 이후 띄엄띄엄 작품을 써왔다. 오십대 들어 촌철살인 형식의 미니픽션에 매력을 느끼면서 그 장르 작품 활동 또한 이어오고 있다. 쓴 책으로 소설집 《건달》, 《날아라 선녀》, 미니픽션집 《진눈깨비》, 에세이집 《바늘구멍으로 걸어간 낙타》, 《기억과 망각 사이》 등이 있다. 한국가톨릭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구자명의 다른 상품

2004년 소설 동인 ‘뒷북’ 창간호에 「다락방과 나비」,「풀벌레의 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소설집 『스캔』을 출간했다. 동인집으로 『그와 함께 산다는 것』, 『롤러코스터』 등이 있다.
늘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다니는 낭만가객 소설가. 어릴 때부터 놀이가 좋아해 소설가가 되었고, 놀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작가. 한 때 부산 서면 한복판에 ‘풍락재(風樂齋)’를 만들어 낭만가객들과 어울려 풍류를 즐기면서 문예지 [문학풍류] 창간을 주도하기도. 주변이 시들해지면 문득 주체할 수 그리움에 이끌려 만주로 훌쩍 떠나기도. 작가에게 만주는 선물과 같은 곳이라고.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장편 『가롯의 창세기』, 『또야, 안뇨옹』,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구기뿔』, 『어떤 우화에 대한 몇 가지 우울한 추측』, 잡감
늘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다니는 낭만가객 소설가. 어릴 때부터 놀이가 좋아해 소설가가 되었고, 놀이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자 하는 작가. 한 때 부산 서면 한복판에 ‘풍락재(風樂齋)’를 만들어 낭만가객들과 어울려 풍류를 즐기면서 문예지 [문학풍류] 창간을 주도하기도. 주변이 시들해지면 문득 주체할 수 그리움에 이끌려 만주로 훌쩍 떠나기도. 작가에게 만주는 선물과 같은 곳이라고.

199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장편 『가롯의 창세기』, 『또야, 안뇨옹』,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구기뿔』, 『어떤 우화에 대한 몇 가지 우울한 추측』, 잡감집 『촌놈과 상놈』 등이 있다.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초기작 『가롯의 창세기』와 교육소설 『또야, 안뇨옹』는 종교와 현실문제 다룬 장편소설로 자유분방한 작가의 본류와는 거리. 그 뒤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니』 『뻐꾸기뿔』 등은 “간결하고 절제된 문장과 서정성으로 운문 같은 소설의 경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명호의 다른 상품

1999년 중편소설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21세기문학』)로 등단. 소설집으로 『숨을 쉬다』 『그만, 뛰어내리다』 『여우』 『무관심 연습』, 장편소설로 『어쩌면, 진심입니다』 『후예들』 이 있다. 소설집 『신의 한 수』로 2022년 김용익소설문학상, 2023년 제1회 백릉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년 ‘심순’이란 이름으로 동화 「가벼운 인사」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비밀의 무게』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했다.

심아진의 다른 상품

충북 영동 출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길고 긴 노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장편 『장미와 들쥐』, 『지독한 사랑』, 『누가 울어』와 중단편 다수를 발표했다.

김혁의 다른 상품

2006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 단편소설 「와인의 눈물」 당선. 영남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식품영양학과 졸업 및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식품영양학과 졸업. 소설집 『와인의 눈물』ㆍ『엄마의 정원』 등 출간. 현 ㈔한국작가회의 소설분과 회원.

배명희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3632712

책 속으로

논의 담수 효과는 대단하다. 비가 많이 오면 담아 뒀다가 서서히 땅속에 스며들어 좋은 지하수를 공급해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동시에 산업화된 농사로 인해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인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 톤 이상의 농약이 한 해에 살포된다. 환경 파괴의 주요인 중 하나다. 농약의 과다 사용을 억제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기계화된 상업 영농을 줄여 나가야 한다. 경숙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지름 안 쓰고 농사 지서 보자고 맘속으로는 혀왔제만서도… 당신, 괜찮을럅뎌?” 힘들지 않을까, 하는 표정을 드러내며 경숙이 동의한다.
---「농민」중에서

무당이 차분하게 말했다.
“젊은 사람이 남 하는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게 아니야. 사람의 생사에 대해 뭘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으나, 남 제사상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고 나서는 게 아니라니까. 여북하면 귀신들이 그럴까. 그건 왜 생각을 못 해!”
무당의 언사가 의외로 완강하고 인간적인 논리에 바탕하고 있다는 데 나는 놀랐다. 그래서 그랬을까. 어느 결에 내 말투가 공손하게 바뀌어 있었다.
“귀신끼리 질투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그럽니다. 서로 화해하고 다정하게 지낸다는 게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가요?”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중에서

하루에 두 번 병원에 다녀오고 시장을 봐 동생 밥을 챙겨 주고 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갔다. 읽으려고 챙겨 온 책은 표지조차 들추지 못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나이에 비례해 시간이 흐른다는 게 사실일까. 그렇다면 남아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어머니도 나도 동생도 커다란 틀에서 보면 모두 조만간 소멸할 존재들이다. 그런데 삶은 왜 이렇게 복잡한 걸까. 십 년이나 오 년. 좀 더 길거나 짧은 시간의 어긋남 때문에 인간은 너무 많은 일을 겪으며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가로등」중에서

지쳤어, 다 놓고 싶어. 그 그림을 그리던 날 밤, 정희는 철우가 잠든 뒤 속으로 수없이 이 말을 되뇌었다. 이튿날 간기능 검사 결과를 알아보러 간 그녀는 의사의 말을 듣고 말이 씨가 되는 게 이런 거로구나, 싶었다. 올 초 간염 진단을 받은 이래 꾸준히 오르고 있던 간 수치가 바로 전번 검사 때에 비해 두 배나 높아져 있었다. 의사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A형, B형 등의 감염성도 아니고 알코올성 간염도 아닌데, 갑자기 이렇게 뛰어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CT 촬영을 해보자고 했다.
---「흔들리며 점 찍기」중에서

장소는 지극한 현실인 것 같아. 움직일 수 없는 계급이기도 하고. 내가 어디 있느냐 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하는 표지잖아? 서로의 몸에서 빠져나와 천장을 보고 있던 지니가 말했다. 쥐 오줌 같은 얼룩이 천장에 무늬를 놓고 있었다. 그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가슴에서 꿈틀거렸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

---「블랑블루, 겨울」중에서

출판사 리뷰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어둡고 낯선 공간,
언젠가는 부서진 별의 잔해가 밤하늘을 날며 빛나길!
- 백남기 농민의 삶 그린 한상준의 「농민」 등 8편 수록


백남기 농민의 삶을 그린 한상준의 단편 「농민」과 표제작 송언의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 등이 수록된 8인 소설집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이 나무와숲에서 나왔다. “힘없이 꺼졌던 생명이 돌아와 반딧불이처럼 빛을 내며 하늘을 날기” 바라며 펴낸 23.5 동인들의 작품집이다.

민중총궐기대회에 참가했다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기 전까지의 백남기 농민의 일상을 1인칭 시점으로 쓴 한상준의 「농민」은 또 하나의 뛰어난 농민문학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귀농해 우리밀 농사를 지으며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 애쓴 백남기 농민의 소탈하면서 담담하되, 가슴속 뜨거운 열정이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동화 작가로 유명한 송언의 단편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은 화자(話者)의 고모와 고모부, 며느리 간의 갈등을 통해 죽은 귀신들의 싸움이 산 사람의 삶을 억압하는 현실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나 귀신의 마음이나 오십 걸음 백 걸음 상간”이라는 무당의 말은 세상사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일깨워 준다.

「와인의 눈물」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배명희의 단편 「노란 가로등」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뇌경색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된 동생의 수발을 들기 위해 개를 데리고 친정에 온 주인공의 힘겨운 일상을 담았다. 인간으로 치면 90세가 넘어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개가 낯선 환경 탓에 더욱 예민해져 밤마다 울부짖는 모습은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이 인간이든 개든 그 누구도 비켜가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가톨릭문학상·한국소설문학상 수상 작가 구자명의 「흔들리며 점(點) 찍기」는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져 무기력에 빠져 있던 주인공이 점묘 드로잉을 배우면서 새삼 깨닫게 된 진실을 말한다. “오늘은 오늘만 살기. 순간순간 찍는 점에 오롯이 집중하기.” 모든 것이 점의 집합이므로. 병원에서 임정희라는, 자기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우연히 만나 인연의 끈을 이어가게 된 것도 결국 점찍기의 하나일 것이다.

‘진짜란 무엇이고 가짜란 무엇인가.’ 떠나간 연인을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강물의 「블랑블루, 겨울」은 결국 우리는 혼자라는 것, 혼자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혼자 왔고 혼자 갈 뿐 아닌가라는……. 가진 것 없고 미래마저 담보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절망과 발버둥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부산작가상·부산소설문학상 수상 작가인 박명호의 「연적」은 ‘나’가 고구려 유적지 탐방을 갔다 오는 길에 북경에서 사가지고 온 개구리 연적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청화백자지만 금와왕 설화를 생각나게 하는 개구리 연적에 반해 설령 가짜라 한들 그만한 가치는 있겠다 싶어 사온 것이나 Y 시인의 집에서 명품으로 보이는 고려청자 연적을 보고 깜짝 놀란다. 그러나 그것 역시 가짜라는 사실을 듣고는 충격을 받는다. 이 세상에는 진짜 같은 가짜도, 반대로 가짜 같은 진짜도 많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프로레슬링장 ‘레슬링코리아’에서 벌어지는 프로레슬러들의 경기를 레슬코 총감독인 ‘나’의 눈으로 조명한 심아진의 「레슬링」은 독특한 소재와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프로레슬러로서의 성공은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잘 때리거나 잘 피하는 것은 ‘프로’가 할 일이 아니다. 잘 때리거나 잘 피하는 게 아니라 잘 때리거나 잘 피하는 ‘시늉’을 훌륭히 해내고, 동시에 그 ‘시늉’에 관중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게 진정한 프로다.”

김혁의 「오키나와 연가」는 오키나와 여행담이자, 일행 중 한 명인 김 선생의 짧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으로 끌려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술집 마담과 하룻밤 쌓은 만리장성이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온다.

작가들은 “늦은 가을, 동인들이 모여 저마다 자신의 별을 부수어 한 권의 책을 펴냈다”며 “언젠가는 부서진 별의 잔해가 밤하늘을 날며 빛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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