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무더위의 원인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정신과의 관계 속에서만 세계에 대해 인식이 가능하다는 상관주의는 인간중심주의를 공고히 했고, 기후위기, 생태위기 등을 초래해 점점 벌도 사라지고 있다. 최전선 사상가들은 이를 깊이 통찰하고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고 행위 해야 하는 이는 개별자이다. 개별자가 책임을 통감하고 윤리적 의무를 다할 때 세계는 본래의 존재를 기꺼이 드러낼 것이다.
첫 에세이집을 내는 김희영 작가는 도시 농부로 두 번째 삶을 살면서 수많은 존재자들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상추 한 잎, 지렁이 똥 같은 존재자를 귀히 여길 줄 아는 아름다운 도시 농부이다. 그 아름다움은 온몸의 체험으로부터 온다. 어쭙잖은 호미질로 지렁이를 두 동강 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개미가 뱉은 쓰레기가 기름진 토양을 가져다주기에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개미의 수고로움에 미안해한다. 불편함을 감수할 때 모든 존재자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온몸을 깨우는 죽비’가 되어 감각하고 체험하면서 반성하고 성찰한다.
그녀는 사라지고 있는 벌을 위해 사계절 내내 꽃 피우는 번거로움을 행한다. 봄에는 송엽국, 봄 내내 피어있는 목마가렛, 이름도 생소한 가랑코에,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국화, 겨울엔 동백을 그리고 저절로 피어나는 민들레나 삼색제비꽃, 클로버, 이름 모를 잡초도 마구 뽑아내지 않는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더 중요한 일을 위해서 선택한 그녀만의 방법이다. 무릇 글 쓰는 이라면 내 안에 편리함과 무사함과 타협 등 이미 마비되어 버린 감각에서 깨어나 행동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 김희영 작가는 오늘도 안락함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본연히 일어나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다. 천천히 느린 걸음이지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