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옥 시인의 디카시 세계는 시적 상상력의 층위에서 이러한 홀론의 존재론에 깊이 부합한다. 이는 한 티끌 속에 우주 전체가 담겨 있고 모든 티끌 또한 그러하다는 『화엄경』의 “일미진중함시방 일체진중역여시一微塵中含十方 一切塵中亦如是”라는 구절과 통하며, 개별 존재가 전체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연기법緣起法의 세계를 소환한다. 사진이라는 찰나의 기표와 문학적 언술이라는 기의가 만나는 디카시의 접점에서, 조향옥 시인은 사물(부분)을 통해 세계(전체)를 읽어내고 세계의 거대한 경륜을 사물의 미세한 결 속에 담아낸다.
조향옥 디카시의 동력은 거대한 세계를 일상의 소우주로, 그리고 심원한 시간을 지금-여기로 소환하는 홀론적 상상력에 있다. 이집트의 아득한 고대 신전에서부터 튀르키예의 셀리메 수도원, 유럽의 고풍스러운 거리와 스페인의 유적지, 그리고 경주의 월정교와 진주의 농협 수매 현장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내딛는 모든 발걸음은 세계와 자아가 부딪치며 빚어내는 서정적 찰나의 기록이다. 셔터가 포착한 정적 위에 포개어지는 시적 언술은 잊힌 유적의 빈 터와 고단한 삶의 현장에 다시 사유의 혈맥을 흐르게 한다.
이렇듯 차가운 유리의 렌즈와 뜨거운 인간의 숨결이 서로를 물고 물리며 빚어내는 의미의 자장 속에서, 대상은 비로소 오랜 침묵의 껍질을 깨고 존재의 이름을 회복한다. 부분 속에 거대한 전체의 경륜을 들여놓고, 부서진 파편 하나 속에서 우주의 온전한 생명을 회복해 내는 조향옥 시인의 디카시편들은, 현대 사회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 서늘하고도 따스한 감각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