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보다가도 지루하다 싶으면 건너뛰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요즘, ‘스킵’할 틈이 없는 소설이라면 이해가 될까? 비건을 지향하면서 삶을 포기하는 인간의 목숨을 구해주는 뱀파이어라니. 인간의 MBTI를 분석하며 인간의 아픔을 어루만져줄 ‘공감력 증강팀’까지 만드는 정성이란! 지금까지 이런 뱀파이어는 처음이었다. 잡스의 ‘메마른 사과’를 대체하는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사과를 꿈꾸는 이들. “내일 지구가 망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뻔한 말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해내는 통찰은 합정동 뱀파이어를 향한 팬심이 생기기에 충분했다. 뱀파이어 소설 장르의 계보가 있다면, 새로운 획을 그을만한 놀랍고 흥미로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