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말이 터져 나온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이 책은 삼십대의, 튀르키예 국적의, 한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이슬람 가정에서 자랐지만 무교인, 고기를 안 먹거나 못 먹지만 먹기도 하는, 여성인, 사회학 연구자이자 배우인, 그러나 고정 직업이 없는, 심지어 서류상의 오기로 오랜 시간 ‘베틀’로 살아온 ‘베튤’의 자기고백이다. 어떤 간단한 문장으로도 자신을 정체화할 수 없어, 어느 자리에서건 스스로를 해명해야 했던 기나긴 부연 설명의 삶을 사회학도로서의 사유와 당사자로서의 간절함으로 적어 내렸다. 이 기록은 마냥 냉정하거나 뜨겁기보다 예민하면 서도 다정하고 절박하면서도 웃프다. 베튤도, 그의 글도, 어쩌면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도저히 깔끔하게 경계 지을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책은 ‘넓고, 커다랗고, 가파른 세상’의 경계에 놓여 있다 느끼는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