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넘어, 감각을 넘어
우리는 만난 적이 없지만, 이제 깨알만 한 점 위에서 만납니다. 다정한 시인들이 손끝으로 자판을 두드려 쓴 시를 여러분은 손끝으로 한 편 한 편 읽겠지요.
예전에 아이들과 시각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점역 대상 도서를 문서 파일로 만드는 작업이었는데요. 오타도 조심스럽지만, 사진이나 그림을 이미지가 떠오르는 글로 설명하려면, 타자를 멈추고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걸리더군요. 바탕 작업이 잘되어야, 점역교정사가 번역하고 교정하여 점자도서를 냅니다. BOS 학생들이 동시를 점자로 옮기다니 무척 자랑스러워요.
특별히 〈무화과〉를 쓴 안학수 선생님은 척추장애로 힘든 삶 속에서 동시집을 4권이나 내셨어요. 생전에 “사람 사이의 아름다움이란 서로 나누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름다움이란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래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구루병에 걸렸습니다. 오랜 치료를 마치고서야 등허리와 팔다리를 펴고 걷게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장애인에게 항상 빚진 마음입니다.
『손끝으로 안부를 묻다』 점역 원고를 인쇄소에 넘기기 며칠 전에 서문 부탁을 받아 너무 놀랐지만, 이렇게 다정한 분들과 가만히 나눌 안부가 있었네요. BTS의 〈Magic Shop〉노랫말에는 “내가 나인 게 싫은 날, 영영 사라지고 싶은 날, 문을 하나 만들자, 너의 마음속에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곳이 기다릴 거야. 믿어도 괜찮아. 널 위로해 줄 Magic Shop”이 나옵니다. 저는 제가 싫을 때, 마음이 괴로울 때, 마음속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마법 공간에서 동시를 읽어요. 동시는 메마른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해 주지요.
우리는 서로 본 적이 없지만, 여섯 개의 점 위에서 마음과 마음의 소리를 나눕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쓴 동시집을 이 세상에게 선물해 주세요. 봄을 넘어, 감각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