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거나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만지고 만져지기 위해서 이 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경험은 낯선 몸과 피부를 맞댄 채 모르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일이다. ‘바라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 가로놓인 광활한 불일치가 있다. 세계의 응시로부터 숱하게 부서져 온 몸의 독특한 에로스가있다. 가장 감미로운 패배들만이 깃드는 보드랍고 환한 안쪽이 있다. 끝없이 지는 이들에게서만 스며 나오는 은밀한 환희 속에서, 맞닿은 두 몸이 점차 풀어져 간다. 이끌리고 매혹되는 것과 패배하고 압도되는 것은 도저히 구분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