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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7
1장 끝없이 잡담만 하고 싶네 11 2장 정확한 말을 찾을수록 상처받을 거야. 혼잣말하게 둘 거니까 29 3장 식당에서 만난 극장과 집에서 차린 식당 47 4장 모르는 걸 모른 채 두기 77 5장 말로만 응원하고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 99 6장 시늉과 행세 127 감사의 말 152 추천의 글 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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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종종 ‘창작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으로 설명하는 걸 보면 식은땀이 난다. 그런 사람이 있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내 예술인 패스를 회수해 가면 어쩌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건 여전히 두렵다. 아무것도 못 만들면 어쩌지?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망하는 생각만 하니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인기가 많다.
두려울 땐 내면보다는 외면. 시선을 돌리자. 잡담을 나누면 기분이 나아진다. 어떤 날은 잡담만으로 충분하기도 하다. 누구와 잡담을 나눌까? --- p.14 「1장 ‘끝없이 잡담만 하고 싶네’」 중에서 관객이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는 어느 방문 공연을 마치고 문득 깨닫는 일이 있었다. 왜 굳이 공연하고 싶은 걸까? 조금 별난 취미를 가졌기로서니 이례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을 곧잘 하지만 일단 답은 얻었다. 공연할 때는 오로지 현재일 수 있다. 그래서 좋아한다. 나는 공연이 끝난 현실을 ‘사후 세계’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때 현실은 과거와 현재로 머리가 가득 차는 곳이다. 무대 위에서는 내가 몇 명이든 무엇이 되었든 현재를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다. 괴리가 적다. 머리가 맑고 공연을 끝내는 것이 아쉽다. 실은 무대에서 집중하면서 딴청을 피우는 것이다. 극장 바깥을 생각하지 않는 건 내 쪽이었던 거다. --- p.44 「2장 ‘정확한 말을 찾을수록 상처받을 거야. 혼잣말하게 둘 거니까’」 중에서 집 가까운 외식이라면 저렴한 한식 뷔페에 가는 편이다. 든든히 먹고 하루를 잘 보내려고 간 풍년식당에는 사정이 있어 이번 달까지만 영업한다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한 편에 9000원. 호들호들 부드러운 애호박과 양배추가 듬뿍 들어간 카레를 천천히 오래 씹었다. 카레와 같은 재료가 고대로 들어가서 더 재미있는 소고기뭇국도 맛(염분)이 진하다. 밥이 자신을 곁들이기를 재촉한다. 여기는 모든 메뉴가 주장(염분)이 강해서 공연 시간은 짧다. 물을 많이 마시고 나선다. --- pp.50-51 「3장 ‘식당에서 만난 극장과 집에서 차린 식당’」 중에서 어릴 적부터 바그루프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만 막상 진지하게 상상하면 시시해질까 봐 상상하는 상상만 하고 마는 것. 이따금 울적한 마음이 들면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생각은 비약한다. 점점 커져서 걷잡을 수 없어진다. 몸은 땅에 있으니, 비약한 생각은 이제 나를 부수려고 추락한다. 삶이 혼란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고무 정원이나 바그루프를 떠올린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고 그저 그 자신이다. --- pp.89-90 「4장 ‘모르는 걸 모른 채 두기’」 중에서 무언가를 응원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요즘은 진도 곱창김과 돌산 갓절임으로 만들었다는 삼각김밥과 씨앗 젓갈, 어떤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응원하고 있다. 보이면 사 먹는다. 새로운 공연 소식이 있으면 무심코 일정을 확인한다. 삼각김밥을 응원한다니? 응원이란 무엇인가 싶다. 오래오래 있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인 것 같다. 너무 멀리 가지 않기를. 물론 아무것도 응원하지 않는 이도 있을 테다. 어떤 일에도 동하거나 내키지 않는 사람. ‘응원합니다’라는 말을 사무치게 공허하다고 여기는 사람. 세상과 부대끼기에 안락한 거리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 같다. --- p.101 「5장 ‘말로만 응원하고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생각지도 못한 괴로움은 따로 있었는데, 좀처럼 진전이 안 될 때마다 가장 즐겁게 푹 빠져서 열정적으로 작업하던 시기가 떠오른다는 점이었다. 나에게도 굴곡이 있다. 최강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 나는 진다.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또 그 생각에 골몰하게 된다. 종종 골몰하다가 집착하게 된다. 무언가에 집착하면 어설피 뚝딱거리게 된다. 뚝딱거리는 사람이 대단히 귀엽지 않다면 상대는 뚝딱거리는 꼴을 빤히 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 p.32 「6장 ‘시늉과 행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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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호응하는 무대처럼
읽는 이를 끌어오는 글쓰기 무대는 한순간 나타났다 사라진다. 같은 제목의 연극이라도 완전히 같지 않다. 무대가 서는 장소에 따라, 그날 무대에 선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누가 관객으로 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김은한의 글쓰기는 창작자의 의도와 관객의 반응 사이에서 언제나 우연에 열려 있다. 단단한 심지를 갖추고서도 꽉 짜인 한 편이 아니라 어쩌다 나누는 잡담처럼 읽히는 김은한의 글은 무대와 닮았다. 이 책은 김은한의 또 다른 극장이다. 혼잣말인 듯 잡담인 듯 말 거는 그의 글을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소리 내어 웃고 책의 여백에 호응하듯 메모를 남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에세이, 희곡, 시, 콩트를 자유롭게 오가는 예술 에세이 언제나 무대를 생각하는 이의 글에서 일상과 무대의 경계는 사라진다. 김은한의 글은 에세이와 시, 희곡과 콩트 같은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시에서 인물들이 빠져나와 희곡이 되고, 에세이 속에서 짧은 콩트가 불쑥 튀어나온다. 한편 김은한은 셰익스피어와 카프카 같은 고전문학부터 판타지 소설, 괴담, 일본의 전통 예능인 라쿠고와 록 음악까지 여러 장르 문화예술의 애호가로서,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글에 녹여 낸다. 독자들은 그의 풍요로운 글에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김은한이라는 인간-극장을 눈꺼풀 안에 심어 보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김은한을 한번 펼쳐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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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탠드업을 막 시작했을 무렵, 하루는 객석에 은한이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사이인데 무대가 끝난 뒤 총총 다가와 내게 극찬했다. 후하게, 행복해지게. 아주 잠시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부럽지 않았다. 매머드머메이드는 내가 아는 최고의 공연 예술 후원자다. 이 책에서도 그 면모가 드러난다. 은한이 스스로를, 동료를 어떻게 북돋는지. 본인은 시늉한다고 하지만, 시늉하는 시늉을 하는 게 뻔히 보인다. 은은한 방식으로, 김은한 방식으로 오래오래 하려고 그러는 거다. 담백한 애(愛)와 엄살이 통통하게 오른 이 책은 지금이 제철이다.” - 원소윤 (작가, 스탠드업 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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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한이라는 인간-극장을 눈꺼풀 안에 심어 보자. 텍스트로 이루어진 이 오묘하고 의뭉스러운 만화경을, 오로지 당신한테 줬다가 도로 뺏으려는 속셈으로만 짜인 이 정교하고 예측불허한 별세계를. 어딘지 무연하고 서글픈 얼굴을 한 사람들. 길을 잃어 놓고도 심드렁하고 태평스러운 사물들. 공연한 심술을 부를 정도로 깊은 그리움을 건드리는 농담들.” - 하은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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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 극장을 돌보기 위해 그의 연극을 찾는다. 대화, 질문, 낭독, 괴담, 콩트, 마임이 뒤섞인 김은한의 1인극은 커뮤니케이션의 코드를 어긋내 머릿속을 초기화하고, 그 어긋남의 지점에서 연극과 연극 아닌 것을 교환하며 극장을 구축한다. 라멘집이 극장이 되고 극장이 집이 되는, 혼잣말에서 시작된 희곡이 다시 “시늉과 행세”로 끝나는 이 책은 김은한의 또 다른 극장이다.“ - 이여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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