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의 서정시
이희영 시세계의 내재적 메타포(metaphor)는 인연이다. 그동안 발간한 아홉 권의 시집 상재를 일괄하여 함축된 서사는 인연이다. 거의 시편 전편에 끈질기게 인연의 서사가 이어진다. 이번 시선집詩選集 역시 주어는 생략되었을지라도 인연에 천착한다. 가히 인연의 집합체이다. 이희영은 이 인연을 운문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대체 인연이란 무엇인가. 인연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흐르는가. 사람은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이어지다가, 어떻게 헤어지게 되는가. 하늘 끝을 치고 온 인연의 실타래는 어디에서 풀려 어디에서 매듭짓는가. 어떻게 인연이 맺어져 어떻게 맺어진 인연을 풀어 떠나게 하는가. 무재봉, 이희영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산이란 인연도 어디에서 와서 살아가는 생명체인가. 보령시 주교면 신대리의 산, 무재봉. 이희영의 첫 인연은 무재봉에 닿아 있다. 무재봉은 그냥 산봉우리가 아닌, 주교면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각주脚註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