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청소년들이다. 도시에 살며 입시 부담에 짓눌리고, 사회문제에 딱히 관심이 있지도 않고, 정의나 인류애 따위에도 그다지 관심 없는 청소년들. 작가는 이 지극히 평범한 청소년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 낸다. 이주 배경을 가진 학생이 20만 명이 된 한국 사회에서 친구 중 한두 명은 이주 배경을 가지고 있을 테고, 네 가정 중 한 가정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한부모가족 또한 낯설지 않다. 우리 사회가 겪은 사회적 참사, 역사적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이거나 이웃의 일일 가능성이 크다.
작가가 세밀하게 그려 낸 한국 사회의 현재가 너무 생생해서일까, 소설 속 인물 하나하나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편의점 혹은 학교 복도에서 만난 친구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사는 현실을 돌아보게 되고, 공감하는 마음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이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