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1)흑돼지는 대개 구이로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제주에서는 예 로부터 돼지를 잡으면 구이보다 수육 형태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았 다. 삶는 방식이 구이보다 자원을 절약하고, 고기의 모든 부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제주 사람들은 돼지를 잡으면 솥에 넣어 삶은 후 고기는 건져 먹고, 내장으로는 순대를 만들고, 남은 육수에는 해초나 야채를 넣어 국을 끊었다. 그야말로 되지 한 마리를 완벽히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조리법은 척박한 환경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제주 사람들의 지혜를 보여준다.도마 위에서 바로 썰어내는 장면은 돔베고기의 문화적 연출이자 맛의 퍼포 먼스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생생한 '즉석성'이 사라진 지금, 돔베고기가 지닌 문화적 맥락과 정체성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통지 돗통1980년대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집돼지를 불 수 있었다. 제주에서는 돼지를 뱀을 막아주는 존재로 여겼다. 돼지는 잡식성이며 몸에 지방층이 많아 독사에게 물려도 큰 피해가 없다고 한 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에서는 돼지를 집 가까이 키우며 '통지' 또는 '돗통'이라는 독특한 돼지우리를 만들었다. 땅이 척박하고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돼지를 통해 잔 반과 배설물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이 때문에 제주 돼지는 '똥돼지'라는 별칭으로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