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인류가 눈앞에서 멸종을 목격한 생물종의 하나다. 그 경험으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세계가 함께 보호하기로 약속한 동물이기도 하다. 정일근은 고래에게서 높고 쓸쓸한 자아를 찾고, 등 푸른 야생을 본다. 그러면서도 고래가 인류의 박해로 절멸의 위기에 이르렀음을 잊지 않는다. 브라이드 고래의 퇴화한 손을 향해 사죄와 화해의 손을 내밀고, 그 고래의 등을 타고 북녘 바다의 청진까지 내달린다. 가요 [고래 사냥]의 청춘의 고래, 세월호의 구원의 고래를 넘어, 정일근은 우리가 사랑하고, 죽이고, 먹어온, 그 고래에게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래서 시인의 시는 우리 시대 고래들에게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