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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언어를 못 알아들을 때보다 더 난해한 일이 있어요. 바로 '나의 언어'를 해석하지 못할 때입니다.분명 내 마음 인데도 알 수 없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요. 이유 없이 눈물이 핑 돌고, 다 가진 것 같은데도 공허하고, 누군가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 입어 며칠을 앓기도 합니다.내면에서 일어나 는 감정의 파동들이 마치 '외계어'처럼 낯설게 느껴져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죠.시시때때로 변하는 내 마음의 언어를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을 때면, 선택지는 두 가지였습니다.모르는 척 외면하든지, 못 알아듣더라도 마주하든지. 통역사가 모르는 언어를 그냥 두면 통역을 할 수 없듯, 나도 나 자신을 모르는 채 내버려 두면 인생을 온전히 살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후자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노트를 펼쳐 뭐라도 적어 내려가 는 방법으로요. 제게 '쓰는 시간'은 엉켜 있는 내면의 언어를 종이 위에 꺼 내놓고 요리조리 순서를 바꿔가며 들여다보는 일입니다.나라는 낯선 세계를 정성스럽게 해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고요. 여전히 무슨 의미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오역을 하는 날 도 더러 있어요. 만사가 귀찮아 다 내려놓고 싶은 날도 있고요.하지만 나라는 세계를 해석하고 기록하는 이 수고스러운 일을 멈추고 싶진 않습니다. '쓰는 만큼 내가 된다'는 비밀을 알아버렸거든요.나의 마음을 통역한 글이 차곡차곡 쌓이자 흐릿했던 마음의 윤곽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가슴이 뛰는지, 걱정을 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하루가 왜 무의미하게 느껴졌는지, 하나하나 정 리가 되더라고요.그간 강연이나 북토크, 댓글로 수많은 기록 친구들을 만나며 삶과 기록에 관한 다양한 사연을 들었습니다. 타인의 고민 에서 마치 거울을 보듯 저의 지난날을 마주하기도 했고, 여전 히 답을 찾아 헤매는 오늘의 저를 만나기도 했죠.그때마다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입안을 맴돌았습니다. 당신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고민들은 결코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 라고, 나라는 낯선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 라 오늘 단 한 줄이라도 써 내려가는데서 출발한다고 말이죠.이 책에는 그 사연들과 함께,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았어요.책장을 넘기며 나와 닮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위로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동시에 나라는 사 람을 이해하기 위해 더듬거리며 써 내려간 제 서툰 기록이 작은 용기로 전해지면 좋겠습니다.얽히고설킨 내 마음의 언어를,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 로 다정하게 통역해줄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라며.#리딩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