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3
그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소년은 바퀴벌레를 기억했고, 자기가 바퀴벌레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해 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나'라고 믿게 된 어떤 것을, 또 다른 사람들이 '그'라고 믿는다고 스스로 믿게 된 그 어떤 것을 혐오한다는걸 깨달았다. 아주 오랜만에 새삼스레, 실제로 자기에 관해 얼마나 아느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누구니, 정말로? 궁금해졌다. 호기심을 품고 거울 속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주 작은 아이였을 떄는, 어머니가 소리 지르기 전에는, 나 자신을 아마도 이런 눈으로 보았겠지. 소년은 자기를 가엾게 여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