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시인의 시는 봄 비탈 밭두렁에서 피어난다. ‘띠띠미 산수유꽃’과 ‘달래, 쑥 향’에 취하고 ‘쓴맛 나던 엄마 젖’을 그리워하다,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자각에 눈물 흘린다. ‘시무나무 이파리, 아프고 고픈 배 쓰다듬어 주던 약손 같은’ 할머니에 대한 그리운 시편들이다. 편편이 시큰거리는 자작나무요, 졸고 있는 외딴집이다. 동시에, 힘든 세상사를 달래주는 묘한 진통제이기도 하다. 서산 붉은 능선에 걸린 흰 보름달이 위무를 선사하는…….
시인은 감정의 격정이 아닌 치유의 능력을 보여 주는 데 탁월한 재주를 드러낸다. 노래의 선율에 대한 후천적 허기와 박자에 대한 본능적 갈증이 뭔지 잘 알고 있다. ‘곽희 화법으로 그리면 곽희의 그림’이 되고 ‘이필 화법으로 그리면 이필의 그림’이 되는 법. 이를 자기 시작詩作의 근간으로 삼은 셈이다.
여기, 봄의 지상에 내려온 별빛이 그의 눈빛을 통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