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5
아니, 아니라니까, 할멈! 나는 이 정원보다 훨씬 먼 곳을 보았다니까. 정원의 나무 그늘 따윈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할멈이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들은 사막, 화강암, 처녀림, 대지의 높 사이에 있으면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이 서로 만나기만 하면 대뜸 어깨에 총부터 올리는 곳이 있다는 것도 할멈은 모르지? 얼어붙은 밤에 지붕도 침대도 이불도 없이 잠드는 사막이 있다는 걸 할멈이 알기나 하냔 말이야··당신은 말했다."어이구, 이런 야만인!"뭔가 생텍쥐페리의 사랑이 느껴지는 할멈과의 에피소드.야만과 낭만, 진리, 위험 사이를 넘나드는 생텍쥐페리의 비행 일상.누군가에게 야만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일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