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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대사전
장유정
두두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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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명심의 이야기
옥동의 이야기
자초의 이야기
해설 「무학대사전」을 읽는 세 개의 키워드
원문

저자 소개 1

성균관대학교에서 「활자본 고소설과 식민지 모더니티」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00년 전 이야기책이 현대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넓게 동서양 고전을 읽으며 단단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딱지 시리즈 1편 『무학대사전』을 현대어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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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40g | 110*183*8mm
ISBN13
9791196456290

책 속으로

“옛적에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조그마한 물건이며 티끌만 한 물건이라도 주인이 주는 것이 아니한 것을 가져오면 죄라고 말씀하신 일이 있는데 주막집 주인 모르게 내 짚신에 지푸라기 하나가 붙어 왔으니 이것도 주인장 모르게 가져옴이라 하나의 죄가 되는 것이 당연함에 나는 이를 알고도 그대로 있을 수가 있으리오.” 하며 삼십 리나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가려 하였더라. 명심은 총각을 보고 “그까짓 지푸라기가 무슨 죄가 되냐”며 여러 번 말렸더라. 총각은 명심의 말을 듣지 아니하며 도리어 명심에게 훈계하였더라. 총각은 신 바닥에 붙은 지푸라기를 떼어 주인에게 전해주러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더라.
--- p.14

개미이며 모든 벌레가 바닥 가운데에 가득 차서 기어가는지라 그런 축생들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함부로 걸음을 걸어가면 모든 벌레가 나의 걸음이 걸어가는 대로 밟혀 죽을 것이오. 그러므로 걸음을 함부로 걷지 못하고 벌레가 없는 곳을 가려서 삼가 걷는 것이오. 그러니 자연히 갈지자 걸음이 되오. 하루에 단 십 리도 못 가게 되는 것이라.
--- p.23

“불초여식(不肖女息)은 살아야 하루라도 더 부모님께 근심만 끼칠 따름입니다. 다른 도리는 없사오니 제가 세상에 살아 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살면 하루라도 더 부모의 얼굴에 똥칠만 하는 셈이니 두 분 부모께서는 불초여식을 생각하지 마시고 죽어서 무주공산(無主空山)에 묻어 주신 양 생각하옵소서. 저는 조그만 허물도 없고 오이 한 개를 먹은 죄밖에 없습니다. 이 누명을 어느 곳에 나가서 호소할 수 있겠는지요.” 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더라.
--- pp.32-33

태조가 노구의 말과 같이 하여 꿈을 다시 찾자 노파는 “서까래 세 개를 가지셨으니 이는 임금 왕(王) 자가 분명하고 서까래를 지고 집에 들어가시자 집이 무너졌으니 반드시 대궐을 지을 것입니다. 쇠북을 쳐 보셨으니 만민 백성에게 경하를 받으실 것이라 임금이 되실 꿈이 분명하오니 장군은 임금님이 되실 것입니다. 그러하오니 이 뒤에 있는 설봉산 토굴에서 공부하는 무학대사가 도력(道力)이 장한지라 장군께서는 무학대사를 찾아 의논하시면 임금이 되시는 데 어렵지 아니할 것입니다. 이 노구의 말을 잊지 마시고 무학대사를 찾아가소서.”라고 하였더라. 그러고는 어느새 그 자리에는 집도 없고 노파도 없는 인홀불견(因忽不見)이었더라.
--- p.45

태조대왕의 제안을 좇아 천제(天祭)를 지내니 과연 그날 밤에 때아닌 눈이 내려서 성 쌓을 자리를 표시하였는데 노장봉을 성 밖으로 두고 눈이 왔더라. 무학대사는 할 수 없이 한탄만 하고 성 밖으로 노장봉을 두고 성을 쌓았더라. 눈이 내린 자리에 성을 쌓아 왕도 이름을 ‘설울(雪城)’이라 하였는데 지금은 오래되어서 ‘서울’이 되었더라.
--- p.55

1900년대 인쇄술의 발전으로 책 제작이 쉬워지면서 서적상들은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출판하려 했다. 독자들은 오락물로서 이야기를 소비했다. 무학대사는 실제 역사에 존재한 인물이었다. 변계량, 이색의 기록에 의하여 무학대사는 왕사의 공덕이 있는 자로 편집되었다. 민간에선 무학대사를 두고 여러 상상을 덧붙였다. 역사적 무학대사, 편집된 무학대사, 상상 속의 무학대사가 모여 ‘무학대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딱지본 『무학대사전』이다.
--- p.67

불교의 인과설은 기계적 결정론처럼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법칙 속에서 설명되지 않는다. 인과설은 ‘인과응보’의 형태이다. 원인과 결과라는 합리적 발상보다 당위적 발상을 더 중시한다. 가치판단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인정머리 없는 개미는 열심히 겨울에 먹을 자기 식량만을 모은다. 온정이 가득한 베짱이는 자신의 식량을 힘없는 다른 곤충에게 나누어준다. 기계적 결정론에 의하면 개미는 겨울을 풍족하게 보내고 베짱이는 혹독한 배고픔에 시달린다. 인과설에 의하면 몰인정한 개미가 비축한 식량은 강물에 떠내려가고 베짱이는 하늘의 도움으로 나누어준 식량의 두 배를 보상받으며 겨울을 보낸다.

--- p.76

출판사 리뷰

“『무학대사전』은 딱지본으로 명명되는 문학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형식에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모듈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각각 독립되면서 전체를 이룬다. 전통적인 이야기성을 극대화시킨 방식이면서 숱한 이야기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융통성을 지녔기에 포스트모던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영화적인 교차서술은 또 어떠한가. 근대문학이 게을리했던 어떤 면모를 찾을 수 있는 예가 여기 있다.” - 추천사 中

100년 전 서로 다른 문체가 각축을 벌이고 신사상과 전통적인 사고가 충돌하던 문학장. 그러니까 아직 근대문학이라는 ‘표준’이 성립되기 이전의 문학장에는 다채로운 문학적 실험들이 행해지고 있었는데, 그 속에 딱지본 소설도 자리한다. 딱지본 소설은 싼 가격에 ‘딱지’처럼 화려한 표지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용에는 신소설류의 새로 만든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고소설이나 떠도는 민간 설화를 모아서 윤색한 것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발행자가 저자인 경우도 많았는데, 딱지 시리즈 1편 『무학대사전』도 그러하다.

『무학대사전』은 서사의 흐름이 필연적이지도 않고, 하나의 핵심 주제를 향해 달려가지도 않으며, 중간중간 서술자가 끼어들어 감정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기도 한다. 언뜻 난잡하고 느슨해 보이지만, 이것은 오히려 이야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생각지도 못한 전개가 가능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또 서술자의 과잉된 목소리는 독자들이 이야기 속으로 동참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상상력과 다양성, 들끓는 감정이야말로 당대 대중이 욕망하던 바와 긴밀히 연결되지 않을까. 오늘날 딱지본 소설을 다시 펴내는 이유도 이와 연결된다. 특정 인물의 내면에만 한정되지 않고 더 많은 인물의 목소리에 연결되려는 노력이자, 정전화된 이야기들 너머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이야기의 확장은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확장이며, 이는 곧 우리 삶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넓혀주기 때문이다.

딱지 시리즈 1편, 무한증식하는 이야기 『무학대사전』
‘배신’과 ‘믿음’ 사이를 왕래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사연


무학대사는 출생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지 않은데, 오히려 이 불확실함은 이야기가 생산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당시 승려가 되던 이들 중에는 신분이 낮거나 기구한 사연을 지닌 이들이 많았는데, 무학대사의 이야기에도 이러한 사정과 대중의 상상력이 섞여들었다. 조선 건국에 기여하고 왕의 스승 자리에까지 오른 미천한 출신의 무학대사 이야기에는 이처럼 식민지 시기 대중의 염원과 욕망이 담겨 있다.
무학대사가 겪게 되는 ‘배신’과 ‘믿음’이라는 두 항 또한 종교적 차원을 넘어서 대중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매일매일 겪게 되는 고난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품게 되는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무학대사전』인 것이다. 이렇듯 겉보기에 한 인물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소설에는 사실 여러 인물-대중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무학대사를 어떤 인물로 읽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 전 대중의 욕망 속에서 과연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한 독자들은 당장 『무학대사전』을 펼쳐보시라!

“『무학대사전』은 누군가에게 배신이 아무리 쓰라려도 분명 견딜 수 있다는 위안의 이야기로 읽힌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풍수지리에 밝았던 역사적 인물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대사(大師)가 힘쓰면 대사(大事)를 성공한다’는 말장난에 미소를 지을 것이다. 혹은 분기탱천할 용납 못 할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무학대사전』의 객담은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고양된 감정과 공감을 일으킨다. 무궁무진하게 더 할 말이 있다면 이미 당신도 『무학대사전』의 이야기 속에 빠진 것이다.” - 해설 中

넘쳐나는 상상력 속 끝없이 이어지는 세속의 이야기, 두두 딱지 시리즈

두두 딱지 시리즈는 ‘너저분하고 잡스러운 세속의 이야기’를 모토로 현대 독자들이 읽기 쉽게 딱지본 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해 선보인다. 지금 말로 바꾸되 ‘낭독/음독’된 딱지본 소설의 특징을 고려해 종결어미는 옛 표현을 따르는 등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딱지본 소설은 20세기 초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았으나 이후 근대소설에 미달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문학장에서 잊힌 작품군이다. 딱지 시리즈는 근대소설의 규범과 기준에 얽매여 우리가 잃어버린 이야기와 그 속에 담겨 있는 정제되지 않은 욕망들에 주목했다. 이 ‘미달’의 이야기들 속에 ‘넘쳐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 그리고 상상력은 100년 전 독자들이 그러했듯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들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그러나 불완전하고 모자란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편의 완전하고 완벽한 이야기가 아닌 시리즈로 구성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딱지 시리즈는 ‘이야기의 한계는 이야기로 채운다’는 마음으로 작품 리스트를 쌓아 나가고자 한다.

추천평

지금의 근대문학은 정전화된 체계다. 근대문학이 표준적인 문학 교과서로 확립되기 이전 문학 현장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옛것과 새것이 충돌하고 서로 다른 문장과 문체가 각축을 벌이고 새로운 사상과 전통적인 사고가 부딪치면서 문학장場은 다채로웠고 가능성으로 팽창되었다. 이 가능성이 실험되던 때에 딱지본이라는 일군의 작품들이 있었다. 허나 많은 딱지본 작품들은 근대문학 기준에 미달된다는, 지극히 근대적인 관점에 의해 부당하게 독자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무학대사전』은 이 시기 딱지본으로 명명되는 문학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형식에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 모듈식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은 각각 독립되면서 전체를 이룬다. 전통적인 이야기성을 극대화시킨 방식이면서 숱한 이야기를 끼워 넣을 수 있는 융통성을 지녔기에 포스트모던하다고까지 할 수 있다. 영화적인 교차서술은 또 어떠한가. 근대문학이 게을리했던 어떤 면모를 찾을 수 있는 예가 여기 있다. - 최경열 (번역가, 『기록자의 윤리, 역사의 마음을 생각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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