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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나오는 왕도둑은 날마다 시장에 가서 떡이나 훔쳐 먹고, 마님 비녀를 슬쩍 빼 가는 조무래기 도둑놈이었습니다. 양반처럼 늘 커다란 갓을 쓰고, 새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비단신을 신고 다녔는데 모두 훔친 물건들이었지요. 하루는 도둑놈이 시장에서 대감댁 아가씨 노리개를 훔치다가 들켜서 사람들에게 쫓겨 도망가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도망가다가 어느 초가집에 숨어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집에는 온통 책만 가득했습니다. 도둑놈은 그곳에서 신기한 ‘도둑 귀신’ 이야기가 담긴 책을 훔치게 되고, 길에서 만난 거지 양반으로부터 책 내용을 듣게 됩니다. 책을 통해 원하기만 하면 뭐든 훔쳐다 주는 ‘도둑 귀신’의 힘을 얻게 된 도둑놈은 그때부터 세상의 온갖 보물을 다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도둑놈이 가지지 못하는 물건은 오직 하나! 이 세상에 그런 게 있는지 알지 못하는 물건뿐이었지요.
이런 신기한 능력 덕분에 도둑놈은 도둑놈들 사이에서 ‘왕도둑님’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왕도둑 집에는 전국 곳곳에서 몰려든 별의별 도둑놈들로 늘 바글바글했습니다. ‘도둑 귀신’이 가져다준 보물들을 몰려든 도둑놈들이 슬쩍 훔쳐가는 일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지요. 일이 이렇게 되자, 왕도둑은 자기 재물을 어떻게 지킬까 늘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도둑 집에 찾아온 늙은 도둑에게서 ‘집 지키는 귀신’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옛날 어느 집에 구두쇠였던 할멈이 살았는데, 죽고 난 뒤 집 지키는 귀신이 되어 그 집 물건을 절대로 집 밖으로 못 가지고 나가게 한다나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왕도둑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냅니다. 도둑 귀신에게는 물건을 훔쳐 오게 하고, 집 지키는 귀신에게는 내 집을 지키게 하면 세상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제 왕도둑 집에는 도둑 귀신과 집 지키는 귀신이 살게 되었습니다. 집에 찾아온 도둑들이 물건을 슬쩍 훔쳐가려고 해도, 집 지키는 귀신이 지키고 있으니 물건을 절대로 집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없었지요. 신이 난 왕도둑은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배가 출출해져서 먹고 싶은 음식을 줄줄이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도둑 귀신이 그 음식들을 척척 가져다주었지요. 하지만 왕도둑은 그 음식들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입고 있던 옷도 모두 벗겨지고, 이불도 덥을 수 없었지요. 그 모든 물건이 훔쳐온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왕도둑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자신이 흘리는 눈물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왕도둑은 알몸 거지가 되어서야 집 밖으로 달아날 수 있게 되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