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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아! 5월이군요 고애신처럼 지붕 위를 날고 싶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불면 가갸거겨의 성장사 어제 자살한 사람 유리문 닦는 남자 이런 슬픔 소녀와 담배 2050년, 어느 진화 생물학자의 일기: 반사의 진화 빛으로 더 가까이 2부 킬리만자로의 나비 빈틈 어떤 날 고해성사 출근길, S-22 지하철 역사 건배사 불쑥 발굴 예술은 예술인가 한겨울 밤의 꿈 다시 쓰는 풀꽃 세모 네모 ‘흑인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생애’를 읽다가 칼의 의무 아픈 날이 많더라도- 꽃보다 고운 20대를 위하여 3부 이 남자의 사는 법 장미 아프로디테 봄 연애의 정석 사랑에게 얼굴 오빠 슬픈 계절에 우리 만나요 김남주 시인에게 가는 길 그 겨울의 일주일 빛빚: 이 빛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4부 글 배꼽 실존: 존재의 방향 마태복음 6:14-15을 묵상하다 산문이 시에게 너, 철봉 위기와 기회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는 그 ‘길’에 대한 각주 어떻게 할까 설악산 흔들바위 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이에게 당신 5부 어머니 전상서 역사의 빛깔 동작동 민족묘지 삼전도의 겨울, 그대에게 뒤쥭박쥭 우리 임금 그리운 저녁 그분 조선여인 이갑례 윤심덕의 마지막 노래 백령도 가는 길 천리마 에필로그 미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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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시인은 아닌
저자는 직장을 다니는 보통 사람이다. 저자의 말대로 “출퇴근 시간 오가면서, 출장길에, 책을 보다가, 가끔은 불면을 다독이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담아” 붓 가는 대로 쓴 시들이다. 당연히 시의 소재도 ‘회사일, 지하철, TV프로그램, 책, 대중가요’ 등 대한민국 보통사람의 하루다. 이미 시집을 집어든 독자라면 ‘오호, 내 이야기이네’라고 할 것이다. 일상을 노래한 시들. 하지만 우리가 이 시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이 시집이 가진 특별한 미덕- 지지부진한 일상을 깨뜨리는 파동과 도약이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시 친구 한 사람 옆에 두는 것, 괜찮은 일일 것이다. 「유리문 닦는 남자」, 「소녀와 담배」, 「한겨울 밤의 꿈」, 「불면」 등이다. 넘어지나 엎드러지지 않는 저자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넘어지나 아주 엎드러지지 않는 인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어려움을 겪는다. 하루치 상처에서부터 치명적인 병에 이르기까지 생노병사의 이야기를 피해갈 수 있는 인생은 없다. 슬픔, 낙심, 악, 죽음, 배제… 호흡이 있는 인생이라면 누구나 삶의 굴곡진 주제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데, 시는 이런 시간들을 견디는 법을 알려준다. 혹여 넘어지는 일은 있더라도 아주 거꾸러지지는 말자고 한다. 회복과 희망, 빛으로 가자고 한다. 「어제 자살한 사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세모 네모」, 「설악산 흔들바위」, 「위기와 기회」 등이다. 오늘도 계속되는 사람들은 지지부진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신기루일 뿐, 결국 도달하게 되는 곳은 시시포스의 일상이다. 삶의 궤도를 벗어나 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을 바라지만 쉽지 않다. 장적의 시는 이처럼 하루, 일주일, 1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바위를 굴려야 하는 시시포스의 후예들에게 건네는 위로다. 겸손히, 정성껏, 성실하게 그 시간들을 살아가자고 한다. 그리고 멀리, 삶을 견디게 하는 빛을 찾자고 한다. 「길고도 깊은 골짜기를 지나는 이에게」, 「아픈 날이 많더라도」, 「이 남자의 사는 법」, 「가갸거겨의 성장사」, 「장미 아프로디테」 등이다. 그리고 질문 장적의 시는 위로이지만 질문이다. 질문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 질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이웃에 대해, 역사에 대해 묻는다. 선과 악, 옳고 그름, 빛과 어둠 사이에서 잘 살고 있는지 묻는다. 그는 독자에게 “각자의 감성과 도덕적 좌표, 정치적인 감각에 따라 울음이든 분노든 편한 대로” 시집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고애신처럼 저격수가 되어 정확히 목표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도 좋고, 혹은 총포를 잠시 내려놓고 술을 한 잔”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역사의 빛깔」, 「고애신처럼 지붕 위를 날고 싶었다」, 「동작동 민족묘지」, 「삼전도의 겨울, 그대에게」 등이다. "시 제목에 나오는 “길고도 깊은 골짜기”는 C.S. 루이스의 『스쿠르테이프의 편지』에서 가져온 문장입니다. 아프지만 참 아름다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곳이 골짜기라면 언젠가 분명 끝이 있을 터. 그 골짜기의 끝을 상상하며 시를 지었습니다. … 이 땅 모든 상처 입은 가슴들에 평화의 꽃이 피기를 기도합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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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여러 손을 거쳐 아픈 손가락으로 쓴 시들이 내게 왔다. 반 쯤 읽다가 무심코 뜰에 나갔더니, 봄이라 상사화 푸른 잎이 빼곡히 올라오고 있다. 나는 안다, 그 푸른 잎들이 죽고, 곧고 높은 대공이 솟고, 그 끝에 꽃이 달린다는 것을. 다시 방으로 돌아와 나머지 반을 읽었다. 그때부터 눈앞에 자꾸 상사화가 어른거렸다. 곧고 높은 대공이 솟고, 곱고 단아한 꽃이 피길 바란다. - 김용규 (철학자,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신』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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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상황 논리에 매달리는 전전긍긍이 없지는 않다. 또한 ‘노래’의 길을 벗어나 ‘산문적 웅변’으로 가려는 어색한 일탈을 빚기도 한다. 하지만 도대체 식상할 틈이 없다. 모든 발상이 독창적이다. 그리고 세상의 관성과 싸우는 이 절절한 악전고투의 기록이라니! 금세기의 문명을 통과하는 생명체가 나날이 겪는 긴장의 흔적을 이만큼 진정한 운율로 담는 예는 흔치 않다. 시야도 넓고 여백도크다. 지루한 반복과 관행으로 가득 찬 일상의 늪을 단번에 전복하는 반전의 솜씨는 천부적이다. 나는 시를 읽다가 여러 대목에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오빠」, 「빈틈」, 「불쑥」, 「이 남자의 사는 법」 같은 짧은 절창들은 특히 잔상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김형수 (시인, 『문익환 평전』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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