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서는 역설(Paradox)이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로 시작해 “모든 것이 헛되도다”(전 12:8)로 끝나지만, ‘모든 것이 헛되다’는 전도자의 말만은 헛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크레타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다”라는 크레타 사람의 말만은 거짓이 아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전도서는 수도사들에게 ‘선하고 거룩한 것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수행규칙을 말로 전하는 수도원장의 말과 같다. 역설은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의미한 것도 아니다. 수도원장이 말로 전한 수행규칙과 크레타 사람의 말은 말이 아니지만, 말보다 더한 말이다. 갈 길을 지시하는 이정표다. 위험을 알리는 경보음이다. 미몽을 깨우는 호루라기 소리다. 전도서가 바로 그렇다. 따라서 말미에 돌연 등장하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전 12:13)라는 준엄한 가르침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것은 말보다 더한 말이고, 이정표이고, 경보음이고, 호루라기 소리다. 양치기가 양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부는 한 줄기 휘파람이다.
『지혜의 언어들』에서 김기석 목사는 전도자가 선포한 역설과 이정표와 경보음과 호루라기 소리와 휘파람의 의미를 지혜의 언어로 풀었다. 한 올 한 올 풀었다. 지혜도 본디 말이 아니다. 고요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때로는 선지자의 예언으로, 때로는 시인의 언어로도 얼굴을 언뜻 내밀지만, 결국은 행동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그 어떤 것이다. 봄날의 햇살 같고, 가을날 바람 같은 그것을 두 손으로 꼭 붙잡아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았다.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 그것이 인간의 말과 어떻게 다른지를 진정 아는 이만이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작업이다.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