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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무죄 漢字無罪, 한자 타자기의 발달사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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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기 여기에는 알파벳이 없어요
제1장 현대성과 맞지 않다
제2장 수수께끼 풀기 같은 중국어
제3장 획기적인 기계
제4장 키 없는 타자기를 뭐라고 부를까
제5장 한자문화권 지배
제6장 쿼티는 죽었다! 쿼티 만세!
제7장 타자 반란
결론 중국어 컴퓨팅의 역사와 입력 시대를 향하여

저자 소개 2

토머스 멀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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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S. Mullaney

존스 홉킨스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2006년부터 스탠퍼드대학교의 중국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젊은 학자로서, ≪학위논문 리뷰(Dissertation Reviews)≫의 수석 편집인이기도 하다. 어셔상, 국립과학재단 펠로십상, 구겐하임 펠로십상, 의회도서관 펠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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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상과대학 및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우그룹 시절에 (주)대우전자의 마지막 대표이사였고, 그 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했다. 번역한 책으로는 『한자무죄, 한자 타자기의 발달사』, 『도서 전쟁』, 『흥미로운 무선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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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866g | 153*224*30mm
ISBN13
9788946073074

책 속으로

이 언어 개혁가들이 중국어의 언어 현대화에 대해 품은 의문은 루쉰과 천두슈가 옹호하던 것과 같은 극명한 이분법, 즉 현대에는 한자가 존재해야 하는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가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주장은 훨씬 방대하고, 더 열렸으며, 그래서 더 복잡한 의문이었다. 현대 시대, 그리고 특히 현대 정보 시대에서는 한자가 어떻게 될까, ‘정보 시대’ 자체가 이 과정 중에 변형될까 하는 것이 매력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존재해야 하는가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가’ 하는 것은 중국 언어 현대화의 주요 질문이 아니었다. 중국 언어 현대화에 대한 질문은 바로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 p.27~28

이 책에서 우리는 19세기와 20세기의 중국어 언어기술적 개혁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눈에 보이는 영역, 바로 중국어 타자기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현대 정보 기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잘못 이해된 발명들 중 하나인 이 기계는 (대상물로서든 비유로서든 간에) 기술의 사회적 건축물, 사회적인 것의 기술적 건축물, 그리고 중국어 쓰기와 세계적 현대화 사이의 염려스러운 관계를 보여주는 뛰어난 선명도를 가진 역사의 렌즈이기도 하다.
--- p.38~39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중국이 지구상 최대의 IT 시장일 뿐 아니라 전자 글쓰기 시대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성공적인 글을 가진 나라이다. 중국어가 비알파벳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19세기 이후 알파벳과 비알파벳 사이에 ‘기술적 심연’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인정하면 이 심연에서 우리가 완전히 놓친 무엇인가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책에 하나의 중심 요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동안 형태가 잡혀진 대단히 중요한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기술적 심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의, 기념하는 식의, 영향 중심의 기술역사로는 파악할 수 없는 것을 찾아서 말이다.
--- p.42

이 과정이 시도될 때마다 이 개념의 알고리즘은 똑같이 생동감 없는 결론으로 사람들을 끌고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결론에 도달했다고 믿게 만든다. 이 중국어 타자기의 어마어마함은 심사숙고해야 할 만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그렇다고 하니까 사실처럼 느낀다. 우리가 어지러움을 느끼는 원인은 중국어가 아니라 이런 개념의 알고리즘이다.
--- p.64~65

상상 속 중국어 타자기를 이해하려면 이 ‘중국어 타자기’라는 한 쌍의 단어에서 ‘중국어’ 부분에는 덜 관심을 가지고 ‘타자기’ 자체와 관련한 초기 서양 개념에 대해서는 훨씬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왜냐하면 유럽과 미국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타자기 같은 기계를 통해 자신들의 언어에뿐만 아니라 비서양, 비라틴, 그리고 특히 비알파벳 문자에까지 깊이 뿌리박은 의견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판’과 ‘키’가 ‘타자기’에 대한 이해에서 떼려야 뗄 수 없게 된 역사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 p.65

이들 각 수수께끼에 대한 해결책은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어색하게 발견되었다. 유대어는 ‘후진하는’ 영어, 아랍어는 ‘흘려 쓴’ 영어, 러시아어는 ‘글자가 다른’ 영어, 태국어는 ‘글자가 많은’ 영어, 프랑스어는 ‘악센트가 있는’ 영어 등등이 되었다. 여러 면에서 달랐지만 아랍어, 유대어, 태국어는 근본적인 의미에서 타자기 및 그 타자기가 대표하는 언어기술적 현대성과 어울렸다. … 대신 그들은 모든 물질적·상징적 자원을 끌어모아서 중국 문자 자체를 가차 없고 다면적으로 훼손하는 작업, 즉 일종의 언어기술적인 중국어 배제 행위에 착수했다. 이 시점부터 ‘불가능’이라는 중국어 타자의 모든 책임의 무게를 짊어진 것은 싱글 자판 형식이 지닌 한계가 아니라 중국 문자였다.
--- p.92

이로써 중국어 타자기에 대한 추구가 데벨로 셰필드 작업과는 전혀 다른 동기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셰필드는 대필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어 타자기를 추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중국어로 통신문을 작성할 때 중국인 직원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함이었다. 저우허우쿤도 같은 목적을 추구하겠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조국과 언어를 현대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 p.187

전반적인 어조는 비극적인 코미디로, 재주 있고 젊은 중국 학생이 돈키호테식 야망 때문에 성과 없는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었다. 치쉬안의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 영역에 들어오자 좀 더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1917년 ≪워싱턴 포스트≫에는 새롭게 특허 낸 중국어 타자기 모델(치쉬안의 기계일 가능성이 아주 많은)에 대한 기사가 게재되었는데, “최신의 발명”이라고 제목을 단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는 이 새로운 기계를 ‘춤추는 라디에이터 인형’과 ‘도둑을 위한 쥐덫’ 같은 엉터리들과 함께 다루었다. 이처럼 업신여기는 듯한 어조가 그 후 여러 해 동안 만연했다.
--- p.205

이런 다양한 언어기술적 현대화는 그 나름의 타협과 함께한다. 이런 통일과 ‘어느 문자도 버리지 않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자들을 우선 조각들로 부수어야 했고, 문자가(심지어 사랑받는 붓질까지도) 중국어 글쓰기의 존재론적 바탕을 이룬다는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그 대신 획과 문자는 자신의 왕좌를 한때는 분류학적·어원적 실체였으나 이제는 중국어 글쓰기의 생산적인 ‘뿌리’로 재구상된 ‘부수’에게로 이양해야 했다. 이런 존재론적 혁명은 필연적으로 일상 용법 모델이 한 번도 조바심 내본 적 없는 정치, 즉 기계적 재생산 시대의 중국 미학의 정치를 불러왔다.
--- p.207

사람들은 중국어가 타자기에 맞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타자기는 언어를 위해 창조되었다. 한자가 타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타자기에 맞지 않다고 해서 한자를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신발에 맞추려고 발가락을 자르는 것’과 같으며 한없이 더 불합리할 뿐이다.
--- p.207

아마도 중국어 타자기가 ‘타자기’로 개념화되지 않았다면, 그 대신 ‘책상 위 이동식 입력 기계’ 또는 더 크고 세계적인 현대 정보의 역사에서 분리된 다른 틈새장치로 묘사되었다면, 그것과 ‘진짜’ 타자기가 끊임없이 비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계는 타자기였고, 그 결과 넓고 세계적인 틀 안으로 피할 수 없이 빨려 들어갔다. 이 시기 동안 중국어 타자기와 ‘진짜’ 타자기 사이의 긴장은 확연했다. 정부, 사업, 그리고 교육이라는 중국어 환경에서 작동하고 전진하기 위해서 중국어 타자기는 중국어에 대한 실세계에서의 필요성과 실용성에 완벽히 맞출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타자기’로서 어떤 기계가 그 명칭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권한을 가진 바깥세상에 의해 ‘타자기’라고 읽혀야 했다. 중국어 타자기, 그리고 더 넓게 중국어 언어 현대화는 두 가지 불가능성 사이에 붙잡혀 있었다.
--- p.219

나중에 생각한 것이었든 발명 과정의 촉매제였든 간에, 일본어 기계 발명가들은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시장이라는 프로젝트의 커다란 열망과 이해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일본 발명가들이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더 넓은 중국어-일본어(곧 중국어-일본어-한국어) 시장을 위해 개념화했다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중국어 시장은 발명가의 마음에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주었고 일본어의 간지 기계가 이론상 중국어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전망을 보여주었다.
--- p.272

20세기 상반기 동안 ― 특히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 동아시아 정보 기술의 역사는 어쩌면 국가적 영역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우리 이야기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했다. 슈퍼라이터는 일본산 기기였지만 그 설계에 깔려 있는 언어적·기계적 원리와 함께 그 개발을 촉발했던 동기는 이제까지 우리가 조사한 중국어 타자기의 깊은 역사로부터 떼려야 뗄 수 없었다.
--- p.302

하지만 현대 정보 기술의 세계 역사 속에서 중국이 가진 위상(이 연구에서 우리가 그려온 위상) 덕분에 쿼티는 ‘타자하는 대로 찍힌다’라는 식으로 사용되지 않으며 사용될 수도 없다. 그 대신 중국에서 쿼티 자판은 1950년 이후 줄곧 중국 컴퓨팅과 문서 작성 양쪽 모두에서 핵심적이었던 인간-기계 상호작용의 한 형태인 ‘입력’ ― 중국어로는 수루(輸入) ― 의 맥락에서 사용되었다. 사용자들이 건반 위 부호와 화면 위 부호 간의 일대일 대응을 가정하는 다른 세계의 ‘타자’와 달리, 중국어 입력에서는 그런 동일성을 가정하지 않는다.
--- p.309

이 시점에 이르면 독자들은 틀림없이 앞의 이야기에서 다루었던 것이 확실히 사라졌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중국어 타자기는 어디로 갔지? 아마도 이것은 우리가 드디어 이 희망 없는 기기를 포기하고 현대 중국 문자의 진정한 기계적 구세주인 개인용 컴퓨터 ― 한자를 알파벳과 비알파벳 문자로 갈라놓은 ‘심연’으로부터 구제한 ― 에 관심을 돌리는 순간이 아닐까? 사실 이 장의 이야기는 정확히 반대이다. 입력의 탄생 ― 현대 중국이 세계 최대의 IT 시장과 역동적인 소셜 미디어 환경의 토대를 마련한, 혁명적이고 새로운 인간-컴퓨터 간의 상호작용 ― 은 전산과 전혀 관계가 없었다. 역사상 최초의 입력 시스템은 사실 1940년대 세상에 나온 실험적인 중국어 타자기로, 이는 자판을 보유한 최초의 중국어 타자기였다.
--- p.314~315

밍콰이 타자기를 만들면서 린위탕은 레밍턴과 언더우드 같은 종류와는 다른 기계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저우허우쿤, 수전둥, 치쉬안, 그리고 로버트 매킨 존스가 내놓았던 접근법으로부터도 벗어났다. 린위탕은 기입 자체를 검색의 과정으로 바꿈으로써 기계적 기입이라는 행위를 바꾼 기계를 발명했다. 밍콰이 중국어 타자기는 ‘검색’과 ‘쓰기’를 역사상 처음으로 합쳤고, 입력 또는 중국어로는 수루(輸入)라고 일컫는 인간-컴퓨터의 상호작용을 기대하게 했다.
--- p.319

천리푸는 왕희지가 서예의 현자였지만 이 진 왕조의 ‘선배’는 무엇인가를, 즉 ‘획’ 이전에 무엇인가가 있는데 그것으로부터 모든 획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점(點)이다. … 획은 한자의 근본 요소가 아니었다. 천리푸는 자신이 부호화된 전신의 전송을 잡거나 더 효율적인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고대의 오류들을 바로잡았다고 보았다. 그것은 마치 천리푸가 왕희지가 잘못된 길을 들어서기 전으로 돌아가 중국 글쓰기의 잃어버린 도(道)를 다시 찾고 오랫동안 미뤄온 탐험을 새로 하는 것 같았다. 왕희지는 정말이지 문자 그대로 점을 놓쳤다.
--- p.330~331

린위탕의 부호이론을 사용하든, 창힐수입법의 부호 시스템을 사용하든, 또는 소우거우, 구글, 그리고 기타 등등이 채용한 병음을 사용하든 간에, 입력은 실질적으로 가능한 접근법, 규약, 그리고 부호 시스템의 무한한 다양성을 아우르는 인간-기계 상호작용의 새로운 형식이다. 밍콰이 타자기는 1930년대에 개발되고 1940년대에 출시된 타자기로서는 실패했다. 하지만 밍콰이 타자기는 입력과 인간-기계 상호작용의 새로운 형식으로서 린위탕 자신이 거의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중국어 정보 기술을 변형시켰다.

--- p.359

출판사 리뷰

문자 기반의 중국어 글쓰기는 기술적으로 불합리하거나 후진적인가?
19세기 언어기술적 현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자의 좌충우돌기


타자기는 그저 단순한 발명품이 아니다. 타자기의 등장은 모든 세계 언어의 사고방식을 물질적·개념적·재정적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타자기의 등장으로 한때 풍부했던 언어기술적 상상력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알파벳 보편주의라는 단일 문화가 전 세계에 뿌리내렸다. 그 결과 세계 유일의 표의문자이자 4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자는 자신만의 타자기를 찾기 위해 한 세기에 걸쳐 외로운 항해를 펼쳐야 했다.

한자는 소리-의미-형태의 3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어를 활자로 옮기기 위해서는 이 외에 언어기술적 요소도 필요하다. 중국의 학자들은 소리-의미-형태에서 변화를 찾는 데에는 훈련이 잘 되어 있었던 반면, 언어기술적 영역의 변혁에 대해서는 덜 준비되어 있었다. 19세기 후반 거대한 기술 혁명 속에서 현대화 물결에 직면했을 때 한자 폐지 주장까지 나온 것은 이 때문이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한자 타자기는 서양의 조롱과 불신, 비웃음을 견디면서 다양한 실험, 시제품, 실패물을 거쳤고, 마침내 정보 기술 세계에 들어맞는 언어적 기질을 만들어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자동 완성 문장’이라는 혁명적인 자국어화를 통해 가장 빠르고 성공적인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역사적 패자로 남은 천두슈, 루쉰, 첸쉬안퉁 등의 한자폐지론자에게는 지금도 관심을 쏟아지는 반면, 오늘날 중국의 정보 환경을 가능케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이 책은 문자 기반의 중국어 글쓰기를 현대의 글로벌 정보 시대로 밀어 넣으려고 애썼던 사람들, 즉 “한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漢字無罪)”라는 저우허우쿤의 주장을 지지했던 기술자, 언어학자, 기업가, 언어 개혁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언어적 이단아로 취급되던 한자가 알파벳 세계주의에서 자립해 나간 과정 추적

중국이 19세기 붓으로 글을 쓰던 시대에서 벗어나 20세기 후반 전송, 입력, 검색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수행되는 언어기술적 현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한자 타자기가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생산성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서양의 타자기와 달리, 역사 속으로 사라져 이제는 흔적조차 없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한자 타자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자 타자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들이 중국어가 알파벳 세계에서 완벽하게 독립하여 언어기술적 자립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레밍턴, 언더우드, 올리베티 등 서양의 타자기 제조업체들은 자신들의 기계가 모든 언어를 다룰 수 있다면서 자신들 기계의 범용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하나의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한자였다. 그들은 한자를 축출함으로써 자신들의 범용성을 실현시키려 했다. 하지만 한자 타자기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인간, 기계, 그리고 언어 간에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냈다.

단일 자판이라는 타자기 형태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없는 서구 사람들은 한자 타자기가 5000여 개의 키를 가지고 있고 탁구대 두 개를 합친 크기일 것이라고 상상했으나, 최초의 한자 타자기는 사용 빈도에 따라 문자의 범주를 구분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중국어가 지닌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지속되었고, 저우허우쿤, 치쉬안, 수전둥, 위빈치 등의 발명가를 거쳐 마오쩌둥의 중화인민공화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 솽거 타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타자기가 개발되었다.

‘정보 기술 시대에 중국어 글쓰기’라는 수수께끼 풀기에 대한 역사적 기록

이 책은 현대 중국 정보 기술의 역사를 다루는 두 권 중 첫째 권으로, 1840년대 전신의 등장부터 1950년대 컴퓨팅의 등장까지 대략 1세기를 다룬다(제2권에서는 오늘날의 중국 컴퓨팅과 새로운 매체를 다룰 예정이다). 이 책은 근대의 역사 속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대단히 큰 변화의 폭을 경험한 중국어 글쓰기를 둘러싼 언어기술적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중국어 언어기술적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인 한자 타자기를 다룸으로써, 알파벳 중심의 세계에서 기술의 역사가 국가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펼쳐져 왔는지, 기술 변화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한자가 자기중심적인 유럽과 미국에 의해 어떤 불이익을 받아 왔는지 등을 통찰한다.

10년 동안 다방면에 걸쳐 모은 자료에 기반을 둔 이 책은 구두 역사와 가족 역사에 대한 자료, 그리고 50여 개의 기록보관소, 박물관, 개인 소장가, 20여 개국의 특별 수집품으로부터 모은 기록 문서들을 포함하고 있다. 2018년 페어뱅크상(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최고의 책에 대해 매년 미국역사협회(AHA)에서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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