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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이은혜
꿈꾸는인생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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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방송은 사랑과 정의와 다정을 노래하지만 4

1부 로망과 노동 사이
어느 라디오 키드의 고백 20
저 건너의 사람들 25
박완서와 김칠두도 걸었던 그 길 31
라디오 작가의 코어 메모리 37
우아한 글쓰기의 허상 41
유일한 복지는 바다 47
마냥 응원할 수 없는 마음 54
모호한 정체성 63
처음이 가득한 세계 69
날씨와 라디오의 상관관계 75
가장 빨리 꿈이 풍화되는 곳 80

2부 카메라 뒤에 사람이 있다
이 구역의 톡 쏘는 방송작가 되는 법 90
월급이 아닌 페이를 받는 사람들 94
수천만 원 행사 뒤편에는 이천 원 시급이 있었다 98
방송사 호칭의 미스터리 104
기센 작가 타이틀 110
뉴스의 그림자 인력 116
오늘도 비정규직의 이름이 TV에 스치운다 122
놀랍도록 창의적인 ‘변종 계약서’ 129
이런 가족은 사양합니다 135
계약서 팀장을 이해하기까지 140
시시하고 간단한 이별 147
프리랜서에게 근사한 퇴사란 153
방송작가들은 왜 항소를 포기했을까 160
엄마와 작가의 공통점 165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아니라 망한 겁니다 171
구인 공고가 주는 힌트 176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184

3부 떠난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
‘한빛’이라는 이름 192
그때의 방송작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
경로 이탈자들의 생존신고 207
절이 싫으면 떠나지 말고 카메라를 들자 215
방송이 스포트라이트를 끄는 곳 222
“방송작가 A 씨, 제가 감히 응원해도 될까요” 228
약자들이 경험한 최초의 성취 235
해직이 남긴 유산 241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 248

에필로그
전직의 떠들기 256

저자 소개 1

라디오 작가. 생의 여러 곡절을 고양이와 함께 지나왔다. 방송업계에서 일하며 생긴 ‘불온한 질문’을 품고 살다 『쓰지 못한 단 하나의 오프닝』이란 책을 썼다. 2022년부터 한겨레교육에서 <불온한 에세이>라는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과 글과 술과 빵을 좋아하지만, 이것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날이면 고양이 등허리를 오래 쓰다듬는다. 인스타그램 @graceful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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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12g | 130*195*16mm
ISBN13
9791191018097

책 속으로

오늘도 TV 화면에는 아름다운 얼굴들이 나와 사랑과 정의와 다정을 노래한다. 그 아름다운 얼굴들은 회당 수억 원의 개런티를 받고 빌딩으로 재테크를 한다지만, 화면 뒤에는 쓰러지고 사라지고 감춰지는 이들이 있다. 나는 찬란하게 반짝이는 방송계의 이 같은 이면을 말하고 싶었다. 정의를 말하는 곳에서 이뤄지는 부당함을, 다정을 말하는 곳에서 이뤄지는 비정을 논하고 싶었다.
--- p.8

지역사의 신입 라디오 작가는 120여만 원을 받는다든가, 매일 출근은 해야 하지만 병가와 산재가 없다든가 하는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방송가 프리랜서의 처우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나는 ‘창피해서 설’을 밀고 있다. 21세기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극악의 급여와 환경을 제공하는 방송사는 창피해서, 그걸 받아야 하는 프리랜서들은 자존심이 상해서 이런 이야기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 pp.52-53

온화하지 않다는 게 온당하지 않다는 것과 동의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약자만 미소와 다정을 강요받는다. 문제 제기를 할 때조차 상냥해야 한다.
--- p.114

이제 방송가 노동자들에게 호의가 아닌 당연한 권리를 찾아줄 때다. 과정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시작은 어렵지 않다. ‘원래’를 뒤집으면 된다. 프리랜서는 원래 다 그렇다는 문장의 ‘원래’를, 방송가는 원래 이런 것 몰랐냐는 문장의 ‘원래’를 지우고 다른 해법으로 대체해 나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 p.175

방송가에는 시간당 천 원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패션스타일리스트 Y 씨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받은 첫 월급은 40만 원이었고, 프리랜서 조연출로 일하는 K 씨는 한 달 넘게 촬영한 프로젝트가 끝나고 50만 원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입 작가에게 최저시급에 준하는 급여를 주는 회사는 일종의 자랑을 한다. 적어도 당신의 노동력을 착복하지는 않는다고.
--- p.180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보면 저 드라마 스태프는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받았을까, 밤새고 수당은 받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작가들을 ‘갈아 넣기’로 유명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저 프로그램 신입 작가는 누구를 고발하고 싶을까 궁금해진다. 공정을 외치는 방송사 안에서 이뤄지는 불공정은 대체 어디에 고해야 하나.
--- p.225

나는 더 많은 전직이 입을 열기를 바란다. 전직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도, 그 카페에 서 일하던 전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자기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개인의 서사가 타인에게 스며들 수 있다고, 그래서 개인의 이야기 는 외딴 섬처럼 보이는 타자에게 이해의 다리를 놓는 일이 라고 믿기 때문이다.

--- p.260

출판사 리뷰

사랑과 정의와 다정을 노래하는 방송,
과로와 불안과 차별을 권하는 방송가
그 사이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몇 해 전, 호평받은 드라마의 신입 PD가 그 드라마가 종영한 바로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은 드라마 제작 현장의 열악함을 세상에 알렸다. 어느 지역방송사의 한 PD는 부당한 해고에 소송으로 맞서다 2020년,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4년간 성실히 일했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한 울분이었을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상식적이지 않은 노동환경이 낳은 결과다.

공정과 정의를 좇는 방송사와 프로그램에서 일했지만, 정작 그 속의 일꾼인 내가 부당함을 언급하면 ‘유별난 작가’로 낙인찍혔다. 임금이나 계약서는 금기어에 가까웠다. 하지 못한 말들이 가슴에 쌓여 갔다. 나는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방송작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필력보다 눈치가 필요하다”던 한 선배의 말을 자주 떠올렸다. _프롤로그 중에서

전직 라디오 방송작가였던 저자는, 방송작가를 몹시도 동경했던 이야기로 시작하여 마침내 그 일을 하게 됐을 때의 설렘으로, 그곳에서 목도한 부조리로, 이에 지쳐 떠나거나 대항하여 싸우는 사람들로 글을 이어 나간다. 그녀는 묻는다. “공정을 외치는 방송사 안에서 이뤄지는 불공정은 대체 어디에 고해야 하느냐”고. 그리고 연대를 강조한다. “여기는 원래 그래”의 ‘원래’를 뒤집자고. 그런데 그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다고.

한 회당 몇 백, 몇 천을 받는 유명 연예인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방송국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형태는 조금씩 달라도 우리의 노동 현장에는 불공정과 부조리와 비정함이 얕고 또 깊게 깔려 있다. 그것을 알기에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 노동의 대가로 급여 대신 상품권을 받았다던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받은 첫 월급이 40만원이었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퇴직된다는 것을 구인 공고를 보고 알게 된 어느 작가의 이야기에도 그랬다. 이게 진짜 지금 이 시대에 일어난 일이라고? 책을 만드는 내내, 내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 할 수 있는지 계속 물었다.

일단은 듣자. 그리고 더 많은 증언과 기록이 나타나고 연대와 선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 일에 대해 말하자. 그러다 보면,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부끄러운 일들이 이제라도 조금씩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바로 그것이 궁극적으로 이 책이 나아가고자 하는 자리는 아닐지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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