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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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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일기 계원 2년차

2004년 봄
여는 인사: 복음의 봄이 오다 | 루쿨리아: 벚꽃은 아래를 향해 핀다 | 서향나무: ‘특가품’은 내년용 | 등나무: 이사로 달랜 심사 | 칵테일장미: 무전지주의자의 전향 | 말리화: 두 가지 덧없음

2004년 여름
시험받는 계절 |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의 묘비 | 계수: 식목 시장에서 주인공이 되다 | 조건 좋은 베란다라는 잠꼬대 | 꺽다리: 금세 뿌리를 내리는 ‘꺽다리’ | 붓꽃과 달개비: 새들의 선물 | 스파르타 학원의 신입생 | 앤젤스트럼펫: 피지 않는 꽃과 용서할 수 없는 벌레 | 물만으로는 부족하다 | 나팔꽃: 열악한 도시의 여름 | 모과: 수확이라는 이름의 정체성 | 꽃은 피를 흘리지 않는 산 제물이다 | 표주박과 여주: 반려 동물에 가까운 식물 | 무화과: 행복의 투영 | 접시꽃: 하늘을 향해 자라지 않는 저주

2004년 가을
백리향: 들뜸 토기 | 월하미인: 하룻밤의 꽃 | 용감한 여행 | 여주 2: 여주의 대진격과 최후 | 수국: ‘헛수고’의 끝 | 칼랑코에: 세기의 대발명, 600엔 | 용담: 기적적인 관계 | 편지 감사합니다! | 구즈마니아: 화포는 난감해 | 베란더 노상파에게 사랑을 담아

2004년 겨울
산다화: 일진일퇴는 계속된다 | 석남화: 스승의 가르침 | 산다화 2: 가르침을 등진 벌 | 히야신스: ‘새해 건망증’의 극복 | 브로콜리: 세계의 고통과 브로콜리 | 1월에 피는 남자 | 나는 하나사카 할아버지가 아니다 | 모과 2: 어색한 재회 | 원예파 자기류 베란다여도 OK | 명자나무: 한 그루의 부정 | 명자나무 2: 시들었던 게……?

2005년 봄
삼색버들: 나를 격려해 준 빛 | 골든몽키: 이름 별난 화분의 등장 | 브로콜리 2: 불운한 수확 | 무스카리: 봄을 알리는 방문객 | 명자나무 3, 수국 2: 격세유전의 힘 | 살구: 이레 동안의 대작전 | 계수 2: ‘봉오리’에 안달하다 | 살구 2: 인공 수분의 기적 | 양하: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는 식물 | 잡초 천국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 | 라임: 한 해 거른 고백 | 붓꽃 2: 반중력의 오락 | 울창하다고 한 적 없는데요 | 공주수련: 식목 시장 보고, 그 첫 번째

2005년 여름
차: 베란다 차밭의 꿈 | 앤젤스트럼펫 2: 넘을 수 없는 벽 | 살구 3: 불가능한 결과 | 공주수련 2: 공존하지 않는 생명 | 나팔꽃 2: 신종인가 재래종인가 | 메꽃: 메꽃의 출현 | 월하미인 2, 바나나: 베란다의 아열대화 | 꽈리고추: 특별 상여 | 나팔꽃 3: 다시 “여러해살이, 씨 없음, 여러 송이의 큰 꽃” | 꽈리고추 2: 열광의 끝 | 비눗방울나무: 거저나 마찬가지 | 여름 막바지의 신원 미상자 | 사피니아: 지지 않는 꽃

2005년 가을
싸리: 풍류의 대가 | 박꽃: 바람을 맞고 피는 꽃 | 부용: 실감 안 나는 만개 | 수초: 저주의 사자, 수초 | 바나나 2: 바나나와 나의 영토 문제 | 박꽃 2: 부끄러워하는 박꽃 | 비눗방울나무 2: 애정의 역전 | 시든 나무에 물 주는 습관 | 올리브: 해충 육성 | 석남 2: 새로운 석남에 대해

2005년 겨울
등나무 2: 계절을 앞지르다 | 꽈리고추 3: 꽈리고추의 붉은 잎 | 수국 3: 식물형 알람 | 시클라멘: 사랑스러움을 거스르지 못하고 | 바나나 3, 꽈리고추 4: 위기에 저항하는 생명 | 민트: 모든 싹은 사랑스럽다 | 튤립: 올해는 구근이 아니라 | 수선화: 낯모를 이에게 문병 가다 | 복수초: 개화를 앞두고 | 겨울의 끝과 공명하다

2006년 봄
베란다 폭발 | 민트 2: 만반의 돌봄 태세 | 아이비: 최고의 작은 선물 | 엄격한 자연의 리듬 | 마치는 인사??그리고 안녕히

단행본 후기
그 후
문고판을 위한 후기
해설
: ‘시들게 하기’란 ‘돌보기’와 같은 것_야규 신고

저자 소개 2

이토 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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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iko Ito,いとう せいこう,伊藤 正幸

문학, 영상, 음악, 연극 등 장르를 초월하여 폭넓은 예술 활동을 하는 크리에이터이다. 일본에 힙합 문화를 널리 알리고 본격적으로 랩음악을 전한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현재 긴키 대학교 국제인문과학 연구소 객원 교수이다.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고단샤 편집부에서 일했다. 퇴사 후 힙합 MC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병행했다. 1988년에 ‘닌텐도 키드’ 세대를 다룬 『노 라이프 킹(ノ一ライフキング)』이 제2회 미시마 유키오 상과 제10회 노마 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원예 잡지 [PLANTED]의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아마추어 원예가로서도 긴 경력
문학, 영상, 음악, 연극 등 장르를 초월하여 폭넓은 예술 활동을 하는 크리에이터이다. 일본에 힙합 문화를 널리 알리고 본격적으로 랩음악을 전한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현재 긴키 대학교 국제인문과학 연구소 객원 교수이다. 와세다 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고단샤 편집부에서 일했다. 퇴사 후 힙합 MC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병행했다.

1988년에 ‘닌텐도 키드’ 세대를 다룬 『노 라이프 킹(ノ一ライフキング)』이 제2회 미시마 유키오 상과 제10회 노마 문예신인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원예 잡지 [PLANTED]의 창간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아마추어 원예가로서도 긴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9년 원예 일기를 엮은 첫 책 『보타니컬 라이프(ボタニカルㆍライフ)』로 제15회 고단샤 에세이 상을 수상했고, 『월즈 앤드 가든』, 『고도를 기다리며』(희곡), 『문예만담』(공저), 『Back2Back』(공저)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집필했다.

2013년에 발표한 『상상 라디오』(想像ラジオ)는 제35회 노마문예신인상과 제2회 시즈오카서점대상을 수상했다. 또 이 작품과 다음 해 발표한 단편 「코를 향한 협공(鼻に挾み擊ち)」으로 2년 연속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自己流園芸ベランダ派)』는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2년간의 원예 일기를 엮은 책으로, 『보태니컬 라이프』와 함께 NHK에서 [식물 남자 베란더](植物男子ベランダ一, 2015~2016)로 드라마화되었다.
중학생 시절에는 다카하시 루미코를, 군대에서는 미시마 유키오를 원서로 읽으며 일본어 실력을 다졌고, 자연히 일본어 사상서도 뒤적거리게 되었다. 대학 시절 문예이론이라는 징검다리를 밟고 사회학을 접했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서, 아주 전문적인 책이 아니라면 번역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내가 읽고 싶은, 재밌게 읽은 일본의 인문·사회 도서들을 꾸준히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한 집에서 자랐으나 식물을 기르는 데 소질이 없다. 최근 옥탑에서 감자를 수확했으며 오사와 마사치의 『책의 힘』, 이토 세이코의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중학생 시절에는 다카하시 루미코를, 군대에서는 미시마 유키오를 원서로 읽으며 일본어 실력을 다졌고, 자연히 일본어 사상서도 뒤적거리게 되었다. 대학 시절 문예이론이라는 징검다리를 밟고 사회학을 접했다. 인문 ·사회과학 분야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서, 아주 전문적인 책이 아니라면 번역도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내가 읽고 싶은, 재밌게 읽은 일본의 인문·사회 도서들을 꾸준히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한 집에서 자랐으나 식물을 기르는 데 소질이 없다. 최근 옥탑에서 감자를 수확했으며 오사와 마사치의 『책의 힘』, 이토 세이코의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280g | 122*190*15mm
ISBN13
9791190292108

책 속으로

나이 43세. 아사쿠사 거주 7년. 베란다 원예 경력 10년. 이것이 앞으로 알아 주셨으면 하는 내 전부다. 나는 스스로를 마음대로 ‘베란더’라고 부른다. 정원을 가진 가드너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미리 말해 두지만 가드너 분들과 적대 관계에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시샘이 많을 뿐.
--- p.16

마침내 한 아저씨가 가게는 뒷전에 둔 채로 따라붙어 “그 화분, 혹시 계수요?” 물었다. 나는 끄덕였고 다른 아저씨는 우리가 주고받는 모습을 숨죽이고 살폈다. 전문 판매자들이 모두 이쪽을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주 득의만만해졌다. 발 빠르게 진품을 발견해 망설임 없이 획득한 나는 식목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스타였다.
--- p.37

월하미인은 큰아버지 통야의 한밤중에 피었다. 문득 창을 열고 베란다로 나갔더니 설마 싶을 정도로 커다란 하얀 꽃이 불룩하게 터져 나와 있었다. 어둠 속에서 떠오른 꽃은 처연하면서도 외로워 보였다. 나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방에 가서 왈칵 넘치도록 술을 따라 와 꽃 아래에 바쳤다. 그것이 나의 통야였다.
--- p.76

잠시 숨을 삼켰다. 그러나 다행히도 여성은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듯 보였고, 들고 있던 화분을 매장 한 켠으로 옮겨 요리조리 뜯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곧장 기척을 감췄다. 그리고 다른 화분에 관심이 있는 척 그 중년 여성 뒤에 섰다. 산다화에 집착한다는 낌새를 읽혔다가는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낌새는 쉽게 감지되기 마련이다. 그러면 상대는 양보하기 싫어서 바로 구입을 결정하게 된다.
--- pp.106~107

그런 나를 북돋아 준 것이 버들이다. 허청허청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를 실내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울적했던 기분이 밝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삼색버들이다. 갈색 껍질을 뚫고 붉은 꽃이삭이 차례로 영글어 부드러운 털을 나부낀다. 일반적인 꽃이라면 시들까 봐 마음 졸여야 하지만 버들은 그럴 것 없이 끊임없이 부풀어 오른다.
--- p.132

자, 이렇게 베란다 상황을 써 놓으면 아무래도 오해가 생길 것이다. 몇 번이나 끈질기게 내 베란다의 궁색함을 강조해 왔건만, 독자 여러분 마음속에서는 다른 상상이 부풀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미 지금까지 여러 손님이 “베란다 좀 보여 주세요”라고 하길래 들뜬 마음으로 창틀을 밀곤 했다. 그리고 실상을 접한 그들은 하나같이 침묵에 잠겼다. 그 긴 침묵에서 ‘이럴 수가……’의 당혹감이 읽혀 보여 준 나까지 떠름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
--- p.162

이럴 때 베란더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집요히 과학적 탐구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초자연 현상을 믿고 신에게 감사드릴 것인가. 그냥 입 다물고 물을 준다. 이게 정답 아닐지. 우리는 매번 놀라고 미소 짓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물 주기를 멈추지 않는다.
--- p.183

원래는 작년 본가에서 본 새하얀 박꽃에 매료되었다. 우산처럼 생긴 박꽃은 바람이 불 때마다 조금씩 피어났고, 마지막 힘찬 바람 한 번에 활짝 피었다. 이처럼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바람의 힘으로 둥지를 짓는 거미나 바람을 타고 나는 잠자리를 떠올리게 된다. 식물 이상의 능력을 느끼게 된다. 개화가 그냥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지혜가 깃든 행위처럼 여겨진다.
--- p.203

도시의 비좁은 하늘 아래, 우리 베란더는 언제나 필사적으로 식물을 돌보고 또 시들게 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몇 번이고 지치지 않고 꽃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것 없다고 말하고 싶다. 지는 것 또한 식물 생명의 한 주기니까.

--- p.255

출판사 리뷰

도시의 비좁은 하늘 아래,
정원은 꿈도 못 꾸지만 우리에겐 베란다가 있다

경력은 베테랑, 전문성은 아마추어
원예인(이자 작가) 이토 세이코가 도쿄 외곽의 맨션 베란다에서 기록한
우왕좌왕 베란다 식물 관찰 일지

도시 생활이 일반화한 현대에도 우리는 식물 키우기를 멈추지 못한다. 그저 잠시 피는 꽃을 보겠다는 기대로 비좁은 주거 공간 속에서 화분 놓을 자리를 찾고 퇴근 후 부족한 휴식 시간을 쪼개 지난한 돌봄을 자청한다. 『내 맘대로 베란다 원예』는 그처럼 식물을 키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도시 원예인의 희로애락을 계절의 순환과 함께 담아낸 책이다. 제35회 노마문예신인상과 제2회 시즈오카서점대상, 제15회 고단샤에세이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자 방송인, 음악인 그리고 무엇보다 원예인인 이토 세이코가 2004년 봄부터 2006년 봄까지 『아사히 신문』에 매주 연재한 일기 형식의 에세이를 모았다.
만능 인재로 알려진 데다 원예 잡지 『PLANTED』의 편집장 경력까지 가진 이토 세이코지만 정작 이 책에서 보여 주는 모습은 우왕좌왕의 연속이다. 시들어 가는 화분을 지켜보며 가지치기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이미 시든 듯한 화분을 버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미련이 남아 기약 없는 돌봄을 시작하며, 급기야는 동종 화분을 사서 안 그래도 부족한 공간을 더욱 비좁게 만들고는 후회에 빠진다. 흙 쌓아 둘 공간이 없다며 모든 화분을 부엽토로 채우는 우악스러운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우연의 도움으로 살구의 인공 수분에 성공하고는 우쭐해한다.
이처럼 이 책은 전문가가 알려 주는 원예의 요령과는 거리가 있다. 오랜 기간 식물과 어울려 산 평범한 도시 생활자의 꾸밈없는 일상을 보여 주고, 그 안에 자연스레 섞여 드는 사색과 유머, 소소한 감동의 순간을 나눌 따름이다.
지은이는 단지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운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나가며 우리는 베란다에도 나름의 복잡한 생태가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집에서 한 발짝 나온 공간인 만큼 계절의 변화가 한층 또렷하고, 식물들 외에도 여러 곤충이나 어항 속 물고기, 씨앗이 담긴 똥을 떨구고 가는 새까지 다양한 행위자가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베란다는 사시사철 쉴 틈 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로 변모한다(너무 그럴듯한 베란다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울창한 숲 같은 베란다”를 상상하고 보여 달라던 방문객들이 하나같이 말을 잃고 돌아갔다 하니까).
그리고 그런 작은 사건 하나하나에 주목하며 식물을 돌보는 사람을 지은이는 ‘베란더’라고 부른다. 독신 생활을 하는 맨션의 자투리 공간인 베란다에 빼곡히 화분을 놓고 키우는 자신만이 아니라, 현실의 제약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놓지 못하는 뭇사람을 향한 우정 어린 표현이다.

“시도하거든 시들고 시들거든 시도한다”
베란더의 원예 일기란 실패의 기록일지니
주저 말고 식물과 더불어 일희일비하라
죽어 가는 것을 돌보며 인간은 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 원예에 발을 들이면 뜻대로 자라지 않고 걸핏하면 시드는 식물에 좌절감부터 느끼곤 한다. 지식이나 기술의 부족 탓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크다. 애초에 식물에 최적의 환경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것이다. 그런 만큼 베란더의 원예 일기란 실패의 기록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베란더 생활을 해 온 지은이 이토 세이코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그는 좌절하기보다는 “시도하거든 시들고 시들거든 시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쾌활함을 잃지 않는 점이 남다르다.
시든 식물을 보며 낙심했다가도 이내 새로운 화분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고, 겨울 베란다의 쓸쓸함에 잠기기보다는 “남 보기엔 살풍경하기 짝이 없을 테지만 내 머릿속에는 또렷하게 봄의 예상도가 떠올라 있다”며 가지치기에 공을 들인다. 꽃이 흐드러질 봄을 상상하며 마른 가지뿐인 화분을 향해 물을 준다. 하지만 반대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들을 상대로는 돌봄을 게을리하다가 시들게 해 뒤늦은 후회에 잠기기도 한다. 직접 수확한 차를 마시겠다며 차나무를 샀다가 현실의 벽을 통감하는가 하면 꽈리고추의 강인함을 찬미하다가 그만 베란다부터 부엌까지 온통 꽈리고추투성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다가도 곧 “항상 꽃이 덧없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주제에 강인한 꽃에 감사할 줄 모르는 건 너무 방자한 것 아닌가”라며 반성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눈에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원예일지도 모른다. 식물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것 같지만 종종 엉뚱한 시도를 하고(베란다에서 벼를 재배하는 것 같은!) 중요한 순간에 게으름을 부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해설’을 쓴 원예가 야규 신고는 원예에는 “꽃을 ‘잘 키우는’ 것”과 “식물과 더불어 일희일비하는 것”의 두 갈래가 있으며, 지은이의 원예는 귀중한 소수파인 후자에 속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나와 있는 원예 책의 99%”는 ‘잘 키우기’에 숙달하는 길을 제각각의 방식으로 알려 주지만, “수험 공부하듯 공부”해 식물 육성에 숙달할 뿐이라면 “식물을 장악하고 있다는 감각”을 갖게 되기 쉽다. 그 결과 ‘죽어 가는 것을 돌보기’가 가져다주는 성장의 기회도 잃게 된다. 그렇기에 어떤 원예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식물을 돌보는 베란다 원예가, 그중에서도 무턱대고 숙달을 지향하기보다는 때로 실패하더라도 “얼굴을 맞대고 식물의 안색을 살펴 스스로 판단하는” 지은이의 방식이 “원예의 어떤 극치”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극치’가 무엇인지 짚어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은이의 일기를 읽어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레 그것이 “우리와 종이 다른 생명은 바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원예는 식물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식물과 함께하는 삶이 주는 충만감이란 무엇보다 거듭되는 실패 역시 원예 생활의 당연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라고 알려 준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익숙해질 때쯤 불현듯 황홀이 찾아오곤 한다는 것도.

만담 같은 너스레와 절절한 진심을 오가며
이별을 반복하며 돌아오는
식물들의 현재를 힘껏 기록한다

지은이는 식물 사진을 거의 찍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을 남겼다가 다시 본들 기억은 희미하고 그때 그 식물에 느낀 감정도 되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 써 남기면 식물을 둘러싼 상황들이 또렷해지며 “그 꽃의 어떤 모습에 매료되었던 건지, 왜 그 뿌리내린 방식에 놀랐던 건지, 왜 싹 하나가 올라왔다고 미치도록 기뻐했는지”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도 그는 사진이나 그림을 곁들이는 일 없이 “식물들의 상태를 최대한 정확히 옮겨 적고 싶다는 숨길 수 없는 강렬한 욕망”에 충실하게, 그리고 우직하게 글을 써 나간다. 매주 연재지만 글감의 고갈은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글감이 잔뜩인데” 연휴로 휴재를 맞게 된 아쉬움을 토로한다(원예 일기를 시도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어디서나 글감을 발견하는 그의 눈에 주목해 보는 것이 좋겠다). 베란다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여긴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로부터 ‘글’이기에 맛볼 수 있는 묘미가 생겨난다. 첫째 묘미는 연극, 만담, 랩, 방송 등으로 단련된 입담이다. 볕이 드는 쪽을 향해 피는 꽃의 성질과 실내라는 조건이 빚는 괴리 탓에 매번 베란다로 나가 꽃 정면으로 돌아 들어가야 하는(안 그러면 항상 뒤에서 꽃을 보게 되므로) 번거로움을 묘사하다가 벚꽃류는 아래를 향해 핀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분 앞에서 납죽 엎드려 꽃을 감상하는 장면이 우리가 이 책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지은이의 모습이다(18~19쪽). 주말 식목 시장에서 “발 빠르게 진품을 발견해 망설임 없이 획득”하고 의기양양해져 “비닐 봉지를 한 아름 늘어뜨리고” 개선하는 장면이나(37~38쪽), 마트에서 하나 남은 화분을 둘러싸고 다른 방문객들과 눈치 대결을 펼치는 장면(106~107쪽)은 눈앞에서 한 편의 콩트를 상연하는 것만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누구나 앞바퀴 바람이 빠진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으며 식목 시장으로 향하는 지은이의 모습이 뇌리에 남게 되지 않을까.
유머러스한 입담이 독자에게서 빠르게 친근감을 이끌어 내는 기술이라면, 오래 식물을 차분히 관찰해 온 사람이기에 가능한 담백하고도 섬세한 식물 묘사는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하고 미시마유키오상, 아쿠타가와상 후보에도 올랐던 문필가로서의 매력을 펼쳐 보인다. “아슴푸레하게 비쳐 보이는 꽃잎에 약한 햇빛이 비쳐 들”며 “얼마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 어느 흐린 날의 베란다에 대한 묘사(141쪽)는 지은이의 들뜬 기분에 우리를 동화시킨다. 또 마치 의지를 가진 듯 개화의 순간을 보여 주지 않는 박꽃과 지은이의 술래잡기를 지켜보면서는 같이 긴장하고 같이 허탈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212~213쪽). 어린 시절 지은이에게 식물 키우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던 큰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밤, 8년 만에 피어났다가 날이 밝기 전에 시든 월하미인의 위로는 먹먹한 감동을 준다(75~77쪽).

치유를 주는 사물이 아니라 티격태격하는 동반자
베란다 원예의 밑바탕에는
자연을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 존재한다

원예와 반려 식물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종종 힐링 같은 키워드를 동반한다. 지은이는 이 책의 전작 격인 『보태니컬 라이프』에서 이런 힐링론을 비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식물과 티격태격하며 공동 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지은이인 만큼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식물에 사람을 위로하는 독특한 힘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지은이도 부정하지 않는다. 지은이 역시 상실을 함께 애도해 준 월하미인만이 아니라, 세계의 참상을 전하는 소식들과 미디어의 선정주의에 위통까지 앓다가 “오직 생존만을 염두에 두고서 묵묵히 자라고 있”는 브로콜리로부터 위안을 얻기도 하고(112~114쪽), 심한 몸살을 앓아 베란다로 나가기도 힘들 때 “허청허청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를 실내에서도 볼 수 있”는 버들로부터 격려를 받기도 한다(132~133쪽).
지은이는 어느 여름 땅거미가 내릴 때 부모님 집 마당에서 박꽃의 개화를 지켜보며 느낀 ‘자연 그 자체에 녹아드는 듯한 잊을 수 없는 감흥’에 취해 자기 베란다에도 박꽃을 들였다가 애를 먹은 경험을 들려주는데(203~204쪽), 매일매일을 숨 가쁘게 보내는 도시 생활자들이 원예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결국 이런 감흥에 대한 그리움을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그리움을 자기 안에서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원예 일기를 읽어 나가며 베란다 원예가 각박한 도시 생활 속에서 계절과 생명의 순환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체험임을, 열악한 환경에서도 용케 꽃을 피운 식물로부터 받는 감동은 이 행위를 이어 나갈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와는 다른 생물인 식물의 생태계에 기록자로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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