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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아지랑이를 보다
강상기 시선집 양장
강상기
창비 2021.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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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순례자
파도
구도
화전민
빈 터
헐벗은 나무
생활
겨울 저녁
불귀(不歸)
심인(尋人)
가을 가까이 내리는 비
초승달
할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모습
신정읍사(新井邑詞)
시계를 보며
여행자
뉘우침
너를 보내며
가을 이후
귀뚜라미
들꽃

제2부
통닭구이
왜?
염전에서
어떤 생애
그때 이후
추운 날
불나방

패랭이꽃
대나무
목련
진달래 1
무심(無心)
난초
칡넝쿨
연못
벚꽃 그늘에 앉아
와불
황혼 앞에서
그믐밤
폭포

제3부
독수리
허수아비
하늘
단풍
쓰러진 통나무
백조
코끼리
비둘기 똥
두 모습
결혼식에 부쳐
우거진 숲
다작의 시인에게
묵언(默言)
워낭소리
마라톤
낙엽 1
진달래 2
석류
백두산
우는 사연
어린 것들 앞에서
모과
나뭇잎 행로
물방울 하나
시계
능선에 앉아
구름찻집
낙타
장미
낙엽 2
짐 내려놓으며
돋보기 장난
풀밭에 누워

해설_김현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姜庠基

1946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년 시 「이천이백만헥터의 딸기밭」으로 「세대」 제1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71년 작품 「편력」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원광여고, 군산제일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아 현직 교사로서 교권옹호위원회를 결성해 교육민주화운동에 앞장섰으며, 군산제일고등학교 재직시 1982년 오송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17년 동안 해직교사의 아픔을 겪었다. 전교조 해직 교사 복직운동에 따라 1999년 9월 복직돼 현재 서울 이수중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1946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6년 시 「이천이백만헥터의 딸기밭」으로 「세대」 제1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71년 작품 「편력」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원광여고, 군산제일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아 현직 교사로서 교권옹호위원회를 결성해 교육민주화운동에 앞장섰으며, 군산제일고등학교 재직시 1982년 오송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17년 동안 해직교사의 아픔을 겪었다. 전교조 해직 교사 복직운동에 따라 1999년 9월 복직돼 현재 서울 이수중학교에 재직하고 있다. 5공에 항거한 교육민주화운동과 관련해 2002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교단에서 참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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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98g | 126*194*10mm
ISBN13
9791191248272

책 속으로

나는 걸었다
끝없는 길
어디로 연결된 것인지
가도 가도 길이어서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쉼표로 걸었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이 좋구나!
느낌표로 걸었다
뭐가 중요하지?
물음표로 걸었다
마침내 길 끝에도 길이 있어
줄임표로 걸었다……
나의 따옴표 속에는
“사랑 길 따라 걸었다”
괄호 속에 갇히기 전에
--- 「순례자」 중에서

이 밤도 비 내리는 골목을
술 취해 흔들흔들 돌아가고 있을
또, 한 사나이의 모습을
베개를 적시는 나의 서러움으로 본다.
--- 「가을 가까이 내리는 비」 중에서


소 혓바닥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서
평생 갇혀 저항 한번 못하고 살았을 소를 생각한다
긴 혀를 내밀어 초원의 신선한 풀을 뜯어보지 못하고
마른 볏짚이나 독 묻은 사료를 먹고 되새김질하면서
살과 뼈를 온전히 바치는 한 생애를 생각한다
--- 「어떤 생애」 중에서


나는 숯입니다
아직 재가 아닙니다
지긋이 불을 머금고 있는 숯입니다
한때 희망의 참나무로 서 있기도 했지요
톱날에 잘려 누운 좌절의 때도 있었지요
가마 속에 들어가는 당당한 두려움도 있었지요
누군가의 가슴에 불 지피는 정열로 타오르기도 했지요
이제 그 한 몸 식어
다시 뭉근하게 뜨거워지길 기다리는
나는 재가 아닙니다
나는 숯입니다
--- 「황혼 앞에서」 중에서


생명이 없다고 비웃지 마라
나는 비바람을 견디고 더위를 이기며
도둑을 몰아낸다
불의에 항거하는 머리띠 없다고
아스팔트 뛰어다닐 튼튼한 다리 없다고
비웃지 마라

나는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을 흔든다
땅에 박힌 몸뚱어리로 터전을 지킨다
그대들은 어디에 서서 무엇을 지키며 사는가
생명 있는 심장은 무엇을 향해 뛰는가

--- 「허수아비」 중에서

출판사 리뷰

“생명 있는 심장은 무엇을 향해 뛰는가”

광막한 삶의 끝, 치열한 생활의 현장에서 써내려간 시편들
뜨겁게 그리고 자유롭게 퍼져가는 한 인생의 울림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시력(詩歷) 50년을 맞는 강상기 시인이 전 생애를 걸고 써내려간 76편의 시를 담은 『오월 아지랑이를 보다』를 묶어냈다. 삶의 빛나는 순간을 잡아낸 초기 시편부터 ‘오송회 사건’이라는 국가폭력으로 무너진 삶을 부여잡고 끈질기게 써내려간 시편들, 그리고 기나긴 암투병 와중에 깨달은 초탈에의 의지를 담은 신작시까지 시대와 개인의 삶이 오롯이 녹아든 특유의 시상을 이번 시집에 새겨놓았다.
총 3부로 나누어 묶은 이번 시집에는 “한 남자, 한 사람, 아버지의 생애”(「해설」, 김현)가 깊이 투영되어 있다. 시대의 아픔에 공명하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 세계에도 천착하며 나와 우리의 영혼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강상기 시인의 시 세계 정수가 담겼다. 때로 개인과 세계의 접점에서 거세게 시대를 질타하고, 때로 “공허함과 광막한 삶의 끝, 의식 너머”(2019년 5월, 전라북도문학관 강연)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로 삶의 모순을 다정하게 보듬어 안는가 하면, 끝끝내 사랑 희망 초탈의 영역으로 확장해가는 시인의 시적 여정이 온전히 그려진다.
1부에는 “끝없는 길”(「순례자」)에 선 시인이 포착한 생활의 단면들이 날카롭게 그려진다. “한 시대를 통곡하고 싶은 마음”(「통곡」)을 껴안고, “서러울 것도 없는 밥벌이의 추위”(「생활」)와 “저녁에 영혼을 잃고 실려가”는 삶(「겨울 저녁」)에도 “닳은 바지에 드러난/가장의 무릎”(「초승달」)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짓”(「가을 가까이 내리는 비」)을 멈추지 않는 묵직한 현실이 이 땅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의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강상기 시인을 이야기할 때면 ‘오송회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2부에서는 “나의 별을 숨기는 먹구름”(「시인의 말」)의 시간을 헤쳐나온 시인의 마음속 풍경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모진 고문의 현장에서도 “심문하는 저놈도 가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애써 이해하려다 “사는 방법이 저 짓밖에 없을까 슬퍼”한다. 피해자는 “파멸의 인생이 되어 이 사회에 내팽개쳐”지고 가해자에게 “역사는 언제나 저놈들을 비켜”가는 현실을 목놓아 외친다(「통닭구이」). 그리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여전히 굳건하게 맞선다. “타서 죽을지언정/어둠 속을 헤매지는 않겠다”(「불나방」) 다짐하며 “다시 뭉근하게 뜨거워지길 기다”(「황혼 앞에서」)린다.
3부에서는 어두운 시기를 지나며 가닿은 초월의 세계가 끝닿은 데 없이 펼쳐진다. 지금껏 다른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신작시들을 주로 가려 뽑았는데, 단풍 낙엽 모과 장미 백조 코끼리부터 시계 구름 물방울 하나까지 세계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존재 속에 깃든 깊은 묘의(妙意)를 깨우쳐 들려준다. “가시밭길을 걸었기에//마침내/아름다운 꽃”(「장미」)을 피웠다 말하는 시인은 “우연히 바라본 그곳/그곳이 바로 내 집”(「능선에 앉아」)이며, 스스로가 “다만 지상을 떠다니는 구름”(「풀밭에 누워」)임을 자각한다.
“대공분실 이후에도 서정시가 가능할까라는 강상기 시인의 절박한 시적 과업은 이제 개인의 사건이나 정서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타자의 아픔으로, 사랑의 가망성으로, 텅 비어 가득한 초탈에의 의지로 나아가고 있다,”(「해설」, 김현) 한 사람의 전 생애를 걸고 써내려간 76편의 시 한편 한편이 우리들 개개인의 삶의 순간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나와 가족, 나와 시대를 위해 앞만 보고 걸어온 시인이 낮게 읊조리는 “삶의 뒷모습”(「시인의 말」)이 현실에 깊게 뿌리박은 묵직한 위로로 와닿는다.


※ 시인의 말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이후 50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어떤 이유로 해서 펜을 잡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 지금껏 고초를 겪으며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니 눈앞에 안개가 서린다. 이번 50주년 기념으로 내 나이에 맞춰 76편의 시를 소환했다.
내가 갈구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불가능한 것을 염원하며 살았다. 텅 비어 있지만 자유와 침묵으로 꽉 차 있는 하늘을 염원했다. 세속과 초월 사이를 방황하면서 나의 별을 숨기는 먹구름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맑은 하늘에 띄엄띄엄 떠가는 구름은 얼마나 한가롭고 여유 있어 보이는가? 내 삶의 뒷모습을 본다.
2021년 6월
강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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