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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청년패스
사랑에 밑줄친 한국사
라푼젤 관나부인에서 스캔들메이커 유감동까지, 시와 노래로 남은 연애사건 28
이영숙
뿌리와이파리 2021.07.26.
베스트
역사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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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제1부 가깝고도 먼 그대, ‘부부별곡’

유희춘과 송덕봉의 ‘부부의 세계’
남사친 여사친의 러브레터, 삼의당 김씨와 하립
조선에서 부활한 ‘오르페우스 신화’
부부유별과 이혼의 법칙

제2부 시대와 사랑, 그 찬란한 불협화음

아스카로 꽃핀 백제의 숨결, 전지왕에서 고야신립까지
서라벌은 밤이 좋아, 「처용가」와 도시남녀
고려 여인에서 이국의 황후로, 기황후
분방함에 취해 비틀거리다, 「쌍화점」과 「만전춘별사」
인도 며느리와 페르시아 사위, 허황옥과 아비틴

제3부 반하다, 통하다

규방의 반란, 여항의 밀회―고려 여인들의 삶
글로 배우는 ‘사랑의 기술’, 고려의 한시
국경과 신분을 넘은 커플, 안장왕과 한씨 여인
‘나리’말고 ‘오빠’라 불러다오, 황희와 이이
이황과 두향의 러브픽션
열정과 뮤즈의 이름으로, 정철과 강아
희롱하다 정분날라, 물놀이와 화전놀이

제4부 도발이 만발하여

춘화와 음담의 서사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도미 설화’
원효와 의상의 ‘여인천축국전’
다름의 미학, 「한림별곡」과 「공공상인」
욕망, 금기를 넘다―정중부의 두 딸
무의식에 노닐다, 조신의 「꿈」과 이규보의 「꿈속의 여인」

제5부 죽음에 이르는 유혹

살인을 부른 치정의 추억, 『흠흠신서』의 사건파일
내시와 궁녀, 그 아픈 발자국
봉빈과 소쌍의 나의 ‘아가씨’
고구려판 ‘천일의 스캔들’, 「황조가」에서 관나부인까지
정절의 나라의 마녀사냥, 유감동과 어우동
신여성 트로이카, 나혜석·윤심덕·최승희

미주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대, 경희대, 숙명여대, 신한대에서 강의했다. 「목란木蘭 형상形象의 시대 변천과 문화 수용 연구」, 「조조曹操의 ‘유재시거唯才是擧’에 반영된 여성관」, 「[세설신어]를 통해 본 위진魏晉 시대 죽음의 문화적 의미 고찰」, 「뮬란의 정치학-「목란시편木蘭詩篇」에 나타난 문화개방 및 소수민족 정책」, 「지리·종족·젠더의 시대적 의미-『세설신어』를 통해 본 위진 시대 이민족 문화」 등의 논문을 통해 고전문학을 대중문화와 콘텐츠화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 지향점을 모색해왔다. 고전문학이 현대적으로 해석되고 활용되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대, 경희대, 숙명여대, 신한대에서 강의했다. 「목란木蘭 형상形象의 시대 변천과 문화 수용 연구」, 「조조曹操의 ‘유재시거唯才是擧’에 반영된 여성관」, 「[세설신어]를 통해 본 위진魏晉 시대 죽음의 문화적 의미 고찰」, 「뮬란의 정치학-「목란시편木蘭詩篇」에 나타난 문화개방 및 소수민족 정책」, 「지리·종족·젠더의 시대적 의미-『세설신어』를 통해 본 위진 시대 이민족 문화」 등의 논문을 통해 고전문학을 대중문화와 콘텐츠화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그 지향점을 모색해왔다. 고전문학이 현대적으로 해석되고 활용되어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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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622g | 150*225*20mm
ISBN13
9788964621639

책 속으로

실상 조선시대에 이혼은 쉽지 않았다. 남녀의 결혼이 집안의 결합으로, 다시 정계의 결탁으로 이어지는 조선사회에서는 이혼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래서 이혼에는 다음과 같은 명확한 사유가 필요했다. 그 첫째는 ‘역가逆家’이혼으로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역모와 관련되었을 경우다. 둘째는 강제이혼인 ‘의절義絶’로 부부 중 한 명이 배우자의 존속을 구타하거나 살해한 경우, 남편이 장모와 간통하거나 아내가 남편의 친족과 간통할 경우, 남편을 때린 경우에 해당되었다. 그리고 셋째는 ‘칠출삼불거七出三不去’의 원칙에 의거한 경우였다.
--- p.79~80

오히려 사료적 근거로 볼 때는 팔수부인이 일본 왕실 출신이라는 설이 더 개연성이 있다. 일단 칠지도라는 유물상의 증거가 있다. 칠지도의 제작연대는 전지왕 4년(408)으로 확인되는데, 그 뒷면에 새겨진 “백제 왕세자께서 부처님의 가호로 귀하게 태어났다(百濟王世子寄生聖}音)”란 문장 중 ‘백제 왕세자’가 태자 구이신을 지칭한다고 한다. 즉 칠지도는 태자의 탄생을 기념하여 외가인 일본에 보낸 물품이라는 주장이다. 또 『일본서기』에 팔수부인이 어린 구이신왕을 대신해 섭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목만치木滿致와의 구설도 이 가설에 대한 가능성을 높인다. 즉 왜국의 강력한 지지를 업은 ‘야마토(大倭)의 목만치’와 사통한 것은 그녀가 왜 왕실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 p.93

고야신립이 백제 무령왕의 후손으로 도래인 야마토 씨 출신임을 밝히고, 백제의 시조가 고구려의 주몽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언명한 것이다. 고닌 천황은 일본 역대 왕 중 최고령(62세)으로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일본 황실은 덴지 천황 이후 770년까지 100여 년간 덴무天武 천황 계가 왕위를 이었기 때문에 덴지 천황의 손자 고닌에게 왕위 계승은 물 건너간 꿈일 뿐이었다. 그는 조부 때부터 계속되는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나 재야의 황손으로 살아가던 시기에 고야신립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48대 쇼토쿠稱德 천황(교과서에서 익히 본 쇼토쿠聖德 태자와 다른 사람이다)이 후계자 없이 죽으면서 62세의 고닌에게 왕위 계승의 기회가 찾아온다. 혹자는 고닌의 등극에 고야신립을 중심으로 하는 백제인들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고도 한다. 후보에도 없던 노령의 고닌이 왕위를 승계하기 위해서는 기존 세력에 대항할 만한 견고한 뒷받침이 필요했다. 그런데 마침 사랑하는 여인이 백제계였으니, 백제인들로서도 황후를 배출하여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왕위에 오른 고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후계를 고야신립의 아들 야마노베山部(간무桓武 천황)에게 물려주는 작업이었다.
--- p.96

노래는 그저 고려의 번화가와 뒷골목, 절과 궁정 주변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만남과 에피소드를 읊었을 뿐이다. 허나 만두가게를 시작으로 절간, 우물가, 술집 등 삶터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통과 간음은 몽골인과 이슬람인이 북적대며 이국 음식이 잠식한 고려 장터, 땡중이 활개치는 부패의 온상인 사찰, 폭압적 권력의 집결지인 왕궁을 상징하는 우물가와 온갖 것을 다 파는 술집으로 묘사되는 고려 말 혼종의 현장을 재현한다. 만두가게 주인, 사찰의 승려, 우물가의 용, 술집 아비로 그려지는 지역 자본가, 타락한 종교인, 최고 권력자, 유흥업소 장사꾼은 생계의 도처에서 맞닥뜨리는 인간 군상이다.

하여 이들의 음란은 일상이며 생활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실행 가능한 짜릿한 일탈을 광대, 상좌, 두레박, 시궁 바가지, 그 누구라도 되어 훔쳐보는 맛은 쏠쏠하면서도 씁쓸하다. 손목 잡고 눈 맞으면 잠자리로 직행하는 대담한 행위에 “더러둥셩 다리러디러”의 추임새는 불륜의 흥을 부추긴다. 왕족들과 권문세족들은 이 노래를 무대에 올려 대놓고 즐기며 관음하였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만화경처럼 구경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고려 말 문화의 혼종과 도 넘은 분방의 기류는 이렇게 자조하고 있다. 그 잔 데같이 난잡한 곳이 없더라고.
--- p.129

이번에는 한반도에 장가온 아리아족 청년 이야기다. 이슬람 이전 페르시아 시대의 영웅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Kush-nameh」에는 흥미롭게도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의 혼사가 실려 있다. 이야기는 637년 사산조 페르시아가 아랍군에 패배하여 수도 크테시폰Ctesiphon이 점령되고, 마지막 왕자 피루즈Firuz가 중국으로 망명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루즈는 중국에서 이란인 잔존 세력들과 공동체를 형성하여 아시아 내륙에서의 항쟁을 지휘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으로 더이상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 왕자는 새 망명지를 찾는데, 그곳이 바로 신라였다. 「쿠쉬나메」에서 왕자 피루즈는 아비틴으로, 신라는 바실라Basilla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 p.141~142

이인로는 봄꽃같이 어리고 화사한 기생들이 앞다퉈 미색을 뽐내건만, 가을날의 연꽃마냥 시들어가는 백련에게 어찌 미련을 못 버리느냐며 놀려댄다. 사내라면 의당 열 여인 마다않는 것이 당연지사거늘 낯간지럽게 무슨 순정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김인경이야말로 남녀관계에 있어 수컷 본능만을 강조하는 이인로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진짜 사랑의 고수였다.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비밀을, 관심을 기울일 때 유의미해지는 관계를, 자세히 볼 때 발견하는 어여쁨을 그는 알았던 것이다. 세월과 본능을 상관 않고 진정과 진심의 경지를 보여준 김인경의 시문은 진짜 사랑의 기술이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 p.169

그러니 이이는 모계 쪽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외탁형 천재에 가깝다고 하겠다. 외가인 강원도의 오죽헌에서 출생하고 자라면서 진보적인 외조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학문적·예술적 소양이 넘치는 모친을 유난히 따랐으니 말이다. 모친의 행적을 기록한 『선비행장先?行狀』에서는 아예 사임당의 고매한 인품, 온화한 성품, 고결한 지조, 뛰어난 그림 솜씨, 경전 실력, 작문 능력 등에 대해 찬양과 감격으로 일관했다. 한편 부친에 대해서는 “아버지는 성품이 활달하시어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으셨으며, 집안일에 무신경하셨다. 또한 아버지가 실수를 하면 어머니가 옳은 길로 잘 이끄셨다” 정도로 간결하게 적었다. 한마디로 철없는 부친을 성숙한 모친이 잘 리드했다는 것.
--- p.196~197

노회한 정치의 세계에서 투박하고 거친 정철의 소신과 존재는 언제나 튀는 모난 돌이었다. 고위관직의 권위도 물정에 어둡고 관계에 서투른 그에게는 모두 몸에 맞지 않는 옷 같았다. 신념을 내세우면 고집불통이라 했고, 단호하면 비열하다 욕을 먹었다. 술을 먹으면 망나니라 했고, 정적을 쳐내면 ‘악독하다’는 비난이 돌아왔다. 그러다 어느새 백발이 된 그에게 10년 만에 찾아온 진옥은 선물 같았다. 그리하여 다시 시작된 노년의 은퇴한 정객政客과 기녀의 재회는 이전과는 다른 농도로 전개된다. 정철이 도발하자 능숙하게 받아치는 진옥의 육감 방자한 시 대결을 보라.
--- p.223

글 속 풍경은 불교의 영향이든 청결의 민족성이든 어찌됐든 아침 일찍 일어나 제일 먼저 몸을 닦는 것이 일상화된 고려인의 모습이다. 이것이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는 공자의 가르침 아래 씻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송나라 사신의 눈엔 의아하게 비춰졌던 모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여름날 시내에서 진행되는 방자한 혼욕 광경이다. 바위에 아무렇게나 옷가지를 던져놓고, 물속에 몸을 담그고 유쾌한 듯 어우러진 남녀의 목적이 아무래도 목욕만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 p.229

산간 계곡에서 술을 마시고 진탕 놀다가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조선시대 사족 부녀들이라, 좀 낯설지 않은가? 그러나 의외로 당시 부녀자들이 친척을 맞이하거나 배웅하기 위해 산과 계곡을 찾는 일은 ‘근친覲親’이나 ‘반보기’라는 명목 아래 종종 행해졌다. ‘근친’과 ‘반보기’는 시집살이로 친정방문이 어려워진 며느리들에게 한가위와 같이 특별한 날에 주어진 짧은 휴가다. 출가한 딸이 직접 친정을 방문하는 것이 근친이고, 근친이 여의치 않을 경우 모녀가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두 집의 중간쯤 되는 산이나 시냇가에서 만나 회포를 푸는 일을 ‘반보기’라 한다. 이때 일가친척이나 동년배 여성들이 동참하면서 모녀상봉은 색다른 모임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고된 시집살이를 토로하며 음식을 나누고 남편 흉을 안주삼아 술도 한잔씩 걸치는 가운데 음주가무가 어우러진 한바탕 낭자한 놀음판이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 p.233~234

「조화전가」는 홍원당이라는 남성이 1746년(영조 22) 봄 경북 봉화군에서 열린 여성들의 화전놀이를 조롱한 작품이다. 비난과 조소가 가득하지만,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기실 자기들 놀이가 무산된 것에 대한 화풀이와 신명나는 모임에 대한 질투에 지나지 않는다. 말만 무성할 뿐 준비한 바도 행동에 옮길 계획성도 없는 한량들이 맥 놓고 있을 동안, 야무지게 채비해서 재미지게 봄을 누리는 아녀자들의 추진력과 실행력이 부럽고도 괘씸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에 대해 요란한 준비과정이니 지아비 험담이니 형편없는 안목이니 하며 물색없이 헐뜯고 비아냥댄다. 차라리 끼워달라고나 하지, 화전 한 입 나눠달라고나 하지. 억지스러워 더 애처롭고 가소로운 이 어이없는 조롱에 권씨 여인은 「조화전가」에 반박(반反)하는 「반조화전가反嘲花煎歌」로 조곤조곤 반론을 제기한다.
--- p.241~242

풍류는 여유다. 모든 규제와 속박, 틀과 편견을 내려놓고 세상과 하나가 될 때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자격은 자존심, 명예, 위신을 내세우는 이가 아니라, 몰입하고 감격하고 전율하는 이에게만 주어지는 법이다. 권씨의 「반조화전가」에 대한 남자들의 더이상의 반응은 없다. 선택지는 두 가지. 에라 건방지다 헛기침 날리며 황급히 귀가를 서두르는 것, 혹은 아차 내 실수 했으니 사과의 의미로 술 한잔 따르겠노라며 은근슬쩍 합류하는 것. 그중에 무엇을 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아름다운 봄 언덕에, 만물이 소생하고 음양이 화和한다는 짧은 봄날에, 아녀자니 백면서생이니 다투지 말고 모두 함께 조화를 이루어 명랑하고 유쾌한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p.243

그 광경을 걸쭉한 입담으로 풀어낸 것이 음담패설 작품집과 사설시조라고 할 수 있다. 『기이재상담』에 실린 이야기는 성과 쾌락의 이야기로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데카메론』을 방불케 한다. ‘부부상열지사’ 중인 형님을 찾아온 아우에게 민망한 형이 “아우 왔는가. 난 지금 ‘뜨신 음식’을 먹는 중일세”라 하자, 아우가 “아이쿠 형님! 계속 드십시오. 전 방금 먹고 왔습니다”라고 답한 이야기는 외설보다 익살에 가깝다. 또 무더운 여름날 쭈그리고 김을 매던 아낙네의 허벅지를 타고 개미 몇 마리가 기어 올라가 음문으로 들어갔는데, 지나가던 선비가 “둘이 힘을 합해 개미를 끼워죽이자”며 여인과 한몸이 되었고, 이에 아낙은 “선비님, 누가 보면 우리가 거시기한 줄 알겠네요”라며 웃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송세림이 편찬한 『어면순禦眠楯』에도 농밀한 육담이 낭자하다.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 아들을 따돌리는 부부의 해프닝, 주인의 눈을 피해 벌판에서 사랑을 나누다 들킨 노비 부부의 성생활, 남근이 큰 신랑감을 고르는 처녀의 지혜 등의 일화는 잠(면眠)을 막아주는(어禦) 방패(순楯)라는 제목에 걸맞게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 p.249~250

「한림별곡」에는 정체성의 혼란과 시대의 갈등을 은둔, 음유, 풍류, 퇴폐 속에서 해소하려 했던 당시 귀족들의 생생한 실상이 담겨 있다. 총 8장의 별곡체 기악 가사에는 각각 문장, 서적, 글씨, 술, 꽃, 음악, 경치, 그네뛰기에 대한 귀족 양반들의 과시와 허세가 가득하다. 1장부터 7장까지 저마다 득의양양하게 각 분야의 지식과 재주를 뽐내던 그네들의 유희는 마지막 8장의 ‘그네타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 일견 그네를 타며 향락을 즐기는 듯한 이 장면에는 동성애의 코드가 숨어 있다. 화자는 유생이 분명한데, 그네를 밀고 당기는 이가 정.소.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소년의 ‘정鄭’에 주목해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일찍이 중국 최고最古의 시가집인 『시경』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제후국인 정鄭나라의 노래 정풍鄭風을 ‘남녀상열지사’로 통칭되는 음란한 음악으로 분류했다. 『시경』을 정리한 공자도 “정나라의 노래가 아악雅樂을 어지럽힘을 미워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렇다니 더 들어보고 싶지 않은가, 그 고얀 정풍을?
--- p.290~291

정약용은 『흠흠신서』의 서문에서 집필 동기를 위와 같이 밝혔다. 평등과 인권 등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된다는 현대사회에서도 억울하고 원통한 것이 법의 판정이다. 그러니 양반·상놈의 계급이 철저했던 조선시대에야 오죽했으랴. 다산은 특히 돈 없고 힘없는 백성들에게 발생한 살인사건의 경우, 조사·심리·처형의 과정이 매우 무성의하게 진행됨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이는 관료 사대부들이 형법과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검수의 기술이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고 여겼다. 하여 그 해결방안으로 살인사건에 관련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예시와 전문적인 검안방법, 판례 등을 적은 살인사건 실무지침서를 편찬하기에 이른 것이다. 법의학, 사실인정학事實認定學, 법해석학을 포괄하는 『흠흠신서』는 총 30권 10책 5부로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 p.322~323

고대 한국에도 여성들의 특별한 사랑은 존재했다. 조선시대에 대식對食은 여성들 간의 은밀한 사랑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마주 앉아(對) 먹는다(食)’는 뜻의 대식은 원래 궁녀를 위해 가족이나 친지를 궁궐로 불러 같이 밥을 먹게 해주는 일종의 면회제도였다. 그러다가 궁녀들이 대식을 핑계로 동성애인을 불러들이면서 점차 동성애를 지칭하는 은어로 사용되었다. 궐 밖에서 상대를 불러올 수 없는 처지의 궁녀들은 대개 궐 안 동료들에서 상대를 찾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 이따금 상전의 부름에 응해야 하는 경우나 권력쟁탈의 일탈적 방편으로 활용한 예도 있었던 것 같다. (……)

고대로부터 동성애를 지칭하는 용어는 꽤나 다채로웠다. 남자애인을 뜻하는 남색男色, 남풍男風, 남총男寵이나 연애상대 미소년인 연동?童, 총애하는 아이라는 폐동嬖童 등은 남성의 동성애를 암시한다. 성총을 흐리는 요사스러운 무리라는 영행?倖, 전국시대 위왕魏王이 사랑한 용양군龍陽君에서 따온 용양, 복숭아를 나눠 먹는 각별한 사이라는 분도分桃, 동성애인의 낮잠을 위해 임금이 용포자락을 끊었다는 단수斷袖 등도 모두 남성 군주의 동성애인으로부터 유래된 명칭들이다. 이 용어들은 당시 동성애란 특정 권력자들이나 남성들만의 독점적 권리이자 차별적 기호였음을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남녀 모두의 동성애를 뜻하는 대식의 유래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동성애마저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들 간에도 공공연히 자행되었던 특별한 사랑의 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 p.350~352

김학지는 사건을 온전한 시각으로 파악하는 몇 안 되는 관료 중 한 사람이었다. 김여달을 극형에 처하자는 그의 상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듬해인 세종 10년(1428) 윤달 4월 1일 세종의 선처로 유감동은 천역이 면제된다. 그러나 떠들썩한 소용돌이 가운데 이미 그녀는 이리 찢기고 저리 난도질당하는 천형을 수천 번 이상 받은 셈이었다.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극형 요청 상소와 희대의 망부亡婦라는 불명예는 정절의 나라 조선이 그녀의 이름을 빌어 모든 여성들에게 보내는 협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미성숙한 윤리 제국의 도약에 슬슬 시동을 거는 일벌백계로서 말이다. 유감동은 시와 글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으나 ‘음부’라는 이유로 모두 소실되었다고 한다. ‘재능’과 ‘도덕’이 분리되지 못한 채 여자라는 단일한 이름으로만 평가된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었을까?

--- p.384~385

출판사 리뷰

그들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마침내 그 시대의 풍경이 된다―


-유희춘과 송덕봉의 ‘부부의 세계’
-남사친 여사친의 러브레터, 삼의당 김씨와 하립
-인도 며느리와 페르시아 사위, 허황옥과 아비틴
-규방의 반란, 여항의 밀회?고려 여인들의 삶
-춘화와 음담의 서사
-살인을 부른 치정의 추억, 『흠흠신서』의 사건파일

유배지에서도 투덜이 스머프가 된 이는 누구일까?

“모처럼 애써서 보낸 반찬(饌物)은 마른 것 이외에는 다 상하여 먹을 길이 없소. 약식 인절미가 아깝소. …… 김치는 소금을 너무 쳐서 맛이 변했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오. 새우젓도 조금 쉬었으나 조기젓과 고추장볶음은 또 괜찮으니 이상하구려. 민어와 육포(散脯)도 괜찮습디다. 어란도 거기서 먹을 만한 것을 구하여 보내주오.” (1841년 3월 20일)

“조금 단맛이 있는 간장을 먹고 싶소. 잣과 호두는 여기 없는 것이니 얻어 보내도록 하고, 좋은 곶감이 거기서는 얻기 어렵지 아니할 듯하니 배편에 4~5접 얻어 보내주구려.” (1841년 7월 12일)

머나먼 유배지에서 인절미·민어·어란·잣과 호두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식성에, 보낸 김치와 반찬이 짜다 말다 잔소리를 늘어놓고, 툭하면 힘들다는 어리광과 투정으로 도배한 편지를 보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예민한 예술가이자 걸출한 학자, 불우한 정치인이 유독 부인에게는 어린아이가 되어 보낸 한글편지. 바로 추사 김정희다.

새롭게 복원된 ‘밑줄치지 않은’ 곳의 역사

미시사(microstoria)는 개인으로서의 인간 또는 소집단을 통해 역사적 리얼리티의 복잡 미묘한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다. 역사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역사학은 과거 속에 묻혀 희미해져버린 이들의 생생한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줌인(zoom-in)의 역사학’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친숙한 역사의 사건과 인물을 ‘미시사’ 혹은 ‘연애사’라는 렌즈를 통해 새롭게 조망한 이 책은 정사正史와 문헌을 풍부히 활용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학 속의 사랑을 다루었다. 그때 그 시절의 연애사건을 들여다보노라면, 천촌만락 희로애락의 인간 군상과 맞닥뜨릴 수 있다.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정사의 위엄과 권위 사이로 흐르는 풍요로운 서사를 엿보고, 『한서』·『삼국지·위서·동이전』·『일본서기』·『고려도경』 등에서는 동아시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공유되거나 대립하는 관계망들을 확인할 수 있다. 『흠흠신서』·『퇴계집』·『연려실기술』·『어우야담』 등을 통해서는 켜켜이 쌓인 개개인의 사적이고도 은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과거의 기록들을 통해 소소한 일상과 사건, 눈물과 한탄, 춘정과 욕정이 공명하는 순간들을 마주함은 또다른 발견의 기쁨이다. 유적지에 얽힌 사연과 뒷골목을 휩쓸던 야사, 세간의 소문과 낙서의 파편들이 우리에게 다시 생생한 서사로 부활하는 것이다. 렌즈의 초점을 사건에서 사연으로, 연혁에서 시간으로, 기록에서 자취로 옮길 때 우리는 비로소 숨겨진 서사와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로맨스, 스캔들, 에로티시즘의 장면이요, 낭만과 순정, 불륜과 간음의 현장이다. 그 사연의 자취는 시가 되고 역사가 되어 마침내 그 시대의 풍경이 된다. 그리하여 기존의 역사서가 정치사 중심·남성 중심의 역사책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기존의 역사에서 그다지 중점을 두지 않았던, 즉 밑줄을 치지 않은 곳의 역사가 새롭게 복원된다.

옛날 사람들도 사랑을 하였구나

400여 년 전 조선 땅 안동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미투리를 엮어 남편에게 바친 여인이 있었다. 미투리의 순애보는 1998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안동시 정상동의 주인 없는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된 편지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무덤에서는 시신과 함께 저고리, 치마, 부채, 미투리 등의 부장물이 출토되었는데, 망자의 가슴을 덮은 한지에 절절한 사연이 쓰여 있었다. ‘원이 아버지에게, 아내가’로 시작되는 이 편지에는 망자에 대한 그리움과 혼자 남겨진 서러움이 가득하다.

유희춘의 『미암일기』를 채운 ‘부부의 세계’는 어떠한가. 사실 유희춘은 학문이 매우 정밀했고 행실이 독실하였으나, 세상물정에 어두웠다. 그는 전답 매매나 집수리, 서책 정리나 자녀교육 등의 일까지 모두 송덕봉에게 의지하곤 했다. 의관과 버선이 해져도 부인이 새것으로 내주지 않으면 바꿔 입을 줄 몰랐다. 한번은 덕봉이 책 테두리에 제목을 써서 보고 싶은 책을 쉽게 꺼내볼 수 있도록 서책을 정리해주자, 좋아라 하며 “보고 싶은 책을 쉽게 꺼내볼 수 있으니 아주 좋다!”라고 일기에 기록해두기도 했다.

또한 청렴 정승 황희의 간통 스캔들, 천재학자 율곡의 플라토닉 러브, 성리학의 대가 이황의 러브픽션을 통해서 우리는 ‘역사적 위인’이 아닌 ‘로맨스의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내시와 궁녀의 몰래한 사랑, 봉빈과 소쌍의 대식 소동, 그리고 정절의 제국에서 ‘탕녀’로 소비된 유감동과 어우동의 사연에서는 권위적 해석과 윤리적 왜곡에 감춰진 그네들의 질곡을 경험할 수 있다. 고닌 천황의 여인이자 간무 천황의 모친으로 백제 혈통을 일본 황실에 뿌리내린 고야신립高野新笠, 이란의 서사시 「쿠쉬나메」에 전해지는 아비틴 왕자와 신라 공주의 결혼식도 있다.

조선시대 ‘신중하고 또 신중할 것(欽欽)’을 당부한 『흠흠신서』는 치정사건을 포함한 과학수사 사건파일이요, 사랑을 글로만 배운 쑥맥들의 시는 ‘천년의 절창’이 되기도 한다. 서릿발 같은 정치가 정철이 사랑의 포로가 되어 쓴 연애시, 충정의 아이콘 정몽주가 부르는 강남 아가씨 예찬론, 규중 금기를 넘은 고려 여인들의 당돌한 행보는 또 어떤가. 물놀이와 꽃놀이에 나선 아낙들의 풍류와 이를 조롱하는 질투쟁이 사내들의 허세, 춘화와 음담의 난잡하지만 살 냄새 나는 도발은 실록의 간극을 채우고도 남는다.

시와 노래로 남은 연애사건 28가지

저자는 ‘뮬란’ 연구로 박사논문을 쓴 이래로 동아시아 전체를 시야에 놓고 유교적 가치관에 억눌려 살았던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의 삶과 사랑에 대해 천착해왔다. 『황아! 황아! 내 거처로 오려무나: 중국문학, 사랑에 빠지다』에 이어 『사랑에 밑줄친 한국사』에서는 무대를 옮겨 삼국시대부터 식민지기까지의 ‘사람’과 ‘사랑’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리고 시와 노래로 남은 연애사건 28가지를 발굴하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당시의 시대와 문화를 직조해낸다. 고전문학을 현대적인 대중문화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접목하는 저자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 엿보인다. 원문 및 자료를 토대로 옛사람들의 발자국을 좇으며 역사를 사랑으로 읽어낸 이 책은, 그래서 사랑에 밑줄치면 비로소 보이는 ‘신新에로틱 한국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마음을 글로 적는다, 사랑을 알기 위해서”(〈바이올렛 에버가든〉)! 이제 애틋한 사연은 시가 되고, 외설을 두른 익살과 해학은 노래가 되어 현재의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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