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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방아를 찧는다는 기발한 이야기가 익살 넘치는 그림과 만났습니다.
좋은 글작가와 그림작가와의 작업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구수한 옛이야기꾼인 서정오 선생님의 돋보이는 글과 <열두 띠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림에 녹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리춘길 선생님의 그림은 하나로 어우러졌을 때 더욱 그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처음 이 이야기를 선정하기까지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었습니다. 사실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어떻게 재화하느냐도 옛이야기에 있어 중요하지만,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독자들에게 알리느냐 역시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히 이 이야기를 선정할 수 있었지요. 이 이야기의 백미는 바로 호랑이가 방아를 찧는 듯 뒷발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로 그 장면들입니다. 어떻게 이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표현해 주어야 할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때 리춘길 선생님께서 내어 주신 아이디어는 정말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재미난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해 주었지요. 파노라마식의 장면 구성은 이야기의 생기를 더욱 불어 넣는데 아주 큰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이야기와의 만남은 언제도 설레이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 독자 여러분들도 이 설레임을 함께 나누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1. 기획 의도 :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호랑이가 방아를 찧는다'는 기발한 상상력이 깃든 이야기를 새로 발굴하여, 독자들에게 다양한 옛이야기의 신선함과 즐거움을 맛보게 합니다. 2. 글의 특징 : 기승전결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 구조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옆에서 들려주는 것 같은 입말체의 사용은 우리네 옛 정서와 숨결을 잘 전해 주고 있습니다. 3. 그림의 특징 :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 모습에서 캐릭터 아이디어를 얻어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호랑이를 표현했고, 지금도 시골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그려 친근한 우리 옛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 글작가의 말 : 서정오 책방에 갈 때마다 놀랍고 걱정스러운 것이, 다른 나라 그림책에 묻혀 우리 그림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나라라고 해도 서양 몇몇 나라에 치우친, 또 균형을 깨뜨릴 만큼 지나치게 많은 이 그림책들을 보면, 이 '서양 정서의 숲'에 묻혀 우리 아이들이 걸음마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나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삼성출판사에서 우리 옛이야기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해 왔을 때, 바로 이러한 생각이 큰 망설임 없이 그 제의를 받아들인 동력이 되었습니다. 우리 정서를 담은 옛이야기 그림책이 조금이라도 균형의 저울추를 바로잡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책 글쓰기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옛이야기가 본래 가진 서사성을 그림과 잘 어울리게 가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요. '듣기'를 전제로 탄생한 이야기의 맛을 '보기'에 바탕을 둔 그림과 버무리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러 차례 고민과 손질이 있었음에도 끝내 글이 그림을 따라가지 못한 것은 아닌지, 독자들과 그림작가에게 겹으로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어쨌든, 고생 끝에 만들어진 이 그림책들이 우리 아이들 눈과 가슴을 밝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림작가의 말 : 리춘길 무섭기도 하지만 너무 익살맞고 재미있는 설정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떻게 캐릭터를 잡아 나갈 것인가가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주인공이며 아이들에게 당하기만하는 호랑이를 코믹한 모습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더 무서운 모습으로 설정할 것인가는 이야기 전반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기에 더욱 망설이게 되었지요. 결국 재미있고 웃기게 생긴 호랑이를 아이들이 물리치는 장면이라면 긴장감이 많이 떨어질거라고 생각이 되어, 약간 바보스럽지만 무섭게 생긴 호랑이가 아이들의 꾀에 매번 당하고 좁쌀 방아를 찧는다면 무섭던 긴장감으로부터 통쾌함이 한층 더할 것이라 생각하고 스케치를 했답니다. 나중에 아이들의 꾀로 호랑이가 좁쌀 방아를 찧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방아찧는 모습을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옛날 우리 조상들이 곡식을 찧는데 사용했던 디딜방아를 호랑이 뒷발과 겹쳐서 그려보니 호랑이 발이 마치 디딜방아의 공이가 되어 쿵덕쿵덕 방아를 찧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게 되었지요. 깊은 산속에서 아이들이 호랑이를 만나게되는 옛날 이야기의 배경과 분위기를 그림책의 전체 느낌이 가볍지 않도록 짙고 어두운 갈색으로 색깔을 내었고, 산골의 작은 초가집 주변의 생김새와 약간의 살림살이 도구들을 표현해서 미흡하지만 우리네 옛모습이 어린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친숙해 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방아찧는 호랑이>를 재미있게 읽고 무서움과 두려움으로부터 지혜롭게 맞서는 씩씩한 어린이 여러분들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