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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강의 문서 - 군자란 - 따뜻한 손 - 불온한 협곡 - 석양 무렵 - 소라는 죽었다 - 실종 신고 - 차압된 혼 - 행복한 우리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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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혼 가냘픈 영혼이여. 강가에 머물러 있을 때 숲을 노래하라. 참나무와 다복솔 그리고 청설모, 망명해 있었던 것들에게 상형문자 한 줄 남기네. 강물을 차고 오르는 새 떼들 하류로 나네. 비록 작은 날갯짓에 불과하더라도 하류에 당도할 수 있으리. 날개 품에 있었던 옛날이여,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비상하는 날. 상류를 지나니 중류. 중류를 지나 하류에서 착륙할 지점을 찾고 있는 중. 한 세대가 사뿐히 내려앉네. 방황의 계절. 씻길 대로 씻겨 뼈대만 남은 바위. 천둥소리 듣지 못하고 눈으로 보기만 하네. 종점 부근 가쁜 숨결 턱에 걸려 길 앞에서 멈칫거리네. 익을 대로 익어 슬픈 연대. 돌아올 수 없는 강. 내 작은 영혼 낙엽이 지는 강가 험한 협곡으로 가랑잎 되어 흩날리네. 우리 다시는 재생할 수 없으리. 햇볕 질긴 이 생생한 가을날 나는 다시 부르리라. 흔들리는 잎새들의 희미한 기억을. 강을 에워싼 초목들의 함성 건실한 축제의 노래이니 열리는 문으로 들어가 당당하게 착륙을 서두르자. 내가 걸어온 길 비포장도로 자욱한 먼지여. 덜컹거리는 귓속의 이명을 이제 하류에 묻으려 하노니. 수상 조끼를 입고 노를 잡은 양손에 체중을 싣네.
--- 「강의 문서」 중에서 오늘은 책 한 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김영신 교수(철학)의 에세이였다. 현대인에게 띄우는 편지라는 표지를 보고 처음 호기심을 가졌는데 독후감은 예상대로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현대인의 심성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눈빛처럼 하얀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였다. --- 「실종 신고」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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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설집 『강의 문서』는 우리 삶의 현장을 네 가지 측면에서 형상화한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는 절망에서의 몸부림이다. 「강의 문서」의 김형구 군, 「군자란」의 양성철 씨, 「불온한 협곡」의 문기 군, 「석양 무렵」의 최단심 할머니는 공통적으로 어두운 계곡에서 희망의 불씨를 간직한 채 절망하는 몸부림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절망은 시대의 암울한 현장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부조리한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두 번째는 사랑 찾기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사랑이라고 알고 있다. 사랑을 얻으면 천하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따뜻한 손」의 상옥 씨, 「차압된 혼」의 순호 씨는 잃어버린 사랑의 회복을 위해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수없이 전송하지만, 답은 없고 시간만 빠르게 흘러가는 답답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세 번째는 회한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이다. 「소라는 죽었다」의 인자는 미혼모 시절에 버린 딸에 대해 깊은 회한에 빠져 현실을 방황하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네 번째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에 대한 양심의 실종 신고이다. 「실종 신고」의 영보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양심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수한 영보의 행방이 묘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번 박규현 소설집 『강의 문서』는 사랑과 절망 사이에서 배회하는 현대인의 일상을 세련된 문체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말 산 너머에 유명한 호수가 있었다. 이름은 알려졌지만 직접 가서 봤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가서 본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했다. 깊은 산 속의 무지갯빛 호수. 소문은 자자했다. 호수를 보기만 해도 아들을 잉태할 수 있다. 호수 가까이 가기만 해도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 호수에 발을 담그면 모든 피부병이 치유된다. 호수를 바라보기만 해도 모든 잡념이 사라져 평안의 세계로 침잠할 수 있다. 호수의 물을 한 모금만 마셔도 모든 나의 소원이 성취된다. 호수가 있는 큰 골짜기는 살랑거리는 바람의 애무를 받으며 늘 푸르른 기상으로 늠름했다. 호수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였다. A 코스, B 코스, C 코스, D 코스, E 코스, F 코스 등 다양했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수시로 고개를 넘었다. 무지갯빛 호수와 상면하기 위해. 작은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거기만 갔다 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으므로.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다. 꿈을 위해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었으므로 꿈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코스를 선택해 언덕을 올랐다. 헉헉 숨을 몰아쉬며. 조금만 가면 고개가 나오고 고개를 넘으면 호수와 조우할 수 있었으므로. 개미가 줄지어 비탈길을 오르는 형상이었다. 때로는 누가 먼저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경쟁을 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먼저 성큼 성취감을 맛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다. 욕구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불길처럼 타올랐다. 그것은 본능이었으므로 마음대로 억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고개를 넘으면 또 하나의 고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만 넘으면 되겠지. 지치고 힘들어도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내가 넘어 할 고개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였으므로. 비탈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목격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러할 것이니. 나도 펜을 들고 땀을 흘리며 고개를 넘는 중이다. 그들을 스케치하며. 때로는 그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밤에는 소주잔을 부딪치기도 하며. 돌아오지 못할 그들의 운명, 나를 포함한 그들의 땀과 눈물을 열심히 그렸다. 이게 그들 속에 포함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