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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후진하지 않는다
박규현
도서출판도화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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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강 1~7

2부


나의 시간을 차압합니다 / 모든 것들은 음악 소리를 낸다 / 별 / 창가에 서서 / 강물이 흘러간다 / 그냥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 그리워 / 길 / 꽃 / 꽃으로 피라 / 나무와 새와 / 난쟁이 / 내 소녀 / 임 / 물을 뿌리고 나서 / 밤의 소묘 / 배 / 백두산 / 변방에 부는 바람 / 별 하나 외출한 자리 / 북풍 / 신탁구 교본 / 위험한 밥상 / 적요를 흔들면 고독이 울려온다 / 철조망 / 신화에게 / 어둠아, 어둠아! / 그런 나라

3부


5월의 노래 / 걸레 / 겨울나무에게 / 계단 / 귀향 / 길의 운율 / 눈을 깜박이는 이유 / 바랭이 / 밤의 변주 / 벽 타기 / 산1 / 산2 / 산3 / 산4 / 산5 / 산6 / 산7 / 산8 / 산9 / 산10 / 그림 / 이렇게 외면하고 길을 걷는 것은 / 전주에서 수원까지 / 지금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니다 / 지날재 / 처방전 / 촛불 / 현대시

4부


1980년 / 겨울나무 / 길2 / 능선과 하늘 사이 / 다도해 / 비봉산에는 이상한 나라들이 있다 / 살아 있는 동안 / 새 터 가는 길 / 옥구슬들의 행진 / 육각기둥 / 지하철 노선도 / 진단서 / 참회록 / 창 / 칠봉이 / 품사론 / 피파 온라인3 / 홍수 / 돛단배

해설
서사와 서정의 절묘한 균형, 그리고 ‘강’과 ‘산’ / 김재홍

저자 소개 1

전북 정읍 산외에서 출생하여 그곳에서 성장 과정을 보냈다. 1998년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여 석사(윤흥길 소설 연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계간지 『문학과비평』에 신인 투고 단편소설 『벼랑 위의 집』이 당선되었으며 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벽에 대한 노트 혹은 절망 연습』이 당선되기도 하였다. 소설집으로 『걸어가는 달』 『흔들리는 땅』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강의 문서』가 있고 장편소설로 『사랑 노래 혹은 절망 노트』 『별리 시대』 『단진자는 멈추지 않는다』가 있으며 장편융합소설로 『벽과 꿈의 소나타』가 있다. 제18회 한국
전북 정읍 산외에서 출생하여 그곳에서 성장 과정을 보냈다. 1998년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여 석사(윤흥길 소설 연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계간지 『문학과비평』에 신인 투고 단편소설 『벼랑 위의 집』이 당선되었으며 199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벽에 대한 노트 혹은 절망 연습』이 당선되기도 하였다. 소설집으로 『걸어가는 달』 『흔들리는 땅』 『우리는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강의 문서』가 있고 장편소설로 『사랑 노래 혹은 절망 노트』 『별리 시대』 『단진자는 멈추지 않는다』가 있으며 장편융합소설로 『벽과 꿈의 소나타』가 있다. 제18회 한국문학백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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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20*200*20mm
ISBN13
9791124052051

책 속으로

물오른 계절 생명의 날갯짓 물결로 출렁거렸지
바람결에 언뜻언뜻 묻어나는 지난겨울의 설경
설레는 가슴으로 꿈꾸었어
막연한 꿈이었어
산을 넘으면 큰길이 있을 거라고
소재지를 지나면 빌딩이 우거진 도시가 있을 거라고
너울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보였어
어렴풋한 푸르른 그림이
여러 가지 풍경들을 호기심으로 동경했지
그건 가끔 먹는 간식으로 마음의 벤치에 여유를 주었어
강은 거기서 비롯되었어
묵방산 밑 미나리골을 나와
평사리천 둑에 걸터앉아 있으면 벌건 노을 위로
나의 강이 팔딱거리며 숨을 쉬었어
생동하는 계절
만물이 때를 만나 기운을 충전하는 시기
딱지치기, 낚시하기, 풀베기
계절의 한가운데에서 바쁘게 시간을 조각내었어
교과서와 전과는 윗목에 고이 모셔놓고
산으로 가면 산이 되고
강으로 가면 강이 되었어
--- 「강」 중에서

폭설이 내린 세상
급강하하는 기온
절실한 한 줌 햇빛
세상 밖으로 손을 내민다
친구의 온라인 부고장
그리운 사람은 말이 없고
우정 위에 실린 사람은 입이 탄다
(중략)
밖은 영하 10도
쌓인 눈 위에 눈발이 거세다
마을과 도시와 산이 묻혀 고요하다
강물이 흐르고 있다
얼음장 밑으로
--- 「강」 중에서

우리를 출산했던 분
고통을 안으로 숨기고
한 하늘을 인 채
견고한 바위로 누워
시대를 넘어
한을 노래한다
돌아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분
세태를 털고
새로운 꿈을 노래하는 분
솔가지 사이로 들려오는 가느단 음성
귀에 익은 어머니의 음성
늘 미소로 일과를 시작하는 분
품속의 숲 곤한 잠으로 빠져든다
--- 「산 1」 중에서

오늘도 평안한가 흙에서 보내온 긴급 타전
이어폰을 꽂고 말없이 통화한다
새벽이 열리면 아침을 쪼아 꿈을 키우고
해가 지면 날개를 접고 단꿈을 꾸는 새들
숲에 주저리주저리 내걸리는 새들의 퍼덕거림
오늘도 가까운 새 떼들에게 귀순한다
걸음마다 조금씩 비상하는 생애
넓적 바위 부근에서 걸어온 길을 반추한다
걸음걸음 뒤에 남기는 발자국들
파일 이름이 달라 덮어쓰기 할 수 없어
다른 이름으로 저장한다
최신 버전 푸른 숨결 앞세우고
바람이 눕는 길을 찾아서
햇빛 둥근 하루를 따라간다
--- 「산 10」 중에서

가네 가네
우리 난쟁이
대한해협 굽어보며
휘청휘청 걸어가네
물결치는 북태평양 해변으로
갈매기 날고
두 쪽 어두운 구름 떠가네
총 맞은 그날의 영상
아련한 흔들림으로 다가오고
흉터 자리 푸르러 푸르러
지금은 우북한 숲이 되어
번지를 알 수 없는 바람 소리 들리네
가쁜 숨결 앞을 막아서
가녀린 손끝 가슴에 얹고
철조망에 기대어
파랗게 색칠할 꿈을 꾸네
꿈틀꿈틀 요동하는 두만강
--- 「난쟁이」 중에서

이 시린 바람 삭정이만 흔들다
선잠 든 한반도 치마 깃을 후리며
속살을 헤집고
성긴 눈발 흩뿌린다
우리 아버지 참선하는 동네
대동강 물비린내 바람결에 드문드문
남으로 가자
둥지 차고 비상하는 반가운 날갯짓
제 길 찾은 바람 떼 지어 간다
물어뜯는 냉기 속에서
간혹 젖니로 간질이는 숨결
토라졌다 다소곳이 돌아앉는 북풍이여!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무덤가 금잔디 마른풀 부스러기
하나둘 눈발 속으로 보인다
--- 「북풍」 중에서

햇살이 미끄럼 타는 고개
미나리골 사람들 노란 발자국 보인다
한 마리 등 굽은 낙타여
솔바람 향기 땀 냄새로 묻어오는 고개
지날재에 팔팔 뛰는 물고기를 보아라
흰 보습 닦고 닦은 마음의 보금자리
얼룩무늬 청년들이 오르고 있다
푸른 등 위에서
꿈들이 전시회를 벌인다
탐스러운 열매를 따기 위한 포크댄스다
메아리로 마주 바라보는 사람들
정열이 꺼끔해지면
곱게 여울지는 황혼을 따라
낮아진 어깨를 간신히 추스르다가
흰머리 빗어넘기며
황홀한 고향을 찾아
쓸쓸히 고개를 넘는다
--- 「지날재」 중에서

비봉산에는 방울 모자를 쓰고 다니는 꼬마가 있다
새벽녘 아침 안개를 헤치고 헬기에서 내리는 꼬마
꼬마를 따라서 터널을 통과하면
벌과 나비와 꽃이 노래하는 천사의 나라가 펼쳐진다
천사만 사는 때 묻지 않은 나라
천사의 나라에서 기구를 타고 둥둥 날아다니다가
두 번째 터널을 통과하면 홀쭉이 나라가 나온다
육식을 일절 금하고 채식만 하는 나라
나라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초가집이 즐비
한 나라
날씬한 사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나라
채소 시장에는 사람들이 버글거린다
세 번째 터널을 통과하면 앞뒤만 있는 나라가 나온다
좌우가 없는 나라 좌회전 우회전이 없는 나라
모든 도로는 직진이다
로터리가 많은 나라 돌아서 간다
팔이 없는 나라이다
다리로 집고 다리로 쓰다듬고 다리로 사랑도 한다
네 번째 터널을 통과하면 무지개의 나라가 나온다
빨주노초파남보 화려한 나라
다만 하양 검정이 없는 나라이다
혀는 있지만 짧아 말을 할 수 없는 나라
아침 안개가 걷히면 매일 무지개가 펼쳐진다
밤이 없는 나라 낮만 계속되는 나라
창가에 두꺼운 커튼을 쳐야 잠을 자는 나라
마지막 터널을 통과하자 뚱뚱이 나라가 나온다
육식만 하는 나라
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나라이다
정육점이 거리마다 성업 중이다
통통한 사람들이 긴 코트를 입고 뒤뚱뒤뚱 걸어가는
나라
해가 질 녘 서산 노을이 타오르자
꼬마가 헬기로 향하며 방울 모자를 흔든다
꼬마의 퇴근길이 붉디붉다

--- 「비봉산에는 이상한 나라들이 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강은 후진하지 않는다』가 담고 있는 또 다른 노작이 모두 열 편에 이르는 「산」 연작이다. 「강」은 한 편의 시를 7마디로 나누어 썼지만, 「산」은 낱 편이 10마디이다. 맨 처음 우리는 저 높은 곳에서 태어났다. 산을 넘어 천상의 어느 빛나는 궁전에서 살다가 그만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이 지상에 내려 온 것이다. 박규현이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은, “한 하늘을 인 채 / 견고한 바위로 누워 / 시대를 넘어 / 한을 노래한다”에서 알 수 있다.

‘강’이 흐르고 흘러 우리가 나아가는 물길이라면, ‘산’은 우리를 낳고 우리를 굽어보는 생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이 작품에 있다. 그것은 이어지는 다른 시편들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늘이 열리고 / 길이 펼쳐져 / 나를 아득한 곳으로 데려갑니다”(「산 2」). “어르신, 수천 년 생명으로 남아 / 비바람을 견딘 / 산정의 모진 기억들이 회한의 이름으로 / 오늘도 나뭇가지 흔들거린다”(「산 5」).

박규현의 시집 『강은 후진하지 않는다』가 ‘강’과 ‘산’이라는 근원적 이미지를 통한 서사와 서정의 절묘한 균형뿐만 아니라 이밖에도 다양한 삶의 편린들과 시적 자아의 애상의 그림자가 수없이 어른거린다. “밤의 창가로 한 걸음 다가가 /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모든 것은 음악 소리를 낸다」)라는 예민한 감각이 있는가 하면, “별이 반짝거리고 있는 것은 / 우리의 영혼이 속삭이고 있기 때문”(「별」)이라는 섬세한 떨림이 있다. “임이여 / 사랑하는 임이여 / … / 임의 포옹 속 따뜻했던 혈기는 / 내 가슴 속 불씨로 타오르고 있습니다”(「임」)라는 데 이르러서는 만해나 소월이 남긴 ‘임’의 웅숭깊은 민족적 정한(情恨)까지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이르면 박규현의 ‘의욕적이며 노련한’ 시적 열정이 궁극적으로 서정의 지평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 수있다. 어느덧 70년을 넘어 100년에 가까워지는 분단의 시간에도 “대동강 물비린내 바람결에 드문드문”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남으로 가자 / 둥지 차고 비상하는 반가운 날갯짓”을 감각하기 때문이다. 박규현이 지난 세기 대립의 역사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이와 같은 시편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가 “내 숨결인지 아시는지요”(「임」)라고 절규하는 심사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강은 후진하지 않는다』 제4부의 시편들은 일상의 소묘이자, ‘우리 땅’에 대한 그윽한 사랑의 깊이로 넘실대고 있다. “반도의 만년빙에 봄은 오는가 / 팔다리가 부러져도 / 빙산에서 내리는 한 줌 햇살 그리워 / 동트는 새벽을 기다린다”(「1980년」)라는 시가 있는가 하면, “잉걸불 앞에 앉아 고구마를 구워 먹으면 / 단맛에 취해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것도 모른다”(「공」)라는 작품이 있다. 또 “산과 산이 마주 앉아 산아 산아, 흔들어 깨우는 술렁임에 새벽잠을 털고 하루를 시작한다”(「능선과 하늘 사이」)는 대목도 보인다.

이처럼 박규현의 시집 『강은 후진하지 않는다』 79편에 달하는 분량도 그렇지만, 47쪽에 달하는 대작 「강」과 열 편의 「산」 연작으로 서사와 서정의 절묘한 균형 속에서 폭넓은 시적 탐색과 의욕적이면서도 노련한 시적 경영이 보여주는 맛과 멋을 절묘하게 다루고 있다.

추천평

무려 47쪽에 달하는 장시(「강」)와 모두 열 편의 연작시(「산」)를 포함하고 있는 박규현의 시집 『강은 후진하지 않는다』는 매우 의욕적인 양식 주유하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또한 매우 노련한 도전이자 실험이기도 합니다. - 김재홍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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