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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신라의 피리 소리 / 별이 된 나비 / 엄마의 강물 / 액막이 연 / 선 / 허물어진 벽 / 진달래 꽃술 싸움 / 토끼 사냥 / 첫눈 내리는 날 / 꿈의 세상 / 산마을을 지킨 꼬마 탐정 / 할아버지의 수수께끼 / 마지막 토종약밤나무 작가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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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나를 두고 ‘영원한 촌놈’이라고 한다.
처음 본 사람들도 나를 보고 ‘시골 아저씨’ 같다고 한다. 어수룩한 나를 정확하게 집어낸 말이다. 다른 사람들 귀에는 거슬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전혀 아니다. 오히려 더 정겹고, 자랑스럽다. 기쁘고 행복하며 자부심마저 갖게 한다. 농부(촌놈과 시골아저씨)는 동심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세월 따라 내 얼굴은 주름으로 덮여도 난 꿈과 설렘이 있는 동심으로 살아간다. 동심으로 바라본 세상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으로 어린이들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라도 주고 싶다. 농부가 흙을 가꾸지 않으면 땅은 못 쓰게 된다. 동심도 가꾸지 않으면 메말라 간다.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런 스피노자의 명언이 곧 나의 좌우명이다. 농부가 죽을 때까지 흘린 땀만큼만 거두려 흙을 일구듯 나도 그렇게 동화를 쓴다. --- 「머리말」 중에서 흔들리는 꽃잎 속에서 떠돌이 벌은 살며시 눈을 떴습니다. 사방이 캄캄했습니다. ‘이상하다. 누가 이렇게 포근한 이불을 덮어주었을까?’ 떠돌이 벌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었습니다. 이불은 나비의 날개였습니다. 나비는 이미 차갑게 죽어 있었습니다. 죽은 나비를 보니 가슴이 찡하게 울려 왔습니다. ‘난 배고픈 나비를 쫓아냈는데, 나비는 나를 살리고 죽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핑 눈물이 돌았습니다. “민들레꽃님, 어떻게 해야 나비의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요?” “너도 다른 친구의 가슴에 반짝이는 별이 되렴.” “그게 무슨 말이지요?” “너도 나비처럼 남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렴. 그러면 너도 그 친구의 가슴에 영원히 반짝이는 별이 될 테니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반짝이는 별이 될래요.” “그래. 그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이란다.” --- p. 34 「별이 된 나비」 중에서 ‘내가 진달래꽃을 좋아하는 줄 어떻게 알고 보낸 걸까?’ 나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가 밤중에 진달래꽃을 배달할 수는 없습니다. ‘선생님? 아니면 친구?’ 나는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또다시 끙끙거렸습니다. 내가 아파서 결석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뿐입니다. 어쩐지 선생님이나 친구들은 아닐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가족뿐입니다. ‘아! 그래. 아빠라면 혹시 모르겠군.’ 나는 속으로 빙그레 웃으며 아빠의 하루를 상상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아빠는 대구에서 멀지 않은 성주군청에 근무하십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들이 출근하는 아빠에게 손을 흔들어 줍니다. 아빠는 아파 누워있는 내게 진달래꽃을 꺾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퇴근할 때 탐스런 꽃을 꺾어 대문에 놓습니다. 날이 밝으면 아빠는 시침을 뚝 떼고 내게 진달래꽃이 대문에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진달래꽃을 좋아하는 내 호기심으로 기분을 바꿔보려는 뜻입니다. 가슴에 안은 진달래 꽃향기로 나는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새벽 맑은 공기도 내 기분을 들뜨게 합니다. 너무너무 기분이 좋아 아픈 줄 모릅니다. 활짝 웃는 내게서 아픈 기색이 사라집니다. 나는 어느새 아빠의 뜻대로 되어갑니다. 나는 이런 상상의 날개를 접으며 아빠를 마주보았습니다. “아빠, 누가 진달래꽃을 갖다 놓는지 이제 알았어요.” “누군데?” “바로 아빠요.” “뭐? 나라고?” 아빠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습니다. --- pp. 102-104 「진달래 꽃술 싸움」 중에서 나는 날마다 헛걸음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꿈은 품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다.’라는 아빠의 말에 용기를 얻어 더 열심히 찾아갔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아카시아 꽃망울도 제법 굵어졌습니다. 남은 날은 이제 삼 일뿐이었습니다. 어쩐지 축제 전에 올 것만 같아 더 열심히 다녔습니다. 마침내 아카시아 꽃향기가 너럭바위 주위를 채웠습니다. 그러자 너럭바위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내일이 마지막 축제라 사람들로 붐빌 텐데 온다고 해도 어떻게 찾지?’ 나는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하며 너럭바위를 보았습니다. 아카시아 향기는 벌과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몇 사람이 너럭바위에서 기우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중 할머니 한 분이 너럭바위에서 빨래터를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모두 찬란한 해넘이를 보는데 왜 저 할머니는 빨래터만 보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살폈습니다. 마음으로는 당장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엊그제처럼 또 창피 당할까 봐 머뭇거렸습니다. 어쩐지 손수건 주인일 것 같은 예감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수수께끼를 풀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다가갔습니다. “저 할머니…….” --- pp. 180-181 「할아버지의 수수께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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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불러 온다는 신라의 피리, 만파식적. 찬이네 할아버지 댁에는 전설 속의 그 만파식적은 아니지만 대금이 하나 있다. 대금 연주자인 아버지처럼 소리를 내고 싶다는 꿈은 어린 찬이에게 멀게만 느껴진다. 모두가 잠든 밤, 쉽사리 잠들지 못한 찬이는 먼 옛날, 신라의 전쟁 상황을 떠올린다.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돌을 굴리던 서낭당, 다급한 징 소리와 싸울아비의 지휘 소리가 머릿속을 메운다. 모두가 위기에 몰렸다. 찬이는 자신에게 초능력이 발휘되어 평화를 불러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파식적에 숨을 불어넣는다. 「신라의 피리 소리」에서 다채로운 아이의 상상은 방 안을 전쟁터로, 대금을 전설 속 만파식적으로 만든다. 엉뚱하지만 실감 나는 상상 속에서 꿈은 현실이 된다. 일상 속 수수께끼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호기심에서 비롯된 의문은 꼬리를 물고 사건의 꼬투리로 이어진다. 「산마을을 지킨 꼬마 탐정」은 평화롭고 순박한 사람들이 가득한 산골 마을에 살고 있다. 호랑이 모양 바위인 범바우 입에 손을 넣으면 호랑이에게 물려간다는 전설이 진짜일지 궁금한 수복이는 입에 손을 넣어 본다. 그날 밤, 마을에 호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놀라 까무러친 수복이를 데리고 수복이네는 도시로 떠난다. 하지만 찬이 눈에는 아무래도 별장 사장이 수상하다. 찬이는 하나하나 퍼즐을 연결해 나간다. 할아버지와 「진달래 꽃술 싸움」을 하러 꽃피는 봄이면 성주에 가곤 했던 찬이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다. 몸살과 야경증을 앓게 되어 집에 누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부담은 어깨를 짓누른다. 그런 마음고생을 위로해 주듯 아침마다 누군가가 대문 앞에 진달래꽃을 놓아둔다. 선생님일까? 아니면 친구? 가족? 풀지 못한 수수께끼에 찬이의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는 마음의 병을 앓는다. 걸핏하면 찾아가던 빨래터 공원에 있는 너럭바위, 60년 동안 애지중지 보관해 온 빛바랜 손수건. 찬이는 그런 「할아버지의 수수께끼」를 풀면 할아버지의 그리움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번번이 허탕을 치지만 씨 뿌려 가꾼 사람만이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며 매일 공원으로 향한다.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잡기 위해 다가간 석이와는 어느새 친구가 되어 간다. 동물도 자기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쏟아낸다. 임신한 염소는 자신의 아이만큼은 철망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의 해 아래 풀밭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꿈의 세상」에서 살길 바란다. 가시철사로 허술하게 막아놓은 낭떠러지 쪽으로 탈출하는 연습을 하다 한쪽 눈을 다쳤지만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외눈 염소는 목장을 탈출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별이 된 나비」는 추운 밤 욕심쟁이 외톨이 벌을 날개로 덮어 주고 벌의 가슴에 남아 영원히 반짝이게 되었다. 「마지막 토종약밤나무」는 자신을 지켜주는 할아버지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 어치에게 도움을 청하고, 「허물어진 벽」에서는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집에 사는 똘이가 옆집 누렁이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짖는다. 쪽방 할머니도 며칠째 보이지 않고, 굶고 있는 누렁이도 걱정이 되지만 높은 담은 그 사이를 막아버린다. 때로는 흥미진진한 모험과 수수께끼, 때로는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로 동심을 보듬는 김상삼 아동문학가의 이번 단편 동화는 각 편별로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미운 친구를 돕는 희생, 마음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문제의식도 놓치지 않는다. 이웃사촌이 사라진 삭막한 도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잘못된 선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나무를 굽은 나무로 볼지 곧은 나무로 볼지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삐뚤어진 눈과 미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굽어 있을 것이다. 작가는 올곧은 나무도 밉게 보면 굽은 나무로 보이고, 굽은 나무도 따뜻한 눈으로 사랑을 주면 곧은 나무로 자란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자신이라는 나무를 기르는 농부와 같다. 나무가 뿌리 내린 아이들의 마음이 메마르지 않기 위해서는 동심이라는 물이 필요하다. 성난 파도를 다독이는 만파식적처럼 『신라의 피리 소리』 속 이야기가 동심의 소리가 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감싸 무럭무럭 자라게 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