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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길을 찾는 사람들
1부 풍경의 발견, 길의 시작 1. 내 심장 왼쪽에 출렁이는 물결 / 2. 그곳은 내게 인생학교였다 / 3. 녹스는 것이 철길뿐이랴 / 4. 길 위의 시간, 길 위의 사람 / 5. 내 마음속에서 뻗어나간 길 2부 순례, 길 위의 열망 1. 느바기, 걷는 사람들 / 2. 역사를 따라서 걷기 / 3. 생각을 하면서 걷기 / 4. 보고 느끼며 걷기 / 5. 길은 거울이다 3부 마음이 머무는 그곳 1. 범모텡이와 배때기산 / 2. 아름다운 터, 무성서원 / 3. 선운사의 가을은 찬연하였다 / 4. 절집으로 향하는 마음 / 5. 주곡리의 첫눈 마치는 글 : 앉으면 글, 서면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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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나는 풍경에 매혹된 영혼이었다. 그 풍경들은 홀연 장소로 나타나거나 시간의 깊은 어둠 속에 잠겨 사금파리처럼 반짝이고 있었으며, 상당수는 사람과 사람들이 빚어놓은 것이었다. 그 풍경 앞을 서성일 때마다, 나는 내가 풍경 안에 있지 않고 풍경 밖에 있다는 것이 서러웠다. 나는 왜 여기 있고, 저 풍경은 저기 있단 말인가. 이 애끓는 마음이 늘 나를 길 위로 내몰았다. 그런 면에서 여기 모인 글들이 빚어내는 풍경들은 길과 길 사이를 떠돌던 내 마음의 풍경들이다. 주춤거렸고 샛길에서 어지럽게 헤매던, 그 모든 발걸음들이 이 글의 주인임을 밝힌다.”
---「작가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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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풍경에 대한 시선 혹은 관점
『풍경 밖을 서성이다』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풍경의 발견, 길의 시작」에는 세상의 풍경과 함께 변모해가는 개인의 모습을 담은 다섯 편의 글이 자리한다. 「심장의 왼쪽에서 출렁이는 물결」은 전라북도 14개 시군을 잇는 ‘천리길’과 함께 하면서 속진을 피해 숨어든 은자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그곳은 내게 인생학교였다」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살아온 전주를 회고하면서 한 지방도시의 변화 과정과 한 인간의 성장 과정을 비교한다. 「녹스는 것이 철길뿐이랴」는 군산 경암동 철길골목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번성했다 쇠락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길 위의 시간, 길 위의 사람」은 진안의 곰티재, 장수의 무룡고개, 무주의 적상산 등 전라북도의 주요 고갯길에 얽혀 있는 역사적 사건과 그 의미를 짚어본다. 「내 마음속에서 뻗어나간 길」은 물길과 땅길에 대한 연원을 살펴보면서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길에 대한 생각들을 모아놓았다. 전주와 그 주변지역 명소 돌아보기 2부 「순례, 길 위의 열망」에 실린 글들은 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4대 종단이 함께 설계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답사한 기록이다. ‘아름다운 순례길’은 2009년에 4대 종단 지도자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길이다. 각 종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혼의 지점’을 모으고 그 지점과 지점을 연결했다. 종교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역사와 문화가 깃든 절경도 포함시켰다. 때문에 ‘아름다운 순례길’은 종교적 의미만을 지닌 길이 아니라, 전라북도가 보유한 빛나는 유적을 답사하는 길이다. 풍남문을 출발하여 경기전, 전동성당, 한옥마을, 한벽루, 전주천을 거쳐 종남산 송광사, 오도재, 독촉골저수지, 고산천, 천호성지, 여산, 나바위, 웅포면 숭림사, 함열, 미륵사에 이르기까지 전주와 그 주변 지역의 명소에 대한 충실한 답사기와 함께 순례길에 깃들어 있는 당대의 가치와 윤리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내 마음의 장소를 그리워하다 3부 「마음이 머무는 그곳」에는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공간의 장소성에 관한 글들을 수록했다. 「범모텡이와 배때기산」은 어린 시절에 느꼈던 공간의 한계와 그 너머에 대한 상상과 체험을 담았다. 「아름다운 터, 무성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태인 무성서원의 시대적 가치를 살펴본다. 「선운사의 가을은 찬연하였다」는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 체험기이며, 「절집으로 향하는 마음」은 해인사를 배경으로 절집이 갖는 현대적 의의를 짚어본다. 「주곡리의 첫눈」에서는 고창 주곡리에서 한철을 지내면서 요즘 유행하는 ‘시골 한 달 살기’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풍경 밖을 서성이다』는 소설가 김병용이 자신의 정신과 육체의 자양분이 되어준 전라북도의 땅과 길을 탐방하면서 스스로의 내면세계까지 탐구해낸 인문학 에세이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 주변의 자연에 깃든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 풍경 너머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까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주요 내용 “인간의 역사란 걷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이 아닌 저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호기심을 견딜 수 없었던 이들이 제 두 발에 자신의 운명을 걸고 길에 나섰다. 인류의 변화, 문명의 탄생은 인간의 두 발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직립 보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인간의 두 발이 길을 만들었고, 길은 또 다른 길을 부르며 손을 뻗는다.” ―23페이지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완주, 김제, 임실은 물론 멀리 순창, 남원, 부안, 고창, 군산, 익산, 무주, 진안, 장수의 물산이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시간을 이용해 아침 성시(城市)에 도착하면 전주 사람들이 그곳에서 산나물이나 해산물 땔감 등을 사들였다는 것. 그동안 어지럽던 전주의 역사지리 혹은 도시 변천사가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일목요연해졌다. 전주, 전주성 그 자체가 전라도의 온갖 물산, 인재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시장이고 가치 교환이 일어나는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40~41페이지 “경기전이 보유하고 있던 성소의 엄숙성은 전동성당에게 그 바통을 넘겼다. 100년 전, 전동성당은 음울한 망국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이 지역에 새로운 성소로, 새로운 변화의 강력한 상징으로 떠올랐다. 경기전은 지나간 과거, 전동성당은 새로운 현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한옥마을이 이 일대에 조성되기 시작했다. 전주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다가동 일대에 자리를 잡자, 조선 사람들은 일본인들을 피해 이쪽에 새로운 주거지를 건설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고풍스럽게 보이는 한옥마을도 100년 전에는 ‘삐까번쩍한’ 새 도회지였던 셈이다.” ―86페이지 “윤흥길의 소설 『에미』에는 지금 우리가 맞바라보고 있는 저 산, 미륵산(용화산)을 살아있는 신처럼 생각하는 한 여인이 등장한다. 이 소설 속에서 미륵산은 남성적인 신성으로 등장하고 ‘에미’는 반신반수(半神半獸)에 가까운 인물로 등장한다. 대지적 모신성의 원형이라 할 ‘에미’. 지금 저 산을 바라보며 신성을 느끼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한때 우리 곁에는 수없이 많은 신격들이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륵산이 가까워지면 마치 잠에서 퍼뜩 깨어나듯 그런 생각이 피어오른다.” ―161페이지 “가을 선운사 가는 길은 꽃멀미 나는 길이다. 선운사 동구에서부터 만나는 꽃무릇(상사화)의 꽃밭에 눈을 빼앗기다 보면 절집에 도착하기란 아득한 일이다. 상사화의 꽃말을 어떤 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참사랑’이라고도 하지만 기실,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고 짝사랑인지도 모른다. 뜨겁게 바라는 마음에 붉어진 얼굴, 그로 인한 영혼의 몸살. 상사화를 보면서 지금 진행 중인 사랑과 지나간 인연과 다가올 어떤 만남에 대한 예감으로 가슴으로 뛰는 한, 상사화의 꽃밭을 한달음에 건널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선운사에 닿는 길은 멀다.” ―187~188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