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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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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오래 서 있는 것은 떠나지 못한 철새들의 둥지가 되어주고 싶어서입니다. --- 「갈대의 노래」 중에서 생은 다 그렇듯 그리 길지 않은 한 번의 영광이 충분히 너를 행복하게 하지 않았느냐? --- 「시들은 꽃」 중에서 불같은 사랑을 한 번은 하지 않았냐? 살이 타들어가는 그런 사랑 말이다. 재가 되어 내가 없어지는 그런 사랑 말이다. --- 「다 타버린 연탄」 중에서 사랑은 아니 하겠습니다 헤어지는 아픔을 견딜 수는 있지만 그 아픔을 나눌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 「종이 인형」 중에서 함께 보던 나무도 함께 맡던 향기도 그대로인데 빈손 그리운 손. --- 「빈손」 중에서 놀이터에서 마지막 체온을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진을 찍어대지만 눈을 감아버리는 것은 결국 기억이 길어서다 --- 「후회」 중에서 내가 내려버렸네 그 사람 우산 안에 내가 있네. 버스는 떠나고 우리만 남았네. --- 「차창 밖의 그 사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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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타오르는 불꽃을 내려놓으며
피아니스트 김미경, 비로소 ‘시인’이 되다 풀 먹인 하얀 칼라에 까만색 교복 입은 단발머리 소녀 시절, 시인은 국어를 담당하던 담임선생님을 따라 우연히 참가한 전국 고교 백일장에서 상을 받게 되고, 그 이후 마치 시를 꼭 써야 할 것 같은 타고난 사명감에 사로잡혀왔다고 고백한다. 그로부터 사십여 년이 지난 어느 여름날, 그녀는 가슴에 묻어두었던 불같은 떨림을 스멀스멀 쏟아냈고, 그렇게 하나둘 써 내려가기 시작한 문장들은 더 이상 멈출 도리가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미경, 그녀는 그렇게 ‘시인’이 되었다. 음악과 시, 나아가 미술까지 걸쳐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만끽하는 김미경, 그녀로 하여 시를 쓰게 만드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김미경은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된 시적 도약을 바깥 변두리의 세계로 확장시킨다. “거기 있는 줄 몰랐”던, “구석에서 날 바라보”며 “가슴을 시리게 하는” 작은 존재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기울이기도 하고(「풀꽃」), “달빛인지 세상인지” 모를 내 안팎의 시련과 맞서면서 “늘 슬픔에 젖어 발밑은 눈물로 흥건”해도 철새와 영혼처럼 “떠나지 못”하고 “갈데없는” 존재들을 한 줌의 온기로 따스하게 끌어안기도 한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모인 그들의 모습은 마치 쓸쓸한 갈대밭, 텅 빈 새벽의 슬픔을 달래는 한 편의 노래처럼도 보인다(「갈대의 고백」). 어쩌면 우리네 인생이란 가진 것을 잃고, 그것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는 지난한 과정일지 모른다. 이러한 사실이 짐짓 우리를 실망시키고 좌절시킨다. 김미경은 생(生)이 주는 시련에 절망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 높은 단계로 승화하려는 모습의 그녀의 시 속에는 담겨 있다. 기쁨이나 슬픔이나, 만남이나 이별이나 “모두 나의 순간들”이라고(「그 순간」), “눈물인지 땀인지 범벅이 되어” “눈부시게도 환한 미소로” “인생 그거 별거 아녀” “다 괜찮다네” 하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냉면과 계란 반쪽」). 바라는 삶이 시(詩)가 되다 “잠기고 더 깊이 잠겨야 결국 헤어 나올 수 있”는 아픔, “아리고 더 아려야 결국 깨어 나올 수 있”는 슬픔, “쓸쓸하고 더 완벽히 쓸쓸해야 결국 걸어 나올 수 있”는 외로움(「물속의 돌」). 이토록 고통만이 범람하는 인생에서 김미경이 진정으로 희구하는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가시로 가득한 우리네 인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빨간 장미가 되게 하소서” “살아 숨 쉬는 동안 더 붉게 물들게 도와주소서”(「빨간 장미」) 하고 기도하는 강렬한 생의 의지는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김미경의 시는 꺼지지 않는 생의 불꽃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연소되어가는 생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 “훅 떨어지면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모르는 것처럼” 계속해서 삶의 새로운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도전하면서도(「꽃같이 살고 싶다」), 산다는 것은 “무대 위의 조명을 아쉬워하지 않”고 “슬펐던 눈물 한 동이 바다에 떠나보내”며 “함께 걷던 그 길을 다시 걸어보는 것”(「산다는 건」)이라며 저물어가는 생의 끝을 담담히 응시하기도 한다. “아등바등 살았던 엊그제 그 땀을 닦아주는 내려가는 길”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음미하며(「내리막길」). 또한, 시인은 쓸쓸하고 쓰라린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자와 동반자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애정은 그녀로 하여 “어느 날 갑자기 땅에 널브러져도 누구에겐 위로가 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이타적 사랑을 실천하는 계기가 된다. “당신의 온기가 용기가” 되던 “그 길이 우리의 여정이 되었”노라고, “팍팍한 이 생 함께여서 고”마운(「아름다운 동행」) 마음을 다른 존재들에게도 전하며 그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려 하는 것이다. “모두 가버린” 공간 혹은 시간에 홀로 남는다 해도 시인은 “슬퍼하지 않는다”. “떠나면 다시 돌아올 걸 알기에.”(「서울역」) 작별이란 새로운 시작의 동의어기도 하니까. 젊었을 때 팩팩거리던 성질은 다 죽어 이제는 뭘 봐도 이해가 될 것 같고 타오르기만 할 줄 알았던 열정은 알맞게 식어 이제 선선한 바람을 좋아하며 천천히 내려가는 길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아주 천천히 매일매일 감사하며 그동안의 고단함을 껴안으려 합니다. 그동안 나를 빛나게 비춰주고 있었던 가족들에게 이 시를 바칩니다. ― 김미경, ‘시인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