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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달을 켜고 끄는 것
1. CAFE MOON 2. 형광색 표정 3. 라떼는 말이죠 4. 마스터 프라이데이의 독특한 취미 5. 꿈을 되감는 방법 6. 고민 들어주는 남자 7. 비슷한 ‘존재’들 8. 쇼 미 더 머니 9. 다시 한번 소녀가 되는 방법 10. 붉은여우 11. 피스타치오 플랫 화이트 12. 마술 좋아하세요? 13. 고민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 14. 살아 있는 지구 15. 토끼보다 더 사람에 가까운 16. 자작나무 숲을 통과하면 17. 미래를 바꾸는 방법 18. Shall we Dream? 19. 달로 보내는 건 걱정 마세요 20.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바다를 날 수는 있는 21. 청순한 승부욕 (1) 22. 청순한 승부욕 (2) 23.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질 남자 24. 달을 내리는 일 에필로그 1 - 달을 마셔보세요 에필로그 2 - 연 날리는 소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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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저는 달을 내리는 일을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의 달을 가지고 있죠. 사실 우리가 보는 달이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가 보는 달과 당신이 보는 달은 다릅니다. 달이 크고 문득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에너지가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달이 보이지 않는 날이 있다면 그건 당신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달을 일부러 크게 만들어줍니다. 물론 달의 크기를 다르게 해줄 수도 있죠.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달을 내리는 사람, 바로 제 일입니다. 달을 내리는 일이라고 해서 실제로 달을 지면까지 내려오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바리스타입니다. 커피가 아닌 달을 내리는 바리스타. 그래서 저를 아는 사람들은 바리스타가 아닌 바리 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그럼 달을 내리는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필요한 소재가 몇 가지 있는데, 먼저 달 조각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실제로 달 조각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달까지 가는 사다리가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 방법은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달 조각을 대체하기 위해 ‘당신이 달 조각이라고 여기는’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건 어려서부터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될 수도 있고 오늘 먹으려던 사탕이 될 수도 있죠. 당신의 사연이 담기거나 상징이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단, 달 조각은 손바닥보다 작은 것이어야만 합니다. 아무튼 그 달 조각과 당신이 가진 사연이면 레시피의 반이 완성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당신의 감정입니다. 감정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어떤 에너지를 얻고 싶은지 어떤 기분이 되고 싶은지를 말해주면 됩니다. 제가 만든 달 라떼는 아주 세밀한 기분까지 도달하게 해줄 테니까요. 이렇게 달 라떼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에 예쁜 얼굴이지만 표정이 어두운 손님이 밖에 오셨네요. 아, 맞아요. 제가 잘 알죠. 저 손님은 검은 달을 보았군요. - 프롤로그 - 달을 켜고 끄는 것 하지만 달을 내리는 일이라는 건 차를 내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달 라떼는 오직 저만이 만들 수 있죠. 달 라떼에는 가장 특별한 재료가 하나 들어가는데, 그것은 바로 달 조각입니다. 달 조각 하나로 수십 수천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맛을 낼 수 있죠. 달 조각은 사람마다, 사람만큼 다르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또 맛의 수만큼 다양한 기분에 도달하게 해주고, 그 기분은 곧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본래는 달 조각이 아니었던 것이 제가 만짐으로써 달 조각이 됩니다. 달 조각을 만드는 것은 오직 저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달 조각을 처음부터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던 시절에, 고통 속에서 헤매다 그 속에서 특별한 재능을 하나 가지고 빠져나온 것이죠. - 3. 라떼는 말이죠 나는 운전을 할 때면 언제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기 때문에 오로지 시야로만 운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전방만 주시하며 운전하는 습관이 있는데, 지금도 주차되다시피 한 도로 위에서 ‘Spokey Dokey’라는 블루스풍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는 중이었다. 그때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려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심상치 않아 나 또한 하늘을 보았는데, 아직 해가 하늘 위에 떠 있을 때인데도 커다란 우산으로 하늘을 가린 것처럼 그늘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그늘은 구름보다 더 위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길게 늘어선 그림자와 도로 위에 나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일상적이지 않은 특이한 광경이라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Spokey Dokey’와 함께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저 그늘이 무엇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달, 달이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커 보이지 했던 달의 크기가 점점 비현실적으로 커지고 있었다. 그렇다. 달이 땅으로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중력과 지구의 중력을 조율하듯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어렸을 적 종종 달에 가는 상상을 하곤 했었지만, 달이 먼저 찾아온다는 건 상상조차도 해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상상에서 보던 달과 실제로 보는 달은 너무 달랐다.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달의 끝과 끝을 볼 수도 없을 만큼 가까워졌을 땐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이렇게 큰 달이 내가 매일 저녁 보았던 그 달이란 말인가. 너무 놀라서 달아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달아나지 않았다. 달아나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저렇게 큰 달이 다가오고 있는데 달아나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달의 분화구가 내 눈앞에서 퍽 하고 꺼졌다. 그리고 쑥 들어간 분화구에서 무언가가 보였다. 그건 사람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람의 모양이었다. 색이 너무 희었다. 그냥 흰 것이 아니라 서늘한 달의 느낌을 가진 흰색이었다. 사람이 지구를 닮은 것처럼 저 생명체는 달을 닮아 있었다. 우리를 지구인이라고 한다면 저건 달에 사는 달인인가? 넋을 잃고 생명체를 바라보던 그때, 머릿속에서 루- 하는 소리가 났다. 생명체는 분명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는데, 달을 스치고 도달한 서늘한 바람이 머릿속에서 루- 하는 형태를 만들어냈다. 그 ‘루-’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처음엔 머리가 내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빙그르 돌며 내려와 나중엔 다리가 내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주 우아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달과 지구 사이에 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잠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4. 마스터 프라이데이의 독특한 취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