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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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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세상살이에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준 윗집 부부,그들의 인생에 세상만사가 못마땅한 아랫집 할아버지가 끼어든다사립 고등학교에서 시설 관리 일을 하다가 퇴임한 후 이런저런 일을 한 끝에 완전히 은퇴한 70대 노인 오경직. 야무지게 가정을 돌보는 아내 화정과 별일 없이 자라온 딸아들 선지와 대호 덕에 그의 인생은 유달리 복잡할 것도 고민스러울 것도 없었다. 매사 세상에 머리를 들이박는 자세로 살아온 55년 지기 친구 항구와는 다른 인생이었던 것. 그런 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두 가지이다. 1년 만에 다시 문제를 일으킨 그의 심장과 도저히 반등할 줄 모르는 대한민국의 출산율! 점점 늙어가는 자신처럼 점점 나이 들어가는 대한민국, 슬슬 사라져가는 자신처럼 온통 사라져가는 것투성이인 대한민국. 이런 나라에서 이제 겨우 두 살인 손녀 루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일평생 단 한 번도 남의 일에 나서본 적 없는 경직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이 나라를 위해 움직여보기로 결심한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IMF도 이겨낸 민족 아닌가? 더 많을 필요도 없다. 딱 한 명만, 젊은 사람 딱 한 명만 설득시키면 된다. 하지만 그의 조급한 마음과 달리 경직의 시도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야 만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에게 소리 높여 항변하는 딸아들에다가, 아무리 좋은 말을 건네도 늙은이의 말이라면 삐죽대기 바쁜 젊은이들 때문에 경직은 안 그래도 못마땅한 세상이 더더욱 못마땅해진다. 실망을 거듭한 경직 앞에, 사람 좋아 보이고 어딘가 조금 덜 힘들어 보이는 윗집 부부가 등장한다. 어쩌면, 이 밝은 윗집 남자라면? 새초롬한 눈빛의 윗집 여자라면 경직의 말을 이해해줄지도 모른다!대한민국의 낮은 출생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손대지 못한 이 나라의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이니 말이다. 작가 황보름은 신작의 소재로 저출생 문제를 가져온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한민국의 초저출산이 여러 해 이어질 경우 “되돌릴 수 없다”라고 말한 영상을 보았고, 이 ‘되돌릴 수 없다’는 문장이 자신에게로 들어왔다고. 작가는 정확히 이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을, 이런 상황 아래 놓인 개개인을 들여다보는 일에 집중한다. 특히나 지금의 저출생 문제를 단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70대 노인 오경직의 시선을 통해서. 작품의 초반,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기를 바라며 그들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은 오경직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젊은 부부를 헤아릴 수 있을까, 경직의 좌충우돌이 과연 벽처럼 우뚝 선 경직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누구에게나 이런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면,어떤 삶이든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경직의 윗집에 사는 부부의 이름은 남자는 가을, 여자는 봄이다. 같은 회사에서 만난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한 것은 회사의 구조조정 소식에 먼저 퇴사한 봄 그리고 여전히 버티고 있던 가을이 서로가 살아온 삶을 털어놓은 뒤이다. 두 사람에게 서울에서의 삶은 턱걸이하듯 손끝으로 매달리는 일 혹은 철봉에 매달리듯 온몸을 이용해 끈질기게 버티는 일이었다. 그 지난한 과정을 지나 삶을 턱걸이하듯 철봉에 매달리듯 살 필요 없음을 깨달은 어느 날, 봄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소도시의 한 구축 아파트로 거처를 옮긴다. 고민 끝에 봄은 가을과 함께 동네 백반집을 열기로 결심하고, ‘겨울 한 상’ ‘고추장불고기 백반’ ‘간장불고기 백반’ ‘생선 백반’ 네 가지 메뉴로 두 사람만의 작은 가게 ‘겨울 식당’의 문을 연다. 매일매일이 고된 식당 일을 해치우는 봄, 가을 부부를 보며 경직은 이들에게 과연 아이를 낳으라 말할 수 있는지 도통 모르겠는 심정에 빠진다.오늘날 집합건물에 거주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웃이란 완벽한 타인의 다른 말일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 알려고 해본 적도 없는 사람.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아랫집 할아버지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마침 그 할아버지 역시 안 그래도 윗집의 젊은 부부가 조금은 궁금했던 참이라면. 이 작은 대화의 물꼬는 어디로 길을 내어 흘러가게 될까. 작가 황보름은 이 작품에서 “보편적인 사람들”을 그리면서 “한 명, 한 명의 삶을 선명하게 드러내려” 했다고 말한다. 억지로 힘을 주거나 강조하지 않고 이들이 자연스레 나누는 일상의 대화를 통해 아주 점점이 이어지던 인물들의 관계가 하나의 선이 되고, 넓은 면이 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해서 주목해본 적 없는 인물들일 수도 있지만 작가는 계속되는 이야기 속에서 한 번도 들춰낸 적 없던 이야기, 너무 아프거나, 너무 평범해서 담담한 표정을 두른 채 제 안에만 가둬두었던 이야기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본다.타인과의 관계를 톺아보려는 작가의 시도를 두고 박혜진 평론가는 “관계가 소멸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인식을 이 소설이 보여준다고 말한다. 소멸이 너무나도 쉬운 시대에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 소설 속 관계를 통해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일단 들여다보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결코 평범한 것이 될 수 없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자연스레 흘러드는 이 이야기를 읽는 일은 완벽한 타인에 머물던 당신을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 내 안에만 머물던 것들을 당신의 세계로 흘려보내는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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