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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면 무도회
2. 위험한 비밀 3. 모르포 나비 4. 목신의 오후 5. 지젤 귀신 6. 그대는 섬처럼 남아 있고 7.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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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그날 밤 일을 생각하면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느낌만 들 뿐이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었다.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운명이란 그렇게 은밀한 시간과 장소에 매복해 있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덮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상미는 내가 황당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대담했고, 냉정했으며 정신적 여유도 있었다. 이성 문제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더 확실하지만 그날 밤의 시나리오는 그녀의 의도대로 이루어졌다. 나는 그 말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녀의 고백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으며 비록 헤어지더라도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로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적극적인 발상이었다. 그런 이유로 해서 내가 그녀에게 마음의 부담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때부터 여자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는 마침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이었다. 상미는 그날 이후 내게 통 소식이 없다가 프랑스 여행을 떠나면서 공항에서 전화를 했다. 여름 방학 동안 파리대학으로 어학 연수를 간다는 것이었다. 「같이 갔으면 얼마나 좋았겠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현부 씨가 보고싶은지 이번에 가면 알게 될 것 같아. 칸에 가면 니스 해변이 나오는 사진 엽서를 보낼게. 나는 아마 여름이 끝나야 오게 될거야. 다음 가을 학기에는 오빠도 복학하겠지? 그때는 수업 끝나고 만나서 묘목장에도 같이 갈 수 있기를 바래. 이만 끊어. 쥬템므.」 그녀가 내게 그렇게 프랑스어로 사랑을 고백하고 떠난 후, 나는 상미가 몹시 보고 싶다거나 그립다거나 하는 감정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엽서는 도착한 날부터 사흘이면 한 장씩 계속 날아오기 시작했다. 내용은 주로 여행 계획이라든가 프랑스에서 본 관심거리들이었고, 도착한지 일주일만에 향수병에 걸려버렸다는 것과 나에 대한 그리움이 이렇게 클줄은 정말 몰랐다는 고백도 들어 있었다. --- p. 1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