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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엄마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은 집에서
김미희
글항아리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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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입양 신청
2장 어린 시절의 빛과 어둠
3장 가난한 서울살이
4장 새어머니의 집으로
5장 불가능해 보이는 꿈
6장 사랑과 자본주의
7장 34년 만에 만난 친어머니
8장 세 여자의 자궁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1977년 봄에 태어나 서울 변두리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을 한다. 하루 중 어린 아들의 질문을 듣는 시간이 많다. 질문에 답을 찾고 있다. 그림책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엄마』와 에세이 『문 뒤에서 울고 있는 나에게』 『세 엄마』를 그리고 썼다. “귀 기울이면 언제나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동네에서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 품었던 질문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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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20g | 135*200*13mm
ISBN13
9788967359690

책 속으로

할머니가 이불을 내 어깨까지 덮어주며 말했다. “미희야, 저기 언덕의 나무를 생각해봐라. 따로 물 주고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저 혼자서 잘 자라잖니. 너도 그 나무처럼 잘 자랄 수 있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졸려서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 그 나무에게는 하늘에서 비춰주는 햇님이 있고, 비도 오잖아요. 저는 아무것도 없다고요. 내겐 아무도 오지 않아요. 암흑뿐이라고요. 나는 버려졌어요.”
--- p.49

엄마는 2년 후에 다시 온다고 하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늘 다음에 다음에 하고 말했지만 다음은 없었는데. 엄마가 우리를 떠나려 하고 있다. 나를 버리려고 한다. 나는 울면서 엄마 팔에 매달려 악을 쓴다. “싫어요! 엄마랑 살래요. 엄마랑 살 거예요. 앞으로 뭐 사달라고 안 할게요. 멜로디언 필요 없어요. 동생이랑 안 싸울게요.” 세상이 끝나는 것 같다. 컴컴한 절벽 아래로 내팽개쳐지는 것 같다.
--- p.60~61

어머니가 내게 지키도록 한 규칙, 귀가 시간 엄수, 어른에 대한 예의, 배려, 청결 등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다른 사람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서 시키는 건 아닐까 의심한다. 새엄마는 나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엄격한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킨다. 네 식구가 사는 작은 방은 늘 청결하게 정돈되어 있고, 그녀는 일터에 지각하는 법이 없다. 나는 그녀에 비해 게으르고 더럽고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 p.81

어렸던 동생과 나를 아버지 집에 팽개쳐놓고 이 대가족은 이렇게 서로 다정하고 친밀하다니. 나는 쌓였던 불만이 하나둘 떠올랐다. 친어머니에게는 부둥켜안고 울 수 있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는 손녀를 걱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실의에 빠진 자신의 딸이 걱정이다. 나는 느껴보지 못했던 모녀의 애틋함. 친어머니는 내게서 그 애틋함을 앗아갔다.

--- p.179

출판사 리뷰

“내겐 아무도 오지 않아요, 암흑뿐이라고요”

저자에게 어린 시절 하면 늘 떠오르는 장소는 단칸방이다. 친엄마와도, 새엄마와도 총 4명의 식구가 단칸방에서 함께 먹고 잤다. 잠들려고 노력하기, 잠든 척하기, 잠든 척하며 눈꺼풀 속에서 눈동자를 굴리다가 뺨 맞기. 단칸방에서의 가장 강력한 기억이다. 자다가 아빠와 엄마(친엄마와 새엄마 모두)가 돈과 술 때문에 싸우는 소리에 저자는 깨지만 다시 잠들려고 노력한다. 싸우지 않을 때에는 실업자 아빠가 비디오를 빌려와 밤새 틀어놓는 탓에 불빛이 번쩍거려 잠들기 어렵다. 아빠와 친엄마가 헤어지고 나서 잠깐 엄마랑 살 때 동네 정육점 아저씨와 한식구가 됐다. 그때도 단칸방 신세는 변함없어서 엄마와 아저씨는 방바닥에서 자고, 저자와 동생은 커다란 정육점 냉장고 위에 이불을 펴고 잤다. “지이이잉.” 허공에 높이 뜬 공간에 누운 두 아이는 냉장고의 진동음 때문에 또 잠을 설쳤고, 냉장고 아래서 엄마와 아저씨가 싸울 때면 두려운 마음에 서로 손을 꼭 잡고 잤다.

친엄마는 붕어빵 장수까지 하며 생계를 꾸리려 했지만 화장실세도 변변히 내지 못했다. 아빠와 헤어진 뒤 저자는 엄마의 새로운 두 남자를 거치기도 했지만 궁핌함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저자가 열 살 때 엄마는 돈 벌어 오겠다고, 2년 뒤에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하며 자식들을 두고 떠났고, 그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매달렸다. “싫어요! 엄마랑 살래요. 엄마랑 살 거예요. 앞으로 뭐 사달라고 안 할게요. 멜로디언 필요 없어요. 동생이랑 안 싸울게요.”

하지만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아 떼어냈다. 그러곤 뒤돌아서 가버렸다. 어린아이는 그때 자기 앞에 놓인 세상을 절벽으로, 암흑으로 인식했다.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약속’이 늘 ‘위반’과 한 쌍임을 입증했다.


미싱 돌리며 날 먹여 살린 새엄마, 그리고 친엄마와의 재회

열 살 이후 삶의 풍경은 급작스레 바뀌었다. 아빠네 집으로 옮기면서 모르는 여자에게 ‘엄마’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전에 친엄마의 남자에게도 ‘아빠’라고 부른 경력이 있기에, 저자와 동생은 아빠의 낯선 여자에게도 ‘엄마’라는 호칭을 곧잘 썼다. ‘몇 년 있다가 또 바뀌겠지…’ 하는 체념의 마음도 품으면서.

새엄마는 차가웠고, 조금 무서웠으며, 정리정돈과 어른에 대한 예의를 엄격히 하는 분이었다. “수저 놔.” “어른이 먹기 전에 숟가락 들면 안 돼.” “아빠한테 인사해야지.” “빨래 개고 방 치워.” 저자는 이런 새엄마가 두려우면서도 한편 궁금했다. 자기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돈 벌어 먹이고 입히며, 게다가 문제만 일으키는 아빠랑 이혼도 안 하고 사는 것이. 차가운 겉모습을 한 새엄마는 자녀 둘을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고 대학 등록금도 뒷바라지했다.

저자는 이런 새엄마를 오랫동안 ‘엄마’라고 부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빠가 죽고 나서 어느 날 가족관계 서류를 떼어 보니 서류의 ‘모母’ 칸에 친엄마의 이름 석 자가 올라와 있었다. 지난 34년간 나를 한 번도 찾지 않은 사람! 이 사람이 내 엄마라고? 여태도 그랬고 앞으로도 볼 일은 없기에 가족관계 서류에 친엄마 대신 새엄마를 올리려고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과정이 시작됐다. 그렇게 법무사에게 돈 몇십 만원을 주면 말끔히 정리될 줄 알았던 서류 작업을 시작한 뒤 어떤 여자가 한밤에 찾아와 아파트 현관문을 세게 두드렸다.

“쾅쾅쾅! 나야 이정임. 낮에 현관에 빵이랑 편지 놓고 갔는데 연락이 없어서.” 이 소음은 느닷없이 나타난 친엄마가 낸 것이었고, 그녀는 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이렇게 말한다. “한 번만, 한 번만 옛날에 알던 불쌍한 아줌마라고 생각하고 얼굴을 볼 수 없을까? 한 번만. 한 번만.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세 여자, 세 엄마

총 8장으로 이루어진 이 에세이는 세 여자의 삶이 단지 개인의 서사가 아닌, 어쩌면 ‘우리 엄마들의 현대사’일지도 모른다고 암시한다. 잔인한 엄마, 불쌍한 엄마, 힘내는 엄마들이 등장해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 집에서 시대의 한계에 갇혀 수동적 삶을 택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남편과 이혼하거나 새 삶을 꾸리면서 주체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 여성 한 명 한 명이 전개하는 삶은 사실 한국 여성의 보편적 삶이라고 여길 부분이 많다.

저자가 어린 자신을 다시 돌아보며 쓰는 문장들, 가령 “나는 어머니에 비해 게으르고 더럽고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방에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다” “아버지는 아내에게 기생하고 있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자식이다”는 아이의 마음속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어른 독자들에게 세상의 잔혹함을 직시케 한다. 어떤 어른들이 일군 아이의 삶은 삐뚤빼뚤 모양이 모나며, 가끔은 아이가 성장을 멈추거나 혹은 자기 마음을 은폐해버리게 만든다.

어른들의 말은 늘 그 부정적인 영향력을 계산해보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내뱉어진다. “내가 그날 술만 안 마셨어도 너는 안 태어났어. 내가 술 마시고 만든 거야, 너는.” “눈웃음 치지 말아라. 여자가 헤프면 인생 망치는 거야. 잘 모르나본데 네 인생은 이미 망했다, 나 때문에.”

이런 환경 속에서도 저자는 잘 웃고, 공부를 좋아하고, 그림 그리길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다소 무기력하고, 세상이 나를 무시하면 나 또한 세상을 냉소하겠노라는 버릇을 몸에 새기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아빠가 뿌린 불행의 씨앗을 과감히 물리친다. 아빠나 엄마를 자신과 긴밀히 엮지 않고 ‘그는 그, 나는 나’의 자세로 분리하며 삶의 기쁨과 만족을 하나씩 배워나간다. 삶의 굴곡점마다 분별력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노력으로 인해 이렇게 힘 있는 책이 마침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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