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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의 청포도
이육사 이야기
강영준
북멘토 2021.12.10.
베스트
청소년 역사/인물 top100 2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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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오! 먼 길에 지친 말이여!
- 울분과 저항, 투옥의 나날들(1904~1931)
음모가 서린 바다
위태한 섬 위에 빛난 별 하나
한 토막 꿈조차 못 꾸고 다시 동굴로
바람에 씻은 듯 다시 명상하는 눈동자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광야를 울리는 불 맞은 사자의 신음인가
오! 구름을 헤치려는 말이여!
다른 하늘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2부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폭력에 맞서는 양심의 노래(1932~1944)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내 꿈은 서해를 밀항하는 정크와 같아
어느 때나 외로운 넋이었거니
내 골방의 커튼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 건너갔소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글쓴이의 말
한국 근현대사와 함께 보는 이육사 연보

저자 소개 1

책 읽기와 생각 나누기를 즐기는 사람. 어릴 때 전래동화와 소설을 즐겨 있다가 혹시 책 읽는 일로 행복하게 밥벌이를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한 끝에 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다. 전주 상산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글을 쓰며 수다를 떨다가 어느새 『국어 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시로 읽자, 우리 역사』 등 몇 권의 책을 냈고, 『허균 씨, 홍길동전은 왜 쓰셨나요?』로 제7회 창비청소년도서상을 받았다. 가성비 뛰어난 취미 활동으로 독서를 강력히 추천하며 책을 읽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꾸준히 갖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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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44g | 145*210*17mm
ISBN13
9788963194448

책 속으로

원촌을 떠나 대구로 오면서 원록은 다짐했다. 선진 학문을 배우겠노라고. 그래서 백학학원을 다니며 고집스럽게 일본어를 익혀 물리와 화학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다. 빅토르 위고를 읽고 마르크스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친구들도 여럿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청춘의 고민도 나누었다. 조재만, 강신묵, 서흑파 같은 친구들은 최신 학문을 간절히 원하던 원록의 갈증을 달래 주던 진실한 벗이었다. 하지만 원록은 여전히 공부가 모자라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 p.22

김묵은 무사할까? 원록의 마음에 두려움이 일었다. 그러나 원록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누군가가 또다시 맞은편 쪽에서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원록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러자 상대편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록은 골목이 마주치는 교차로에 이를 때마다 서둘러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움직임을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자 빗길을 마구 뛰기 시작했다. 누군가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가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날 밤 원록은 어딘가로 들어가지 못하고 한밤 내내 도쿄 거리를 헤매었다. 쫓아오는 이들을 따돌리기 위해 하숙집으로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쏟아졌다. 초겨울의 비는 밤바다처럼 차가웠다. --- p.64

“264번! 식사다! 5분 후에 취조실로 갈 테니 서두르도록!”
바닥 근처에 있던 조그만 철문이 열리고 희멀건한 국물이 담긴 나무 그릇과 함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감방 안으로 들려왔다.
“264번?”
‘264번. 그래 나는 264였지. 이백육십사, 2, 6, 4, 이육사라. 너 희가 부르는 혐오와 멸시의 수인 번호 이육사. 그래 그렇다면 기꺼이 이육사가 되어 주지.’
문득 원록은 도쿄 시절 불령사가 떠올랐다. 불량한 조선인이 라며 일본인들이 부르던 불령선인이라는 말을 본떠 불령사라는 이름을 지었던 아나키스트들. --- p.112

“이분은 루쉰 선생입니다. 더 소개가 필요 없겠지요. 그리고 선생님! 여기는 큰 뜻을 품고 상하이까지 온 조선 청년입니다. 인사드리세요.”
“이육사입니다.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반갑소.”
루쉰은 공손히 인사를 드리는 육사의 두 손을 뜨겁게 붙잡았다.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절친한 친구라도 본 것처럼 루쉰은 낯선 이방인의 손을 정답게 붙잡았다.
“앞으로 글을 쓸 거라고 하던데요. 민중을 위한 글을 잘 부탁 하오. 핍박받는 민중을 위한 글이라면 중국어든, 조선어든 무슨 관계가 있겠소.”
루쉰은 국민당 정부로부터 쫓기는 신세고, 양싱포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터인데도 따뜻한 목소리로 젊은 육사를 격려 해 주었다. --- p.177

석초는 육사의 말이 평소와 다르게 무겁게 느껴졌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다.
“자, 이제 눈길 한번 걸어 봅시다. 나는 아무도 걷지 않은 눈 쌓인 길을 걷는 게 가장 행복하다오. 게다가 오늘은 새해 첫날이지 않습니까?”
“육사 형을 보면 흰 눈길보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가 더 잘 어 울리던데요. 〈청포도〉의 한 구절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것도 좋죠. 하지만 하얀 눈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눈은 세상의 시간을 되돌려 놓는 것 같습니다. 앞을 보세요. 어디가 식민지고, 어디가 제국인가요? 누가 약하고, 누가 강한가요? 인간이 자기 소유라고 땅 위에 그어 놓은 선들이 흰 눈 아래 사라지고, 차별도, 억압도, 다툼과 미움도, 그 모든 경계심도 눈 속에 파묻히죠. 모든 게 정화되고, 모든 게 평등하지 않습니까? 눈이 야말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진정한 아나키스트답지요.”
“육사 형! 그럼 눈길을 밟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p.273

출판사 리뷰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저항을 넘어 미래를 꿈꾸는 숭고한 희망의 시인, 이육사

이육사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시인입니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하는 시 구절은 교과서에도 등장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시구입니다. 또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육사는 굳세고, 웅장하고, 장엄한 분위기의 시를 지은 저항 시인으로 소개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육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확실히 그가 굴하지 않는 굳건한 의지로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며 일생을 살아 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일본과 중국을 오가며 아나키스트들과 교류했고, 독립운동에 가담하였다가 몇 번씩이나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르기도 했지요. 중국에 있는 조선 군사 정치 간부 학교에 들어가 일본군과 대적하기 위해 실제로 군사 훈련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육사는 이러한 저항을 위한 삶의 실천을 시라는 예술의 한 형태를 통해 세상에 발표했습니다. 그의 작품 속 시적 화자들은 대체로 처절한 고통 끝 위태로운 상황에 몰려 있고, 그러나 그 위기 속에서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초극적인 의지를 가집니다. 너른 광야나 웅장한 산의 가장 꼭대기에 서서 거친 시련을 이겨 내고 반드시 밝은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강력한 희망을 노래하지요.
이처럼 이육사는 우리에게 저항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무한하고 숭고한 희망을 품고 살았던 로맨티스트였습니다. 역사인물도서관4 《칠월의 청포도》는 이제껏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이육사의 모습을 넘어, 그가 가졌던 그 강력한 희망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우리 문학계의 어떤 영웅이 아닌, 암울한 시대를 고뇌하던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의 시인 이육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익어 가는 청포도처럼 푸르게 살다 간
한 젊은이의 싱그러운 꿈. 그리고 그의 일대기…….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태어나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이육사는 어째서 그 모진 고문을 몇 차례나 치르면서도 평생 독립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칠월의 청포도》는 이육사가 걸어갔던 독립운동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담담하고 섬세하게 보여 줍니다. 독자로 하여금 "만약 나였다면 이육사처럼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게 만들기도 하고, "나였어도 이렇게 고뇌했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게도 만드는 작품이지요. 그만큼 이 작품은 이육사의 영웅적 면모보다는 내면의 섬세한 풍경에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그가 어째서 아나키즘과 같은 사상에 심취하였는지, 독립운동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지 이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육사가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져 시인의 삶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음속 깊이 터져 오르는 희망과 만나게 되지요.
이육사는 늘 익어 가는 청포도처럼 푸른 희망을 품고 살았습니다. 언젠가는 이루어 낼 독립이라는 꿈, 그 무한한 자유와 희망의 세상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그 푸른 희망이 자신의 삶을 완전히 꿈을 향해 타오르게 만들었지요. 《칠월의 청포도》는 그 푸르른 삶의 과정을 독자가 충분히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을 수 있을 만큼 싱그럽게 그렸습니다. 또한 사진 자료와 연보를 통해 젊은 시인이 처했던 시대의 분위기와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왜 이육사를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까?
이 책 《칠월의 청포도》가 굳이, 지금에 와서, 저항 시인 이육사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단지 반일의 중요성이나 애국심 같은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왜 우리는 이육사의 삶에 지금 주목해야만 할까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지금 우리는 꿈을 꾸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내 삶이 바뀔 거라는 희망이나, 모두가 힘을 합치면 이 세상이 좀 더 나은 곳이 될 거라는 희망, 그런 것들이 이제는 조금 낡은 것이 되었습니다. 개인의 노력보다는 다른 다양한 조건들이 성공에 영향을 끼치는 확률이 현저히 늘어났고,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이상 의견을 모으기 힘들어졌습니다. 정말로 아무런 희망이 없는 것이 현대인의 평범한 삶이 되었지요.
이육사가 살았던 시대는 어땠을까요? 주권을 잃어버린 나라의 젊은이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요? 혹시 그들에게 미래나, 희망이나, 꿈이라는 단어가 사치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이육사 가 먼 미래에 자유를 가져다 줄, 백마 타고 온 초인을 마냥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희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시인의 삶을 통해 과연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요? 《칠월의 청포도》를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이 이육사를 만나 보고 반드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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