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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조용미
문학동네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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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몸의 어딘가에
나무가 되어 / 골목길 / 청어는 가시가 많아 / 달력 / 몸의 어딘가에 / 바라본다 / 놀이터에서 / 저것은 꽃이 아니다 / 잠에서 깨어나면 물구나무를 서야 한다 / 동화사에서 / 허리에게 / 바람은 / 먼지의 힘 / 포르노 / 저녁 시간

2부 첼로 주자를 위하여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 붉은 아이 / 첼로 주자를 위하여 / 여름 새벽 /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 길 / 책벌레 / 나뭇잎들 / 줄이 끝나는 곳에 길이 끝난다 / 숲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 흐린 가을날 / 쓸쓸한 편지 / 햇볕 쬐기 / 흔적 / 잎새를 위해 / 낙지 / 에필로그

3부 내가 한 말들이
하관(下棺) / 해남을 떠나오며 / 수이푼강 / 벽오동나무 꽃그늘 아래 / 2월 / 물속에서 고요했다 / 인간들 / 내가 한 말들이 / 강진에서 / 적거(謫居) / 비 / 적막한 방 / 비는 다 내게로 왔다 / 수중 도시 / 사로잡힌 영혼

4부 잎이 너무 많은 나무
달맞이꽃에 관한 기억 / 그가 누워 있다 / 수중화 / 통일전망대 / 봄나물 / 내 책상 위의 천사 / 비눗방울 / 그 길 / 그 집 / 무반주 첼로 / 이불을 뒤집어쓰면 / 직립(直立) / 모든 장례식은 엄숙하다 / 경도된 것들은 힘이 세다 / 잎이 너무 많은 나무

저자 소개 1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산문집 『섬에서 보낸 백 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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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56g | 130*224*5mm
ISBN13
9788954683944

책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가
포도송이처럼 영글어가고 있는 나의 꿈을
뚝 뚝 떼어내며 웅크린 내 잠에
확 불빛을 쏘아대었다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어둡고 따스한 잠 속에 끊임없이 울려오는
무거운 물방울 소리들

신성한 외로움에 빠진 나의
둥근 영혼을 누가 불안하게 하는가

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머리가 먼저
으깨어진다 세상에 대한 불길한 나의 사랑이
누군가를 붉게 물들인다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상처나 흉터는 우리가 그것을 다시 들여다볼 때
훨씬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만 치유되는 아픔이나 상처,
나는 눈을 돌리지 않고
오래오래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지난가을, 떨켜에서 뚝 뚝
자유롭게 떨어져내리던 나뭇잎들을 기억한다.
이제 나도 그렇게 묵은 것들을 털어내려 한다.

두 사람을 생각한다.
고정희 선생님, 그리고 나의 아버지……
고인이 된 이 두 분께 첫 시집을 바친다.

1996년 4월
조용미


개정판 시인의 말

25년 만에 첫 시집의 개정판을 펴내게 되었다.

내 시의 출발점인 이 시집을 출간한 후부터
지금까지, 돌이켜보니
시 말고는 나에게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사물의 곡직이나 명암보다 색채와 무늬에
더 세심하게 귀기울이게 되었다.

나는 좀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소멸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생각한다.
소멸해가는 순간에도
생의 의미를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그 모색의 과정이 내게는 시쓰기일 것이다.

어떻게 사라져갈 것인가.

2021년 11월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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