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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생활 2
산골에서 보낸 시절, 두번째
이후
열매문고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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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초봄까지
가난한 시골쥐의 여유 | 문전박대의 추억 | 미완의 살림집에서 | 실용서로 배우는 생활 | 책이라는 지도 | 숭고하고 다정한 목욕탕 | 말하는 건축가의 산골 목욕탕 | 슬픈 노래 |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2017년 늦봄과 여름
봄맞이 시동 | 물속에 잠기다 | 마을 끝집 | 만두를 같이 빚는 일 | 적당히 | 치과와 언덕 | 집이라는 휴식 | 여름의 늦은 오후는 왜 그리 쓸쓸할까 | 긴 여름의 낮과 저녁을 견디며 | 지금 나는 어디에

2017년 가을과 겨울
거미처럼 매일 생활을 지으며 | 쓸모없음에 기대어 | 천회의 가을 | 틈새의 덕을 찾아서 |
이파리와 열매를 떨구는 시간 | 빈자리를 만들며 | 긍정이 망친 시간 | 마주앉기 | 중모리장단으로 | 동쪽 바다에서의 젊은 날

2018년 이른 봄
돌아온 자리 | 간판을 내리며

덧붙이는 이야기
돌아보기 어려웠던 날들에 대해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누군가에게

저자 소개 1

국민학교 5학년 때 쓴 동시가 신문에 실린 것을 시작으로 중학교 신문반, 고등학교 문예반, 대학교 문예창작과를 거쳐 10여 년간 에디터로 근무한 뒤 퇴사했다. 수많은 글쓰기 강사이자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글과 함께 대부분을 살아온 이력으로, 웬만한 글쓰기 고민은 다 들어줄 수 있는 마음의 쿠션과 함께 몸이든 글이든 아픈 데를 지긋이 눌러줄 수 있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 <무풍생활>, <무풍생활 2>, <미선나무 이야기>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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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34*188mm
ISBN13
9791197067426

책 속으로

살다보면 남이 해주는 밥 한 그릇이 먹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다. 혹은 찬바람 부는 계절의 어느 날, 뜨끈한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하고 싶은 날이라든가. 서울이라면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 퇴근하기도 지친 날에는 원하는 메뉴 골라서 저녁 밥 사먹고 들어가곤 했다. 회사에서 철야 작업 하고 새벽 퇴근하는 날, 시간이 몇 시든 굳은 몸 녹여줄 설렁탕 한 그릇 먹으러 갈 수 있다. 늦은 밤 친구와 통화하다가 기어이 만나고 싶으면 어디든 장소만 정하면 된다. 도시엔 돈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는 편리가 있다. 하지만 시골에서도 읍 단위가 아닌 면, 그 중에도 나처럼 리 단위에 살고 있으면 밥 한 그릇 제 돈 주고 사먹기가 수월치 않다. 믿어지는가?
--- p. 12 「문전박대의 추억」 중에서

책을 읽고나면 저자처럼 지혜로워진 것 같고, 저자처럼 뚝딱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책 한 권이 주는 뿌듯함. 그러나 사는 것에 비한다면, 누군가와 사귀는 일에 비한다면 책 읽기는 얼마나 쉬운지.
문학 전공자인 내가 생활을 책으로 배운다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가도, 소설 한 권 읽지 않으면서 실용서만 꿰고 있는 모습이 때론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년에는 두어 번 병원 신세를 지고 돌아와선 어찌된 일인지 내내 책을 읽었다. 늦은 밤 아이를 재우고 마루에 나와 읽고, 몸이 힘들어 누워서도 읽고, 심지어 어릴 때처럼 화장실에서도 읽었다.
--- p. 24 「책이라는 지도」 중에서

“애기엄마, 별 일 없자?”
마을을 떠나계신 뒷집 할아버지께서 문득 전화를 주셨다. “네, 별일 없습니다. 할머니는 좀 어떠세요? 뭐 부탁하실 건 없으세요?”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신가 여쭈어 보지만 매번 답은 같다. 그냥 궁금해서 전화하셨단다. 그리곤 언제쯤 마을에 들르겠노라 하고 끊으신다. 그렇게 할아버지와의 짧은 통화를 마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좀 쓸쓸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골목에서 마주치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 p. 64 「마을 끝집」 중에서

빗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지만, 특히 여름비 소리가 다채롭다. 장엄한 소나기가 있는가하면, 부드러운 마림바 소리 같은 정겨운 비도 있다. 저녁나절 새우튀김 만드는 소리를 내는 비도 있고, 솨아- 하고 온 대지를 적시며 순식간에 안개를 만드는 비도 있다. 엄마가 어린 아이에게 이런 저런 자극을 주어 성장시키듯, 산과 들도 들쑥날쑥한 여름비를 맞으며 쑥쑥 자란다.
--- p. 85 「여름의 늦은 오후는 왜 그리 쓸쓸할까」 중에서

매달 무풍상회 일기를 쓰면서 이 연재의 마지막은 언제일까 생각했다. 처음도, 끝도 느닷없는 손님처럼 맞았다. 한동안 매료되었던 무주 출신의 화가 최북에 대한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었고, 여름철 시골집 방문 예절에 대해서도 아직 못 썼는데. 처음엔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분량을 넘기기 일쑤였고, 두 해가 지나니 동어반복인 것 같아서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러나 마감도 병인 양 하여 내 삶의 보고서를 쓰듯 기약 없이 이어나갔다. 누구나 그렇듯 마흔 너머의 생활에는 대소사가 끊이질 않아서, 몇 번은 울면서 썼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자라고, 계절은 바뀌고, 새벽 위경련 같은 날들도 잦아들었다. 시민이 되어도 나는 근본이 시골쥐. 천국보다 생경한 이 도시의 생활을 또 매일 골방에서 적어가고 있다. 모두가 반반하지 않은 글을 아껴주신 분들 덕이다. 무풍상회를 시작하며 장난으로 만든 나무 간판은 이삿짐 어딘가에 넣어두고 왔는데, 아직 찾지를 못했다.

--- p. 161 「간판을 내리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묵은 달력 찢어 괴물 그림 그리고, 이따금 빈 논에 산책 나가 솔방울 하나 줍고, 볕 좋은 날이면 이불 털어 너는 게 전부인 겨울이다. 김치에 시금치, 청국장, 버섯볶음, 쇠고기무국으로 차린 밥을 먹고 하염없이 거북이랑 마주하며 보내는 느릿느릿한 시간들.”

살면서 배우는 것을 쓰는 사람 이후의 자기기록집. 연고도 없는 무주의 작은 마을에 살았던 5년 동안 매달 시골살이를 한 편씩 써 내려갔다. 2014년 가을부터 2016년 겨울까지를 담은 『무풍생활-산골에서 보낸 시절』의 후편으로, 2016년 겨울부터 2018년 이른 봄까지의 이야기이다.

일하면서 종종 성질을 부리는 경력 기자, 너무 일찍 자리에 오른 편집장, 권태로운 봉급생활자로 도시에 살다가 인사 잘하는 뒷집 새댁, 동네에서 제일 젊은 아기 엄마, 씩씩한 목수 마누라가 되어 살았던 5년의 이야기. 그 속에는 자신이 바꾼 생활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담겨 있다.

“글이라는 건 아프고 외로우니까 쓰는 것.”

황홀과 야생, 풍요와 빈곤이라는 두 얼굴로 만난 시골. 그 속에 뛰어들어 뒹굴다가 어느덧 삶의 나침반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내던 저자는 아프고 외로워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기약 없이 이어가던 시골생활 보고서는 예기치 않게 5년 만에 끝나게 되는데...

“살면서 꼭 필요한 게 있다면 깃들 수 있는 어떤 품이 아닐까. 아담한 숲의 오솔길,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되는 카페의 구석 자리,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노래, 찬 소주 한 잔이 간절한 날 보고 싶은 친구, 잠옷 바람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좁은 내 방, 가난하지만 부족한 것 별로 없는 우리 집, 그리고 보기만 해도 든든한 아버지의 넓은 어깨와 안기면 곧 잠이 들 것만 같은 엄마 품 같은 것.”

그러나 인생에 의미 없는 삽질이란 없는 법. 사랑은 언제나 사랑만으로 굴러가지 않음을 새삼스럽게 발견한 저자는 힘들게 통과하는 이 시간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아울러 탈도시에서 탈시골까지, 몸으로 겪은 아홉 해의 궤적을 말미에 담았다.

이후(지은이)의 말

무풍에서의 기록은 2018년 2월, 도시로 이사하면서 그렇게 막을 내렸다. 혼자서 시작한 시골살이가 셋이 되고, 하동에서 괴산으로 그리고 무주에 살면서 아홉 해가 흐른 시점이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글을 쓰기까지 1년이 걸렸다. 실은 1년이라는 것도, 더 미룰 수가 없어서였다. 마감이 아니었다면 끝내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나에게는 어렵고, 피하고 싶은 이야기였기에. 혹시라도, 글로 적은 나의 몸부림이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겹겹이 감추고 사는 내향인이지만 그런 이유로 용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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