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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과 겨울
‘무풍常회’라는 것 2 | 가을걷이와 추자 8 | 밥 먹는 일 13 | 차근차근, 월동 준비 17 | 시골에서 겨울을 나는 방법 22 | 김장김치의 맛 26 | 무풍상회 명함을 만들다 31 | 빵과 농사 34 | 부엌에 차린 빵집, 풍년 빵집 37 |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하기 40 2015년 봄과 여름 시골에서 돈을 벌다 46 | 그렇게 많이 벌 필요는 없지만 49 | 시골에서 일 찾기 53 | 낭만이 아닌 것에 대하여 57 | 어디에 살든 다만 생활이 될 뿐 60 | 인생의 반은 비밀 65 | 집 근처에서 얻은 두통약 69 |빨래는 따로따로 72 | 고양이는 끼리끼리 75 | 옥수수, 매실, 감자, 토마토의 계절 80 | 수적석천 83 | 생각의 곁순 87 | 깜냥껏, 분수껏 92 2015년 가을과 겨울 모든 꽃은 씨앗을 남긴다 95 | 자잘한 실패에도 즐거운 이유 99 |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2 |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106 | 집은 따뜻한 그릇 109 |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은 집을 위해 112 | 한겨울에 만드는 미래의 징검다리 114 | 없으면 없는대로 118 | 월동 앞에서 돌아본 생각 125 | 나팔꽃 씨앗은 받으며 129 |솔직함이 주는 위로 132 2016년 봄과 여름 용감한 상상 135 | 이른 봄, 나들이 138 | 외로움의 힘 142 | 긴 호흡으로 적응하기 146 | 유행의 거미줄에 매달린 채 149 | 인연의 실을 따라가며 154 | 6월 예찬 157 | 대문을 열고 풍경 속으로 161 | 여유에 대한 훈련 164 | 잠깐 멈춤 168 | 여름엔 마당생활자 172 | 누리는 자가 승자 175 2016년 가을과 겨울 경계의 마음 179 | 이것과 저것 사이 183 | 어지러운 화단을 정리하며 186 | 풀을 뽑고 나서야 마주하는 이야기 190 | 빗자루를 든 여자 193 |나의 직업, 주부 1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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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친구들이 주문한 옥수수를 부치러 택배 가게에 갔는데 사장님이 무척 의아해하며 물었다. “거, 무풍상회가 뭐요?” 그러고 보니 몇 달 전에는 받는 사람 이름에 ‘무풍상회’라고 쓰여 있어서 무작정 면 소재지에서 가게를 찾았다는 택배 직원도 있었다. 나는 무안하게 웃으며 ‘이름 말고 주소를 찾아오세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 p.7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간판도 있고 명함도 있지만 무풍상회엔 여전히 물건보다 이야기가 많다. 올해 역시 변함없을 것이다. 올겨울에도 동네 어머니들과 회관에 모여 고기 삶아 먹고 뜨끈한 방에서 귤이나 까먹으며 하루 반나절을 보낼 것이다. 동네 어머니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서 기나긴 휴식에도 마음 편할 것이나 올해도 나는 좀 부끄러운 마음으로 앉아 있을런지. 그러다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와 정월대보름에 선물할 호두 부럼을 포장하든지, 앞집에서 얻은 수숫대로 공연히 빗자루 같은 걸 만들어 보겠지. 옆에서 아이가 칭얼거리면 찐빵도 한번 쪄보고, 목욕탕에도 한 번씩 다녀올 것이다. 남편은 땔감 하느라,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을 치우느라 바쁘겠지. 시골에서의 겨울은 휴식이자 생존이다. 자연의 큰 힘에 갇혀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 추위를 대비하면서, 그 대비 덕분에 쉬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 --- p.36 얼마 전 농사일지를 꺼냈다. 비록 200평 남짓한 텃밭이지만 해마다 겨울이면 그해의 농사에 대한 총평과 다음 해 파종에 대한 계획을 적어놓는다. 베이킹을 시작했으니 내년엔 페스토용 바질을 좀 많이 심자. 소스용으론 방울토마토보다는 완숙 토마토가 낫겠다. 재미 삼아 밀을 좀 심어볼까. 늘 비슷해 보여도 기록을 찾아보면 해마다 작은 변심과 다양한 시도들이 들고 일어난다. 때맞춰 작물들을 보살피지 못하고, 매번 무성한 잡초들에 패배를 하지만 이런저런 재미에 차마 텃밭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러다 묘하게도 나의 농사와 베이킹이 비슷한 모양새로 변화해왔다고 하는 것이 보였다. --- p.44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화목 보일러에 나무를 넣은 게 벌써 석 달째다. 앞으로 그만큼을 더 버텨야 하는데 그 연료를 다 어찌 대려나. 겨울마다 걱정하면서도 어찌어찌 벌써 여섯 해째. 잠깐 온수를 쓰기 위해 가동한 기름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도, 잘 마른 장작이 활활 타오르는 것도, 공기를 데우기 위해 거실에 난로 지피는 일도 조마조마할 때가 있다. 그러니 눈이 오는 날에도 남편은 뒷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장작을 팬다. ‘옆에서 나뭇가지라도 주워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어 아이와 함께 따뜻한 방에 들어앉아 있는 게 미안해진다. --- p.124 두어 달 전, 여러 가지 증세로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여기서 나빠지면 나는 이제 더 갈 곳이 없다.’ 정신도, 몸도 건강해지기 위해 떠나온 곳. 심지어 부모님과도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데 여기서 답을 찾지 못한다면 더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장소는 찾았지만 내가 그대로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 p.1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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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둘기인지, 부엉인지, 직박구리인지 아직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그 새소리를 들을 때면 내가 대체 어디쯤 와 있는 건지 까마득한 기분이 되곤 했다.”
“그러나 낭만은 생활 바깥에 있는 것. 자유롭다 못해 낯설고, 너무 좋다가 돌연 무서워 지기도 하던 시골살이는 끝났다.” 좋은 건 여전히 좋지만 조금은 시들해졌고, 싫은 건 여전히 싫지만, 그럭저럭 헤쳐나가고 있는 귀농 4년 차, 결혼 4년 차 주부의 ‘찐’ 시골살이 적응기. 살면서 배우는 것을 쓰는 사람 이후의 자기 기록집. 연고도 없는 무주의 작은 마을에 이주해 살았던 5년 동안, 매월 시골살이 한 편씩 써 내려갔다. 직장생활 11년 차에 사표를 쓰고 무작정 내려간 시골. 몇 년 앞서 내려온 목수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매일 맞이하는 밤조차 낯설었을 만큼 모든 것이 어색했던 시골살이 초창기는 낭만적이기까지 했단다. 그러나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귀농 4년 차이자 결혼 4년 차, 육아 4년 차인 현실. 내년에도 밭을 빌릴까 말까, 동네에 일자리를 구할까 말까 매일 고민하게 된다. 도시의 가난한 청춘은 시골에 와서도 다를 바 없이 매번 촌집에서 촌집으로 옮겼으니, 가진 돈과 능력으로 최대한 원하는 것을 구해야 하는 건 도시나 시골이나 마찬가지였다고. 고달픈 도시 쥐도 싫고 불편한 시골 쥐도 싫은 채 보낸 세월. 싫은 건 여전하지만 어느새 포기 반, 적응 반인 채 살면서 이것은 시간이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생활은 그렇게 하찮고 치열해서 종국엔 거룩하기까지 한 것’이라고 말하는 생활 기록자 이후. 2014년 가을부터 2016년 겨울까지 산골살이의 장면들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이후(지은이)의 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가늠하지 못했던 시기였지만, 그때로 돌아가 글을 다시 매만지고 사진을 고르다 보니 그 시절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기록이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행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다시 보면 부끄러울 테지만 굳이 적어서 남기고, 타인과 함께 읽을 용기를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볼품없어도 해마다 꺼내 덮는 작은 무릎담요와 같은 책이길 소망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