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을 펴내며 4
들어가며 12 1부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1장 의학+인문학=의료인문학? 1. 의료인문학은 언제, 왜, 어떻게 탄생했는가? 2. 한국의 의료인문학 3. 그렇다면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4. 의료인문학의 목표와 앎의 방식 2장 인문학으로 본 의학 5. 의과대학생이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_의학과 역사 6. 좋은 의사는 또한 철학자이다 _의학과 철학 7. 누구를 먼저 살릴 것인가? _의학과 윤리 8. 질병은 이야기를 낳는다 _의학과 문학 9. 병든 몸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_의학과 예술 10. 탈모는 질병이다!? _의학과 과학기술학 2부 의학 속의 인문학 1장 증상과 징후 11. 열은 증상일까, 징후일까? 12. 몸과 기호를 통해 본 증상과 징후 13. 통증과 고통 2장 질병 14. 성스러운 병에서 세속적인 병으로 15. 철학으로 본 질병 16. 질병의 의미론과 이야기 17. 재현과 은유로서의 질병 3장 진단 18. 진단의 기예에서 진단의 과학으로 19.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20. 의사는 무엇을 느끼는가? 21. 분류와 차이의 정치학 4장 치료 334 22. 약물과 수술의 역사 23. 의학의 불확실성과 임상적 의사 결정의 역설 24. 플라세보와 관계의 힘 25. 치료를 둘러싼 생명과학기술과 지식의 정치 26. 환자-의사 관계의 수수께끼 5장 치료 너머 27. 예후가 중요한 이유 28. 아프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29. 노화라는 질병 30. 투병기를 통해 본 죽음 나오며 _다시,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주 찾아보기 |
황임경의 다른 상품
|
의학이 질병과 노쇠, 죽음 등 생애 전반에 걸쳐 있는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곤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의료인문학은 인간의 취약성을 깊이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취약성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다. 우선 인간은 완전하지 않은 물질적·신체적 존재로서 질병에 걸리고 늙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취약하다. 이것을 존재론적 취약성이나 태생적 취약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둘째, 인간은 근본적으로 취약하지만 누군가는 사회문화적·정치적·경제적·환경적 상황에 따라 더 취약하다. 이것은 상황적 취약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의료인은 환자와의 만남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존재론적 취약성을 이해하고 이에 적절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의료인은 의료 영역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상황적 취약성을 이해함으로써 취약성이 불평등하게 발현되는 사회적 조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실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4. 의료인문학의 목표와 앎의 방식” 중에서 영미권에서는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인 ‘disease(질병)’와 ‘illness(질환, 아픔)’를 구분해서 사용한다. ‘Disease’가 보통 생물학적 질병을 가리키는 데 반하여 ‘illness’는 그 질병을 앓는 사람의 주관적 느낌, 체험적 측면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보통 ‘병을 앓는다’라고 할 때 신체적 통증이나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실존적 아픔까지도 모두 포괄한다. 독일의 저명한 작가인 크리스타 볼프의 소설 중 『Leibhaftig』란 작품이 있다. ‘Leibhaftig’는 ‘육체를 지닌’, ‘화신(化身)의’, ‘육체에 합당하게’ 정도로 번역할 수 있으며, 소설의 영어 번역자도 『살 속에서(In the Flesh)』라고 번역했다. 하지만 한국의 번역자는 ‘몸앓이’라는 번역어를 선택했다. 멋지지 않은가? 몸을 앓는다는 것은 질병으로 인한 온갖 고통과 어려움, 그것을 이겨냈을 때의 기쁨과 환희를 몸을 통해, 몸과 함께 겪어나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6. 좋은 의사는 또한 철학자이다” 중에서 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예술이 갖는 ‘치유’의 기능과 의학이 갖는 ‘치료’의 기능은 분리되었지만, ‘미의 추구’라는 예술의 또 다른 본질은 인간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의학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의 해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교의 외과 및 해부학 교수로 있던 베살리우스는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라는 해부서를 1543년에 펴낸다. 보통 베살리우스는 금기시되던 인체 해부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행하면서 갈레노스 해부학의 여러 오류를 밝혀내어 근대 해부학을 정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에 관한 후대의 평가도 그 과학적 사실성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는 과학뿐아니라 미학적·예술적으로도 정교하게 계획된 작품이며, 특히 서양미술의 다양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9. 병든 몸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중에서 조선 전기의 역관이자 학자인 최세진이 1527년에 쓴 어린이용 한자 자습서인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는 「신체」편과 「질병」편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머리禿는 「질병」이 아닌 「신체」 편에 분류되어 있다고 한다. 요즘 대머리를 ‘탈모’라는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16세기 이후 어느 시점엔가 우리는 대머리를 신체의 여러 특징 중 하나에서 질병으로 바꿔 인식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의학을 보통 기술의학(technomedicine)이라고도 부른다. 의료영상기술, 유전공학, 면역학과 장기이식, 신약기술 등 각종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이 의학과 의료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이 기술의학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의학과 과학기술의 결합은 사회적 맥락과 독립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기술의학은 국가나 기업자본의 강력한 개입에 의해 추동되기도 하고 정치적·경제적·제도적·문화적 환경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현대의학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의학의 역사 전체를 보더라도 의학과 과학기술 및 사회는 언제나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의사의 상징인 청진기는 해부병리학이라는 의학 이론과 병원 의학이라는 의료적 실천 양상, 소리를 매개하는 도구, 프랑스혁명이라는 사회정치적 조건이 상호작용 하여 탄생시킨 것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이런 상호작용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10. 탈모는 질병이다?!” 중에서 의학의 모든 영역이 그렇지만 특히 치료 영역에는 다양한 층위에서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역설이 존재한다. 같은 치료라 하더라도 개인이나 집단의 특성, 처해 있는 상황, 사회문화적 조건 등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타난다. 의학 교과서나 매뉴얼에 적혀 있는 대로 치료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표준적인 치료를 상황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히 효과가 있는 치료가 존재하지만 정치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어떤 이에게는 그런 치료를 할 수 없는 현실은 또 다른 치료의 역설이다. 건강 불평등은 치료 불평등을 포함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역설은 질병을 제거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한 치료가 오히려 환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일이다. 모든 치료에는 효과와 더불어 부작용(side effect)이 존재한다. 사이비 치료에는 100퍼센트의 치료 효과만 존재하지 부작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한 치료라면 부작용의 역설을 감내해야 하며, 치료가 삶의 질 향상으로 반드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처럼 치료의 불확실성과 역설은 치료의 본질을 드러낸다. 따라서 치료에 관한 의철학적 사유는 이를 반드시 숙고해야 한다. ---「23. 의학의 불확실성과 임상적 의사 결정의 역설” 중에서 하지만 이 책에서는 현대의학과 의료인문학의 앎과 삶과 함의 방식이 서로 다르면서도 상호 보완적이고, 더 나아가서는 상호 구성적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의학에 모자란 것을 의료인문학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학의 다양한 영역은 이미 의료인문학을 포괄한다. 의학은 과학을 넘어선 인간학이기 때문이다. 의료인문학은 현대의학이 잊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깨우치는 역할을 한다. ---「나오며」중에서 |
|
의학과 인문학은 어떻게 연결되나?
역사, 철학, 윤리, 문학, 예술 그리고 의학 그렇다면 의료인문학이란 무엇일까? 의료인문학의 정의나 개념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비판을 살펴보면 대개 두 가지 특정한 사유의 틀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의학과 인문학의 이항대립 구도에서 의료인문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며, 둘째, 의료인문학의 개념이 대부분 ‘인간적인 의료’라는 규범적 관점에서 논의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장에 따르면 의료인문학의 개념과 성격은 의학과 인문학이라는 이항 대립에서 벗어난 지점에서 새롭게 사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의료인문학의 시작이 교육적 목적이건 학문적 목적이건 상관없이, 그것이 전개되고 상호작용 하는 과정에서 의학과 인문학은 모두 일정한 변화 혹은 변형을 겪게 되고, 결국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태생적으로 경계에 위치하며 끊임없이 양쪽을 횡단하고 사유와 실천을 진행해야 하는 유동적인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인문학의 개념은 기존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매우 느슨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의료인문학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의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들을 포괄한다. 예를 들어서 의료는 구체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실천적인 활동이지만, 그 과정에서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철학적인 활동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의학에서 철학적인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지난 40년간 건강과 질병이라는 개념은 가장 많이 논의되었는데, ‘질병이 없는 상태가 곧 건강’이라는 기존 의료계의 정의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규범주의 입장에 따르면 건강과 질병 개념에는 항상 개인적·사회적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다고 보고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이 추구해야 할 그 무엇이라 본다. 반면 자연주의 입장에서는 질병이 사회의 가치와는 무관한 생물학적 현상이며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 본다. 건강과 질병에 관하여 철학적으로 어떤 입장에 서느냐 하는 문제는 결국 건강과 질병에 관해 특정한 시각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미시적인 환자-의사 관계부터 거시적으로는 국가의 의료제도나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철학뿐 아니라 역사, 윤리, 문학, 예술, 과학기술학 등이 의학과 관련을 맺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의료 활동이나 의학 교육에서 실천적으로 쓰이고 있다. ‘누구를 살릴 것인가’로 대표되는 의료윤리의 영역은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 다루면서 대중에게도 친숙해졌고, 서사의학이나 퍼포먼스의학처럼 문학이나 예술이 의학과 접목되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증상의 발현에서 치료 너머까지 임상의 각 단계에서 만날 수 있는 실천으로서의 의료인문학 이 책의 1부에서는 의료인문학이 무엇인지, 의학과 각 분과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다룬다면, 2부에서는 증상과 징후, 질병, 진단, 치료, 치료 너머라는 각 단계에서 의료인문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다룬다. 증상과 징후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전 세계의 모든 의사들은 증상은 주관적인 것, 징후는 객관적이라고 보고 배우는데, 정말 그러할까? 18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의학에서의 증상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관찰된 현상을 의미했고, 그것이 이성적 사고 및 추론을 거쳐서 처음 지각될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특정한 결론이 도출되었을 때 비로소 징후가 되었다. 오늘날처럼 증상은 주관적인 것, 징후는 객관적인 것이라는 의미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았으며, 단지 감각의 대상이냐 추론의 대상이냐에 따른 구분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타진법과 청진법, 엑스선, 심전도 등의 진단기술과 기기가 임상에 적용되면서 증상과 징후의 의미는 변하게 된다. 검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검사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이 늘어나고 그것을 의사가 독점하게 되면서 점차 징후는 의사가 환자에게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행해서 얻어내야 하는 것으로 바뀌어 갔다. 기침하는 환자의 가슴을 두드려 본다든지 청진기를 대본다든지 하는 특정한 의료 행위를 통해 의사만이 만들어 내고 해석할 수 있는 정보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기존의 증상과 징후는 의사만이 알 수 있는 새로운 정보와 환자와 의사 모두가 알 수 있는 정보로 재편되었고, 점차 전자는 징후, 후자는 증상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대의학에서 엄격하게 구분하는 증상과 징후의 의미는 엄밀히 말하면 19세기 이후 서양의학의 유산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식으로 임상 각 단계의 의미와 적용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지, 어떻게 더 나은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해 인문학적 입장을 제시한다. 의사들이 실제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적 상황들을 살펴보면서, 누군가는 그러한 문제를 먼저 겪고 고민했음을 기록하기도 한다. 현대 의료 체계에서는 질병과 그 질병을 겪는 인간을 나누고, 질병만 치료하려다가 생기는 문제도 많다. 의료인문학에서는 포괄적인 입장과 시선에서 의학과 의사, 환자, 그리고 인간을 조망하면서 더 나은 의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적인 과학, 경험적인 예술, 과학적인 인문학을 추구하다 고대 의학을 집대성했으며 의학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인본적 태도를 요구했다. 의료적 역량을 갖추고 나서 환자를 돌보며, 자유인과 노예를 차별하지 않고, 상처 입은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을 말하는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서양 의학의 기본적인 정신이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 과학의 진보와 더불어 의학의 휴머니즘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의사의 과학적 임상 능력이 강조된 것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진단법과 치료술에 능숙하지 못한 의사라면 환자에게 해를 끼칠 것이 분명하므로 무엇보다도 의사의 과학적 임상 역량이 휴머니즘의 중심부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실력 있는 의사인가, 인간미 있는 의사인가’의 이분법도 이런 변화의 산물이다. 이 시기에 교양 교육으로서의 인문학을 뛰어넘는 의료인문학의 방향 전환이 점차 요구되었다. 특히 펠레그리노는 의학의 인문성과 도덕성 자체에 주목했다. 과학과 인문학은 앎의 방식 자체가 다르므로 공약 불가능하다. 오로지 의학만이 이것을 극복할 수 있다. 실존적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대상화된 객체로서의 인간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것은 의학뿐이다. “의학은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고, 가장 경험적인 예술이며, 가장 과학적인 인문학이다”라는 유명한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 결국 의사의 역량 속에 과학에 기반한 임상 능력과 한 인간으로서 아픈 이를 돌보려는 인본적 태도가 균형 잡힌 채 녹아 있는 것이 의학의 휴머니즘 전통이다. 그 전통에서 인문학은 언제나 의학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의료윤리학자인 앨버트 존슨은 이것을 호르몬에 비유한다. 매우 탁월한 비유이다. 호르몬은 미량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신체 기능은 마비되고 말 것이다. 의료인문학은 의학의 호르몬이다. 복잡하고 급변화하는 의료 환경에서 의학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호르몬으로서 의료인문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며, 그 항상성이란 바로 의학의 휴머니즘 전통이다. |